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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이데일리 임현영 기자] “무거운 쇼핑백을 들고 계단을 몇개나 오르락 내리락 했는지 모르겠어요. 걸어서는 다시는 안 올 것 같아요” (수원 구운동에 사는 장 모씨, 여·42)
육교 하나를 두고 수원역 근처에서 쇼핑몰을 운영하는 롯데와 애경의 신경전이 5개월째 이어지는 중이다. 이 육교는 애초 수원역과 롯데몰을 연결하기 위해 지어진 육교였지만 애경의 반대로 육교 연결이 무산됐다. 연결을 위해선 수원역사의 84% 지분을 보유한 애경의 허락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현재 육교를 제외하고 롯데몰로 갈 수 있는 방법은 총 3가지다. 공사현장을 560m가량 돌아서 가거나, 철도 대합실을 위치한 화물용 엘레베이터 혹은 급경사 계단을 이용하는 방법. 모두 임시 보행통로다. 불편함은 오롯이 수원 시민들이 떠안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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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역 뒷편에서는 유독 두리번거리는 사람들이 많았다. 롯데몰로 가는 입구를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 육교에는 ‘AK측과 협의 하겠습니다’라는 현수막만 붙어있다.
남자친구의 선물을 사기 위해 나왔다는 김모 씨(여·27)는 “롯데몰 입구를 찾지 못해 여기저기 물어봤다”면서 “그나마 찾은 입구도 공사장을 삥 둘러와야 했다”고 불쾌해했다. 현재 롯데몰 앞에는 내년에 완공될 수원시 환승센터가 공사 중이다.
육교 입구를 찾다가 30분을 허비했다는 박 모씨(45)는 “수원역에서 롯데몰로 들어가는 길을 제대로 설명해놓지 않아 너무 불편했다”면서 “안내문이라도 제대로 붙여 놔야 하는 거 아니냐”고 말했다.
가족단위 방문객의 불편은 더 심했다. 유모차를 끌고 나와 어쩔 수 없이 화물용 엘리베이터를 이용했다는 주부 이모 씨(35)는 “화물용이라 그런지 엘리베이터 내부에 냄새도 심하고 많이 덜컹거렸다”면서 “우리처럼 아이들이 있는 집이 불편을 감수하고 나올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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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육교 연결을 손꼽아 기다리는 것은 롯데다. 연결이 성사되면 수원역 유동인구를 롯데몰로 끌어안기 쉬워지기 때문이다. 롯데 측은 “안전한 보행 통로를 두고 시민들이 불편한 통로를 이용하고 있다”면서 “하루빨리 육교를 연결해 시민들에게 편안한 통로를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애경 측은 육교 연결을 꺼린다. 수원역을 중심으로 쇼핑몰을 운영하는 애경은 육교 연결이 롯데만 도와주는 꼴이라고 생각한다.
애경 관계자는 “어차피 내년에 환승센터가 완공되면 롯데몰과 수원역은 저절로 연결된다”면서 “1년 뒤면 철거할 가설 육교를 위해 무리하게 허락해줄 필요가 없고, 육교의 안전성도 담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두 기업 사이 이해관계사이에 수원시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수원시 관계자는 “수원역사는 애경의 사유재산이라 육교 건설에 관해 시 차원에서 지시를 내리기 곤란하다”면서 “롯데와 애경 양측이 협의를 통해 원만하게 하게 해결하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