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10 총선에서 야권이 대승한 것에 대해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최근 이데일리와 진행한 인터뷰를 통해 “윤석열 대통령을 평가한 선거”라고 규정했다. 야권이 잘해서 한 승리가 아닌 ‘반사이익’을 통해 얻은 승리였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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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이 대중의 시선에서 물러선 상황에서 새로운 평가 대상은 이 대표와 민주당이 됐다. 민주당이 다수 의석을 확보한 만큼 정국을 주도하거나 차기 대권과 관련해 가장 두드러지게 드러난 사람이 이 대표이기 때문이다.
강 교수는 “이 대표는 이제 진짜 시험대에 올랐다고 볼 수 있다”며 “국정운영과 관련해 큰 그림을 풀어내는 역량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서 지난 (윤 대통령 집권) 2년처럼 거부권을 유도하는 ‘반대를 위한 반대’류의 정책을 민주당이 남발하게 되면 다음 선거에서 또 (기류가) 바뀔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야권 승리에 한 축을 차지한 조국혁신당에 대해서는 “윤 대통령 심판용, 즉 ‘일회용’으로 필요했던 것”이라고 냉정하게 규정했다. 강 교수는 “조 대표가 사라지면 구심점도, 정체성도 없다”며 “국민이 분노를 표출하는 대상으로서의 조국혁신당 역할은 끝났다. 그 이후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할 시점”이라고 했다.
총선에서 패배한 여당에 대해서 강 교수는 “보수는 이대로 가면 망할 것 같다”며 “보수가 옛날 얘기만 하는데,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강한 어조로 경고했다. 이번 총선 결과 국민의힘은 지역적으론 ‘영남당’, 세대적으론 ‘노인당’인 특성을 보인 것에 더해 계층적으론 ‘부자당’의 특징까지 더해졌다.
강 교수는 “이 이미지가 고착되면 외연이 확장될 수 없는데 보수는 다른 얘기를 하지 않고 있다”며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이 고민하는 문제에 대해 ‘우리가 좀 더 잘 해결해줄 수 있다’,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대안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을 제시해줘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여당에는 변화 가능성이 남아 있다고 봤다. 총선을 기점으로 수직적 당정관계를 개선해 대통령실과 긴장관계를 형성하면 ‘집권당’으로서의 면모를 보일 수 있을 것이란 설명이다.
윤 대통령은 집권 후반기에 접어들며 조기 ‘레임덕’(임기 말 권력 누수 현상)을 맞을 가능성도 있다. 강 교수는 이에 대해 “지지도가 떨어진 대통령은 여당 입장에서는 불편한 존재”라며 “여당이 전폭적으로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을 가능성이 많다”고 봤다.
한편 강 교수는 양당이 중도 확장적인 정책을 펴야 한다고 당부했다. 강 교수는 “지금까지는 양당이 각자의 지지층만 보는 ‘원심적인 형태’의 경쟁을 계속 했다”며 “강성 지지층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상황이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에, 어느 당이든 차기 선거를 향해갈 때는 ‘구심적 경쟁’이 중요해질 수 있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렇다면 (양당이) 타협하고 합의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아질 것”이라며 “장기적으로는 좀 더 건강한 다당적 형태가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