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재식 숭실사이버대 환경안전공학과 교수는 22일 서울 중구 장충동 서울신라호텔에서 ‘인구절벽 넘어, 지속가능한 미래로’를 주제로 열린 ‘제14회 이데일리 전략포럼’에서 이같이 밝혔다. AI에 감정이 없다는 점에서 더 편안한 돌봄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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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 교수는 저출산율보다 노인인구 증가를 심각한 인구 문제로 꼽았다. 전근대 사회까지만 해도 인구 감소는 빈번히 일어났다는 것이다. 반면 노인인구 비중이 젊은층보다 많아지는 시대는 단군이래 경험해 보지 못했다는 게 곽 교수 진단이다.
노인 인구 증가는 노인 돌봄 문제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한국 기대수명은 1970년 62세에서 2021년 84세로 높아졌고 앞으로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 한국의 생산가능 인구가 노년을 부양하는 데 차지하는 비중(22%)은 유소년부양비 비중(17%)을 이미 넘어섰다.
곽 교수는 노인에 대한 돌봄 노동 수요를 AI를 접목한 로봇 기술이 충족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노인을 돌볼 땐 AI가 인간보다 많은 강점이 있다고 분석했다. AI엔 감정이 없다는 점에서다.
곽 교수는 “거동이 불편한 분들을 도와주는 요양보호사들이 친절하고 헌신적이어도 막상 보호사들을 어려워한다는 설문조사가 있다”며 “이는 상대(요양보호사)도 인격을 가졌기 때문”이라고 했다. 사적인 일을 대신 해주는 상대 마음을 살피게 되고, 이 과정에서 미안함이나 부끄러움을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상대 감정을 헤아릴 필요가 없는 AI의 돌봄 서비스를 받을 때 더 편안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막상 노인에게 필요한 돌봄 인프라는 부족하다고 곽 교수는 꼬집었다. 그는 “노인은 많지만 그들에게 필요한 돌봄 노동과 서비스 면에서 사회문화적으로 갖춰 놓은 게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갑작스러운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돌봄 노동 수요와 공급 격차를 메우기 위해 AI 기술에 역할을 기대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취약계층 위해 AI 활용해야”
곽 교수는 AI 기술이 등장했지만 AI가 세상을 바꾸는 속도는 과거보다 떨어질 수 있다고 했다. 평균 연령이 높아지면서다. 그는 2020년대에 트로트가 인기를 끌고 있는 점을 예로 들었다. 곽 교수는 “1990년대 초반만 해도 30년 후 어떤 음악이 나올지 상상을 펼치곤 했지만, 정작 트로트가 다시 돌아왔다”고 했다.
이는 사회 중심이 젊은층이 아닌 중장년층으로 넘어갔다는 점을 단편적으로 보여준다. 곽 교수는 이에 “인구 구조로 젊은 세대 목소리가 작아지기 쉽다”고 진단했다. 이러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그는 “더 적극적으로 젊은 세대 목소리를 들을 필요가 있다”고 했다. 청년층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때 AI 기술이 불러올 변화 속도도 맞출 수 있다는 게 곽 교수 설명이다.
AI 등장으로 일자리가 당장 사라지진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오히려 그는 “로봇을 사업장에 투입해도 인력을 자르는 일은 벌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그럼에도 회사들은 AI 기술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곽 교수는 강조했다. AI 기술을 적극 도입한 경쟁사와 비교해 경쟁력이 사라지면 도태될 수 있어서다.
마지막으로 곽 교수는 AI 기술을 ‘의식적으로’ 저소득층 등 사회 취약계층에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세계적으로도 AI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똑똑하고 큰 회사에 속한 계층”이라며 “의식적이지 않으면 AI는 높은 계층에만 활용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