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찻길 옆 책산책길~"…'경의선 책거리' 가보니

김용운 기자I 2016.10.31 06:06:00

28일 개장한 서울 동교동 ''경의선 책거리''
홍대입구역서 신촌 와우교까지
250m 폐철길에 볼거리 가득
문화·인문·아동 등 14개 부스
열차모형 테마별 작은서점 차려

서울 마포구 동교동 경의선 홍대입구역 6번출구에서 신촌 방향 와우교까지 250m 구간에 조성한 ‘경의선 책거리’가 지난 28일부터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갔다. ‘경의선 책거리’에 들어선 서점 부스(위쪽부터 시계방향)와 와우교 포토존에서 바라본 ‘경의선 책거리’ 전경, 와우교 교각 밑에 설치한 출판 관련 포스터 전시벽(사진=한국출판협동조합·김용운 기자).


[이데일리 김용운 기자] 철길은 끊겼다. 주변은 황무지처럼 피폐하다. 그래서 지혜를 모았다. 모두가 누릴 수 있는 문화공원으로 만들자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예전 기차가 다니던 철길 주변을 가꾸기 시작했다. 뉴욕의 센트럴파크처럼 도심 속에서 편하게 산책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그러자 사람들이 모였다. 다시 궁리를 했다. 인근에는 출판사와 인쇄소가 몰려 있다. 하지만 정작 서점은 드물다. 오고 가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책을 접할 수 있는 공원을 조성하는 건 어떨까. 추진은 쉽지 않았다. ‘공유지’에 대한 생각이 저마다 달랐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결국 공원은 들어섰고 드디어 문을 열었다. 서울 마포구 동교동 경의선 홍대입구역 6번 출구에서 신촌 방향 와우교까지 연장 250m 구간에 조성한 ‘경의선 책거리’다.

◇청계천에는 헌책 홍대 앞에는 새책

지난 28일 개장식을 열고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간 ‘경의선 책거리’는 마포구 홍대 인근의 출판 인프라를 바탕으로 전국 최초로 지자체가 조성한 ‘책의 거리’다. 서울 청계천의 헌책방거리나 부산 보수동 헌책방 골목거리와 달리 마포구가 직접 추진해 만들었다.

책거리의 배경이 된, 서울역에서 출발해 수색을 지나 문산으로 가는 경의선 중 서울역~수색역 구간은 경의선 전철화와 함께 철로기능을 상실했다. 서울시와 마포구는 경의선 폐선로 부지를 ‘경의선 숲길’이란 이름의 공원으로 개발했고 ‘경의선 책거리’도 경의선 공원화의 일환으로 마련했다. 마포구에 3900여개의 출판사·인쇄소가 있고 이 중 1047개가 홍대 인근 동교동과 연남동, 서교동에 모여 있는 점에 착안했다.

‘경의선 책거리’ 지도(그래픽=이데일리 디자인팀)


‘경의선 책거리’의 가장 큰 특징은 공원 내 부스에서 자연스럽게 책을 접할 수 있고 구매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열차 모양의 부스는 총 14개로 각각 ‘문학산책’ ‘인문산책’ ‘아동산책’ ‘여행산책’ 등 각기 다른 테마를 내걸고 운영하는 일종의 작은 서점이다. ‘문학산책’ 부스를 운영하는 문학동네의 정민호 마케팅 부장은 “홍대 앞이 최근 1인 출판사와 독립서점, 출판사에서 운영하는 카페 등이 몰리면서 제2의 파주출판도시 같은 분위기가 됐다”며 “이런 상황에서 ‘책거리’를 조성한다는 소식에 입찰을 했고 문학 관련 책을 파는 ‘문학산책’ 부문 주관 출판사로 등록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정 부장에 따르면 지난 28일 개장한 후 29일 오후까지 약 1000여명의 독자와 시민이 부스를 둘러봤다고 한다. 판매량은 약 100권 내외. 이 부장은 “인근에 사는 마을주민이 가장 많은 관심을 보인다”며 “출판사에서 마련한 저자 강연프로그램도 경의선 책거리 내 강당에서 열 예정”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29일 ‘경의선 책거리’ 내 운영사무실 강당에서 연 소설가 성석제의 특강에는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성황을 이뤘다.

◇책 테마로 한 복합문화거리로 육성계획

출판사가 운영하는 각가의 부스는 별도의 주제를 달아 시민과 독자들이 관련 테마를 쉽게 찾을 수 있게 했다(사진=김용운 기자).
출판사가 운영하는 부스 외에 ‘시민이 사랑하는 책 100선’을 새긴 조형물, 텍스트를 형상화한 설치작품, 옛 서강역사를 재현한 미니플랫폼, 옛 철길을 그대로 보존한 폐철길을 비롯해 김경민 작가의 조각상 등 거리 곳곳에는 볼거리도 많다. ‘여행산책’ 부스를 운영하는 상상출판사의 조종삼 마케팅팀장은 “책을 테마로 한 거리답게 여러 조형물도 책과 연관된 주제로 세워 반응이 좋다”며 “홍대 앞을 찾는 이들이 자연스럽게 책에 관심을 가질 수 있는 분위기를 형성했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없지 않았다. 경의선 홍대입구역 5번 출구역 등 주변이 공사를 진행해 경의선 숲길과 바로 연결되지 않는다.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에서 내리면 환승로를 거쳐 경의선 홍대입구역 6번출구까지 약 300m를 걸어야 한다. 또한 책거리 주변에 편의시설도 많지 않고 주차도 여의치 않다.

29일 ‘경의선 책거리’에서 만난 대학생 김선희(23) 씨는 “책거리를 열었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와 봤다”며 “책을 테마로 한 공원은 아주 예쁘고 일반적인 서점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책도 많아 좋았지만 접근성이 좋은 편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동교동에 산다는 박선영(42) 씨는 “야외에 거리를 조성한 만큼 날이 추우면 유동인구가 많지 않을 듯 싶다”며 “그럼에도 유흥가로 전락한 홍대 주변에 이런 문화공간이 생겼다는 점은 대단히 반갑다”고 말했다.

앞으로 3년간 ‘경의선 책거리’를 운영할 한국출판협동조합의 김정연 감독은 “단순히 책을 소개하고 파는 서점거리가 아니라 책을 테마로 여러 즐길거리를 항시 운영하는 공간으로 활용할 계획”이라며 “이를 위해 입주한 출판사들과 연계해 요일별 특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책거리 내 야외무대를 활용한 공연 등도 마련해 책을 매개로 문화와 축제를 엮는 복합공간을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경의선 책거리’ 내 열차부스 전경(사진=한국출판협동조합).
‘경의선 책거리’ 전경(사진=한국출판협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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