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1위 이동통신 사업자 텔레포니카도 2030년까지 ‘폐기물 제로’를 목표로, 디지털 인프라 폐기물 순환경제를 구축하고 있다. 이 같은 전략 아래 지난해 네트워크 장비 31만4000개를 재사용했고, 폐기물의 97%를 재활용했다. 지난 2022년에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마켓플레이스 마이아(MAIA)를 열고 네트워크 장비 중고 구매와 판매에도 동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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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는 디지털 인프라 분야 기후 대응 규제 및 지표(EC)를 마련했다.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은 타산업의 디지털화를 도와 탄소를 줄이는 역할을 하고 있지만, 산업 자체의 탄소 배출량 증가폭이 커 적절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전기전자공학자협회(IEEE)에 따르면 이동통신사들의 탄소배출은 현재 글로벌 총 배출량의 1.6~2% 수준이지만 2030년에는 8%까지 폭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밖에도 데이터센터와 통신 네트워크의 에너지 소비, 자원 순환 관련 환경 발자국 측정 공통 지표를 발굴하고 통신업계가 2025년까지 의무화된 행동지침(CoC)을 수립하도록 했다. EU의 발 빠른 제도 완비로 프랑스와 벨기에의 이동통신사들은 자원순환 우수 사례로 언급되고 있다.
국제전기통신연합(ITU)도 디지털 인프라 자원순환과 관련된 국제표준을 다수 개발·공표하고 회원사들에게 준수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여기에는 △ICT 물질 효율성 정의 및 개념 △ICT 네트워크 인프라 자원효율 평가(서버·스토리지 해체 지침) △전자 폐기물 자원순환업체에 대한 가이드라인 및 인증체계 △기지국 전자 폐기물 유해물질 관리 △ICT 천연자원 리사이클링 절차 등의 표준이 포함돼 있다.
ITU는 또 이동통신 기지국 폐기물을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따라 4개 유형으로 분류했다. 디지털 인프라 폐기물의 유해성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안전한 처리를 권고하는 의미다. 실제 국제 환경보호단체 그린피스는 오분류·오처리된 전자 폐기물을 환경 위협의 주범으로 지목하고 있다. 매립지에 납, 카디움, 수은 등 유해물질이 검출되는 요인 중 70%가 전자폐기물이라고 분석했다.
국제 사회가 디지털 인프라 기업에 자원순환 책임을 부여하고 있는 만큼 국내 IT 기업들도 디지털 인프라 폐기물 처리 방식에 변화를 줄 때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이동통신 3사가 나란히 2050년까지 탄소배출 제로화를 목표로 내건 것을 포함해, 국내 IT 기업들도 ESG 경영에 나서고 있지만 디지털 인프라 자원순환은 아직 미흡하다는 평가가 높다.
장항배 중앙대 산업보안학과 교수는 “여러 국내 데이터센터를 직접 찾아가 확인한 결과 전자폐기물도 일반 폐기물처럼 무게를 달아서 처리업체에 판매하고 있었다”며 “심지어 입찰 금액을 낮춰 낸 처리 업체가 폐기물을 가져가 분류 작업도 제대로 거치지 않고 태워버리는 경우가 많아 심각한 환경 문제를 야기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