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 대표는 “연 2.28%의 금리로 5억원을 빌리고 잠재전환 지분율도 대출금액의 5%(2500만원)에 불과해 경영권 방어도 성공했다”며 “시기에 잘 맞춰 매칭이 잘 됐다”고 말했다.
대출이 쉽지 않은 스타트업 100여개 기업이 올해 중진공에서 투자조건부융자를 통해 370억원을 2% 초반 금리로 조달(승인 기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초기 스타트업 돈줄이 20% 마른 상황에서 투자 이외의 새로운 젖줄이 또 하나 마련된 것으로 풀이된다. 현장에서는 기업당 대출금액을 좀 더 늘려야 한다는 요청도 나온다.
7일 중진공에 따르면 올해 시작한 투자조건부융자 실적(승인 기준)이 9월말 현재 103개사·370억원으로 집계됐다. 스타트업 1개당 평균 3억 7000만원 정도의 대출금이 투자조건부융자를 통해 승인된 셈이다. 실제 9월말까지 집행된 금액은 285억원이다. 승인 기준으로 기업당 평균 금리는 2.4%로 나타났다. 중진공 상품 중 최저 수준이다. 중진공이 금리는 낮추는 대신 얻는 신주인수권(warrant, 워런트, 신주를 받을 수 있는 권리)은 융자금액의 5% 이내로 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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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말까지 투자조건부융자는 주로 초기 기업에 나갔다. 중진공 관계자는 “7년 미만의 초기 기업이 87% 정도”라며 “올해 3년 미만 초기 스타트업 투자가 많이 줄었기 때문인지 시드나 프리A 기업 등이 많이 몰린 것 같다”고 했다. 중기부의 올해 상반기 벤처투자 현황을 보면 신규 투자는 전년동기대비 19.3%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초기 3년 이하 피투자기업 금액은 19.6% 줄면서 투자 비중도 18.4%로 8.8%포인트 줄었다.
중진공은 주로 기술사업성과 성장가능성이 높은 혁신성장 유망기업에 자금을 지원했다. 바이오와 헬스, 서비스 플랫폼 분야 및 빅데이터와 AI 등 초격차, 신산업분야 지원비중이 58% 수준이다. 지역 배분에도 중진공은 신경을 써 수도권과 지방에 각각 50%씩 배정했다. 수도권은 현재 모두 승인이 완료됐고 지방만 남아 11월에는 자금 승인이 모두 끝날 전망이다.
현장에서는 대출금 증액에 대한 목소리가 나온다.
벤처캐피털업계 한 관계자는 “투자조건부융자의 기업당 대출금액이 평균 5억원이 안돼 벤처의 대출 수요를 온전히 충족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코스닥 시황도 좋지 않기 때문에 공격적으로 투자를 하기도 어려워 대출을 알아보는 스타트업이 많은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중진공 관계자는 “정책 자금의 특성상 형평성 차원에서 한 곳에 자금을 집중하기가 쉽지 않은 데다 올해 처음 상품을 시작한 영향이 있다”며 “초기 기업에 큰 금액을 집행하기 어려운 면도 있었지만 일반 (중진공) 대출 평균 금액에 비하면 2배 정도는 된다”고 설명했다. 중진공은 이와 함께 기업 부담 완화 차원에서 후속투자 유치시 무조건 상환해야 하는 자금 규모를 현재 투자금액의 20%에서 대출금액의 20%로 낮추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다.
투자조건부융자를 받은 한 기업 대표는 “투자조건부융자가 단발성으로 끝나지 않고 사후에도 지속적으로 성과에 대한 모니터링을 통해 지원이 추가로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석진 중진공 이사장은 “스타트업이 데스밸리를 극복하고 창업 초기 이후에도 후속투자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벤처투자 지원제도를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면서 “투자조건부융자 등 중진공의 투융자 지원제도를 통해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