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교육부와 각 대학이 의대생들의 수업 거부에 대해 올해는 ‘학칙대로 대응’을 공언했지만 실제 복귀 학생수는 미미할 전망이다. 의대생 중 상당수는 “제적 당하면 재입학하면 된다”라는 인식 마저 깔려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오는 21일 연세대·고려대를 시작으로 각 대학이 제시한 복귀 시한이 도래하면서 이번 주 후반이 향후 의대생 복귀 여부를 가늠할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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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이데일리 취재를 종합하면 의료계 내부에서는 의대 학장과 교수를 중심으로 의대생 복귀가 하루빨리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학생 복귀가 늦어지면 수업을 받아야 하는 학생이 늘어나 의대 교육 환경이 나빠져서다. 의료계가 정원 증원 정책이 교육 환경을 악화시킨다며 문제점을 지적해왔는데 학생 미복귀는 이러한 교육 환경 악화를 부채질한다는 주장이다. 이종태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 이사장은 “학생들이나 전공의들이 복귀하지 않는 것은 국민 의료의 질적인 부분을 지속 가능하게 하기 위한 행동인데 2년째 이렇게 나가 있으면 역설적으로 그걸 훼손하게 되는 문제가 생긴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의대생과 전공의들 중 일부 강경파는 휴학과 미복귀를 통한 투쟁을 주도하거나 독려하는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복귀자를 ‘배신자’로 규정해 명단을 회람하는가 하면 일부 대학 학생은 복귀자를 동료로 생각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건국의대 본과 3학년 학생 일동은 최근 입장문을 통해 “복귀자를 더는 동료로 간주하지 않고 앞으로 모든 학문적 활동에 참여할 수 없다”고 발표했다. 이러한 강경파 학생들은 ‘지금 무너지면 정부의 부당한 정책 입안 행태를 막을 수 없다’는 판단 속에 미복귀·이탈자에 대한 공격을 이어가고 있다.
문제는 의대 교수와 의대생·전공의의 대치 구도가 ‘세대갈등’으로 이어지고 있는 점이다. 전공의와 의대생들은 의대 교수가 기득권을 가진 존재로 정부 편에 서서 착취하는데 앞장서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이 최근 페이스북을 통해 “후배들에게 더 나은 교육 환경을 물려줘야 할 텐데 학장이라는 자는 오히려 정부 권력에 편승해 제자들을 시궁창에 빠뜨리려 하고 있다”고 언급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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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학교 측은 학생들에게 강압적인 모습으로 비치지 않게끔 최대한 배려하는 분위기다. 고대의대 관계자는 “지금의 제적 예고가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학생들이 수업에 돌아올 수 있도록 조심스럽게 독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교육부 역시 학생들이 늦어도 이달 말까지는 돌아와야 분리 수업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미복귀 시에는 학칙대로 처리할 수밖에 없다는 점도 다시 한번 강조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2024학년도와 달리 2025학년도에는 특례가 없고 학칙에 따라 처리될 수밖에 없기에 의대생들이 꼭 돌아올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하지만 의대·정부 측이 복귀 데드라인을 공표하며 학생 복귀를 독려하고 있지만 이들의 복귀 가능성은 희박하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준혁 의원이 내놓은 ‘2025학년도 1학기 의대 학생 휴·복학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17일 기준 8개 거점 국립대(강원대·경상국립대·경북대·전북대·전남대·부산대·충남대·충북대) 복학 신청 인원은 291명에 그쳤다. 전체 정원(4943명)의 5.8%만이 복학했다. 사립의대를 포함한 대부분의 의대 또한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편 일부 의대생들은 제적 이후 다른 의대에 재입학하는 방안을 고려하거나 이미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적 후 다른 의대에 입학하는 데 따른 불이익이 없어 이른바 ‘의대 갈아타기’를 시도하는 셈이다. 익명을 요구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미 일부 학생들은 지난해 휴학 기간 입시를 치러 2025학년도 신입생으로 재입학했다”면서 “제적되면 다시 입학하면 된다는 생각이 많은 듯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