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1~2만원으로도 한우 사육 사업이나 미술품에 투자할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 금융당국의 허가 하에 투자계약증권 발행이 가능해지면서다. 미술품과 한우는 새로운 투자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올해 초 시장은 뜻밖의 반전을 보였다. 미술품과 한우 기반 상품 간 청약률 성과가 엇갈리기 시작했다. 조각투자시장의 수요를 파악할 수 있는 지표인 투자계약증권 청약률은 낮을수록 해당 기초자산에 대한 시장의 관심도가 떨어짐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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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 투자계약증권의 평균 청약률은 103%를 기록했다. 미술품 투자계약증권의 평균 청약률은 45%로 집계됐다. 투자계약증권 발행사로는 △스탁키퍼(뱅카우) △투게더아트 △열매컴퍼니(아트앤가이드) △서울옥션블루 △아티피오 등이 있다.
한우 조각투자 플랫폼 뱅카우 운영사 스탁키퍼는 지난 2월 3호 투자계약증권 발행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청약률을 살펴보면 △3-1호 101% △3-2호 105% 등을 기록했다. 지난해 진행한 1호, 2호 투자계약증권 발행에서도 모두 완판에 성공한 바 있다.
미술품을 기초자산으로 한 투자계약증권도 다수 발행됐다. 그러나 청약률은 △투게더아트 7호 53.82% △열매컴퍼니 4-1호 50% △열매컴퍼니 4-2호 37% △열매컴퍼니 4-3호 45% △아티피오 39.34% 등으로 한우 상품에 비해 다소 저조한 모습을 보였다.
◇ 청약률 격차 원인 ‘기초자산 청산 리스크’
청약률 격차의 이유로는 기초자산 청산 리스크가 꼽힌다. 발행사는 기초자산의 가치가 오르면 매각을 통해 증권을 청산한다. 여기서 나오는 매각 차익을 투자자에게 분배하면 투자자들은 투자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증권 청산이 원활하게 이뤄지면 투자자는 투자 기간과 수익 실현 시점을 정확히 예측 가능하다. 반대로 청산 시점이 명확하지 않을 경우, 투자금이 장기간 묶여 있을 수 있어 투자 매력도가 낮아진다.
한우는 투자 기간은 약 18~24개월이다. 해당 기간 이후에는 투자금 회수가 가능해 청산 리스크가 적은 편이다. 전국에 약 60여 개의 한우 경매장이 있어 시기에 맞춰 청산할 수 있다. 미술품과 같이 특정 구매자를 기다려야 하는 자산과 달리 안정적인 청산이 가능함을 의미한다.
반면 미술품은 시장의 변동성이 큰 편에 속한다. 일부 작품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가치가 크게 상승하지만, 일부는 가치가 하락하기도 한다. 이러한 변동성이 기초자산 청산 시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 적절한 구매자를 찾는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정확한 청산 시기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이 투자 매력도를 낮추고 있단 분석이다.
◇ 호황기 한우 시장…침체기 미술품 시장
기초자산의 시장 현황도 청약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우 시장은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미술품 시장은 경기 침체 영향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한우의 가격은 10년 이상 오르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농업전망 2025’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한우 도매가격은 kg당 1만8500원 수준으로 전년 대비 소폭 상승할 것으로 예상돼 꾸준한 상승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반면 미술품 시장은 경기 침체의 영향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24년 국내 10개 미술품 경매사의 온·오프라인 경매 낙찰 총액은 약 1151억 원으로 전년 대비 25% 감소했다. 낙찰률 또한 46.4%로, 2021년 호황기(67.5%)와 비교해 현저히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미술품 조각투자사 관계자는 “경기 불황으로 소비 심리가 위축됐고 고금리로 인한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커지고 있다”며 “미술품의 높은 가격 변동성과 유동성 부족 및 거래의 어려움 등이 침체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선 투자계약증권 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조속한 법제화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투자계약증권 유통 시장이 열릴 경우 유동성과 접근성이 개선된다는 이유에서다.
조각투자업계 관계자는 “STO(토큰증권발행) 법제화를 통해 투자계약증권 유통 시장을 개방해야 한다”며 “유통 시장이 열리면 투자금 회수 불가능성과 투자 기간에 대한 부담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시장의 유동성과 접근성이 혁신적으로 개선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