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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재무부는 이날 이란의 핵·미사일·사이버·원유 관련 네트워크와 연결된 약 60개 기업과 개인, 선박을 제재했다. 아랍에미리트(UAE)와 홍콩, 중국, 싱가포르, 스위스, 유럽 등에 걸쳐 이란산 원유를 운송하는 ‘그림자 선단(shadow fleet)’을 지원해온 중개회사 네트워크도 포함됐다. 이란으로 일부 송금을 허용해온 일반허가(general licenses)도 중단했다.
5개 분야 겨냥…“달러 시스템에서 퇴출”
이번 조치의 핵심은 개별 기업에 대한 제재를 넘어 이란 경제와 연결된 제3국 기업·금융기관까지 압박하는 데 있다.
미국은 디지털자산과 기술, 금, 항공, 해운 등 5개 분야를 잠재적인 2차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 베선트 장관은 이란이 원유를 밀수하고 기존 제재를 우회하기 위해 활용해온 중개자와 금융망을 이미 파악했다고 밝혔다.
특히 미국은 이란의 제재 회피를 한 치도 허용하지 않는 이른바 ‘제로 리키지(zero leakage)’ 원칙을 내세웠다. 베선트 장관은 “이란을 대신해 자금세탁을 돕는 모든 기업은 미국 달러 시스템에서 제거될 것”이라며 “이란산 원유를 돈으로 바꾸고 그 돈이 탄압에 사용되도록 돕는 생태계의 일부라면 제재 대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미국은 제3국에 즉각 제재를 가하기보다 먼저 거래를 끊을 시간을 주기로 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각국 정상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이란과의 특정 거래를 중단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미 재무부와 국무부, 군 당국도 각국 정부와 접촉해 미국이 요구하는 조치와 이행 시한을 전달하고 있다.
베선트 장관은 구체적인 시한을 공개하지 않으면서도 “시간이 무한정 있는 것은 아니다”며 “시계는 이제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발표를 즉각적인 전면 제재가 아닌 일종의 ‘경고 사격(warning shot)’이라고 설명하면서도 후속 제재가 빠르게 이뤄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번 주 안에 주요 기관 한 곳을 추가 제재할 방침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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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변수는 중국이다. 중국은 오랫동안 이란산 원유의 최대 구매국이었다. 미국이 중국 대형은행이나 해운기업에 강력한 2차 제재를 적용하면 미중 경제관계에도 상당한 파장이 불가피하다.
미국은 이날 중국 대형은행을 직접 제재 대상으로 발표하지 않았다. 다음 달 미중 정상회담이 예상되는 가운데 중국의 핵심광물 수출 제한 등 보복 가능성도 미국이 고려해야 할 변수다.
베선트 장관 역시 중국 은행 제재 여부를 묻는 질문에 특정 국가를 거론하지 않았다. 대신 “누구도 미국 제재의 범위 밖에 있지 않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싶다”며 “누가 관련돼 있는지 우리는 알고 있고 그들도 자신들이 누구인지 알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우선 비공개 외교를 통해 각국의 자발적인 이란 거래 중단을 압박한다는 방침이다. 베선트 장관은 지난주 이란과 무역·금융 거래를 중단한 UAE를 거론하며 “광범위한 국가들이 비슷한 행동을 하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란 굴복할까…호르무즈 보복 위험도
관건은 경제적 압박이 이란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낼 수 있느냐다. 이란은 이미 수십 년간 미국의 제재를 견뎌왔고 주요 제재 대상 상당수가 기존 제재망에 포함돼 있다. 이란 측은 미국의 항구 봉쇄로 원유 수출이 사실상 중단됐다고 밝힌 상태다.
이 때문에 이번 전략의 성패는 새로운 제재 대상의 숫자보다 중국 등 제3국이 실제로 이란과의 거래를 얼마나 끊느냐에 달릴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예고대로 주요 금융기관에 대한 2차 제재를 본격화할 경우 이란의 국제 금융망 접근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
반대로 제재가 군사적 긴장을 다시 높일 위험도 있다. 이란은 미국의 ‘경제전쟁’에 동참하는 국가를 적대행위에 가담한 것으로 간주하겠다고 경고하고 있다. 경제적 압박이 계속되면 호르무즈 해협과 페르시아만을 통한 원유 수송을 전면 차단하겠다는 위협도 내놨다.
미국과 이란은 최근 수주간 상대방 군에 대한 직접 공습을 자제하고 있지만 공식 대면 종전협상은 지난 6월 이후 중단된 상태다. 아심 무니르 파키스탄 육군참모총장이 이날 테헤란을 방문했고 25일에는 오만 외무장관도 이란을 찾는 등 중재 움직임은 이어지고 있다.
결국 미국은 군사적 압박에서 한발 더 나아가 ‘이란과 거래할 것인가, 미국 금융시스템에 접근할 것인가’라는 선택을 제3국에 요구하는 단계로 들어갔다. 앞으로의 첫 번째 관전 포인트는 미국이 이번 주 예고한 주요 기관 추가 제재다. 두 번째는 중국을 비롯한 이란의 주요 교역국들이 미국의 요구를 얼마나 받아들이느냐다. 제재가 이란의 협상 복귀를 이끌어낼 경우 종전의 돌파구가 될 수 있지만, 이란이 호르무즈 통항 제한으로 맞설 경우 국제유가와 글로벌 공급망을 다시 흔드는 확전 요인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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