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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문학상 올해도 깜짝 수상자 나올까

채상우 기자I 2017.09.28 06:00:00

래드브록스 시옹오·하루키·애트우드 유력후보 꼽아
"노벨문학상 다양성 추구…예상못한 결과 나올 수도"
촛불집회 참가한 고은 노벨문학상 취지부해해 기대

영국 도박사이트 래드브록스에서 유력한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꼽은 응구기 와 시옹오(왼쪽부터), 무라카미 하루키, 마거릿 애트우드(사진=이데일리DB).


[이데일리 채상우 기자] 올해 노벨문학상은 누구 품으로 돌아갈까. 매년 노벨상 시즌 중 목요일 발표하는 관례에 따라 올해 노벨문학상은 이르면 10월 5일 늦어도 10월 12일에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에는 미국 포크가수 밥 딜런(75)이 파격적으로 수상하면서 ‘문학영역을 확장했다’ ‘노래가사도 문학이냐’ 등의 적잖은 논란을 불러오기도 했다. 올해의 유력한 후보작가로는 응구기 와 시옹오(79), 무라카미 하루키(68), 마거릿 애트우드(78) 등이 꼽힌다. 하지만 지난해와 같은 파격이 올해도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빅3 시옹오·하루키·애트우드

영국 도박사이트 래드브록스는 올해 가장 유력한 수상 후보로 시옹오를 꼽는다. 1886년 설립한 래드브록스는 매년 노벨문학상 수상 후보들의 배당률을 공개하는데 적중률이 높기로 유명하다.

배당률 4대 1인 시옹오는 식민지 개척 등 제국주의를 비판했으며, 아프리카의 부패한 정치를 풍자하는 등 아프리카 현대문학의 거장으로 손꼽힌다. 대표작으로는 수감 중에 쓴 소설 ‘피의 꽃잎’(1977)이 있다. 당시 정치권을 풍자하는 희곡을 썼다는 이유로 수감된 시옹오는 신식민주의에 신음하는 민중의 삶을 ‘피의 꽃잎’에 담았다. 이밖에도 반식민주의 내용을 담고 있는 소설 ‘마티가리’(1987), 영국으로부터 독립하기까지 고통스러웠던 케냐의 역사를 돌아본 소설 ‘한 톨의 밀알’(1967) 등이 있다.

꾸준히 노벨문학상 수상 후보로 거론되는 일본 작가 무라카미는 2위에 올랐다. 초창기에는 다소 가볍고 대중적인 세계관으로 노벨상과는 거리가 있지 않으냐는 평도 있었다. 하지만 최근 무라카미가 사회적 발언을 늘리고 신작 ‘기사단장 죽이기’에서 난징대학살과 동일본대지진을 다루면서 노벨상 수상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해석도 있다.

소설뿐 아니라 아동문학과 오페라대본까지 두루 섭렵하는 폭넓은 작품세계로 유명한 캐나다 작가 애트우드는 배당률 3위를 차지했다. 애트우드의 대표작으로는 2000년 맨부커상을 수상한 소설 ‘눈먼 암살자’(2000)가 있다. 사회문제에 관심이 깊어 통제되지 않는 기술에 대한 우려를 담은 장편 ‘인간 종말 리포트’(2004)를 쓰기도 했다. 또한 여성인권에도 관심이 많아 캐나다 최초의 페미니스트 작가로도 인정받는다.

지난해 노벨문학상을 수상해 미국 포크가수 밥 딜런(사진=이데일리DB).


◇깜짝 수상자 가능성은

사실 밥 딜런이 비문학계 첫 수상자는 아니다. 밥 딜런(76)을 포함한 114명의 역대 노벨문학상 수상자 중 3대 문학장르인 소설과 시, 극작 외 수상자는 총 8명이다.

독일 역사가 테오도어 몸젠(1902), 독일 철학자 루돌프 오이켄(1908), 프랑스 철학자 앙리 베르그송(1927), 영국 철학자 버트란드 러셀(1950), 영국 정치인 윈스턴 처칠(1953), 프랑스 철학자 겸 소설가 장 폴 사르트르(1964), 벨라루스의 르포작가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2015)다.

특히 처칠이 ‘제2차 세계대전 회고록’(1953)으로 수상했을 때에는 승전국에 대한 정치적 배려가 아니냐는 논란이 있었을 정도로 많은 사람이 의아해했다.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선정하는 스웨덴 한림원은 “역사가이자 웅변가로서 처칠이 보여준 탁월한 문학적 가치를 높이 평가했다“고 해명해야 했다.

문학전문가들은 올해도 변수가 있을 수 있다고 예상한다.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는 “최근 노벨문학상 수상 흐름을 보면 소설·시·극작 외 분야에서 수상자를 찾고 있는 분위기”라며 “스웨덴 한림원이 문학의 다양성을 추구하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장 대표는 “지난해 수준의 파격적인 결정을 하지는 않겠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순수문학 외 분야에서 수상자가 선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시인 고은이 지난달 1일 전북 전주시 완산구 한국전통문화전당에서 열린 ‘2017 대한민국 독서대전’에서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고은은 올해도 노벨문학상 수상 후보로 거론된다(사진=연합뉴스).


◇“고은 올해 절호의 찬스”

무라카미 하루키와 함께 해마다 노벨문학상 후보로 물망에 오르는 한국 시인 고은(84)에게는 올해가 최고의 기회라는 분석도 있다. 정치·사회적으로 영향을 미친 작가에게 수상을 하는 노벨문학상 경향과 맞아 떨어지기 때문이다.

장 대표는 “올해가 고은에게는 마지막이자 최고의 기회가 될 수 있다”며 “한국의 민주주의를 대변하는 촛불집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민주주의를 되찾기 위한 글을 쓴 게 가장 큰 이유”라고 분석했다.

고은은 최근 동료시인 60명과 함께 촛불집회를 지지하는 시집 ‘천만 촛불 바다’(실천문학사·2017)를 출간하기도 했다. 박근혜 정부 블랙리스트에 포함되기도 한 고은은 “시민들이 자신의 삶을 바꿔야겠다는 순수한 개혁 의지가 느껴졌다”며 “촛불집회는 순수하고 아름다운 하나의 예술”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래드브록스에서 고은의 배당률은 16대 1로 10위에 올라 있다. 대륙별로 수상자를 안배하는 노벨상 관행도 고은의 수상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이진희 은행나무 편집주간은 “매년 수상작가를 대륙별로 안배하는 노벨상의 관행을 고려하면 올해는 아시아나 제3세계 작가가 상을 받을 확률이 높아 상대적으로 고은에게 유리한 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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