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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광복 이후 재개발 광풍이 휩쓸고 지나간 서울 도심에 과연 무엇이 남아 있는지를 비판적으로 성찰한다. 과거 ‘한강의 기적’을 말하던 경제개발시대에는 광범위한 재개발이 이뤄졌다. 당시 ‘철거는 선(善)’이었다. 낡고 지저분한 옛것은 보존이 아닌 파괴의 대상이었다. 철거한 빈공간을 메운 것은 거대한 콘크리트 더미. 오죽했으면 프랑스 지리학자 발레리 줄레조는 대한민국 서울을 ‘아파트공화국’이라고 꼬집었을까.
도시공학자인 저자는 근현대 100년 동안 서울 도심이 애초 유기적이던 구조에서 격자형의 도시평면으로 바뀌어온 흐름을 짚는다. 산업화와 도시화라는 미명아래 끊임없이 허물어지고 다시 들어서는 과정을 반복하며 서울은 역사성과 다양성을 잃었다는 것이다. 지금이야 문화나 역사라는 키워드가 대접받지만 과거에는 찬밥 신세를 면치 못했다. 특히 철거 일변도의 재개발로 수많은 문화유산이 허망하게 사라져 갔다.
그렇다고 재개발지역이 제대로 활용되는지도 의문이라고 했다. 서울 도심의 대표적인 재개발지인 서린지구나 무교·다동지구는 낮에도 왕래가 드물지만 저녁이면 휑한 공간으로 변한다. 업무용도로만 지구를 생성했기 때문이다. 물론 변화의 흐름이 없진 않다. 광화문광장과 서울광장은 ‘시민의 품’으로 돌아왔다. 문제는 속도가 더디다는 것.
사실 인구 1000만명이 넘는 메트로폴리탄 서울의 재개발은 필연적이다. 저자의 핵심은 보존과 재개발의 조화다. 신세계백화점 본관이나 옛 동아일보 사옥이 대표 사례다. 보존·재개발을 통해 과거와 현재의 이음에 성공했기 때문. 역사보존이 그리 거창한 건 아니다. 광화문·경복궁 등과 같은 거대 구조물뿐만 아니라 동네 모퉁이의 가게와 골목도 소중하다. 따지고 보면 서촌이나 북촌 등 최근 뜨고 있는 거리 역시 우리 삶과 흔적이 숨 쉬는 미래의 문화유적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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