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콜라스 질라니(Nicholas M. Giliani·사진) 아부다비 국립은행 투자은행그룹 공동대표는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다면서 현금을 비롯한 안전자산의 비중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세계전략포럼2012` 참석한 방한한 질라니는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주식과 채권, 현금 가운데 가장 안전한 자산은 현금이고, 상당기간 현금이 가장 우월한 지위를 점하게 될 것"이라면서 이 같이 말했다.
주식시장에 대해선 특히 비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그는 "페이스북의 IPO가 사상 최대의 실패작이 되면서 전체 주식시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유로존 위기와 글로벌 경기둔화 등과 맞물려 일반 투자자들이 발을 빼는 기폭제가 됐다"고 평가했다.
주식보다는 채권 투자가 더 낫다면서도 대표적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미국 국채에 대해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중국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이유에서다. 중국의 미국 국채 보유금액은 지난 3월말 현재 1조1700억달러에 달해 전 세계에서 가장 많다.
그는 "중국은 최근 채권자의 권리를 제대로 행사하겠다는 의지를 품고 있다"면서 "권리행사에 이어 급격한 자금회수에 나설 경우 국채가격 하락과 시장금리 상승으로 미국의 경기위축은 물론 재정상태가 더 악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질라니는 앞으로 식량과 에너지 통제가 우려된다면서 위기의 다음 진원지로 상품시장을 지목하기도 했다. 그는 "각국의 경제발전과 인구증가에 따라 상품 수요는 계속 늘어날 것"이라며 "한정된 식량과 에너지 확보를 위한 각국의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한국은 에너지 의존도가 높아 자원국에 대한 의존도가 더 커질 수 있다"면서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질라니는 세계 경제전망에 대해 "유로존 위기는 여전히 진행형이고, 글로벌 경제는 빠르게 둔화되고 있다"면서 "자본주의가 어떻게 전개될 지 모르는 상황에서 글로벌 유동성의 흐름을 예측하긴 쉽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많은 사람들이 세계 경제의 중심이 선진국에서 신흥국으로 이동할 것으로 보고 있지만 미국과 유럽이 중심축을 아시아와 브릭스에 내줄 지는 아직 확신할 수 없다"면서 유보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자본주의 재설계 논란에 대해선 "자본주의는 죽지 않는다. 변화하고 진화할 뿐"이라며 "다만 어떠한 형태로 어디서부터 어떻게 변화할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설명했다. 자본주의의 변화를 허물을 벗고 있는 뱀에 비유하기도 했다. 그는 "뱀이 낡은 허물을 벗고 새롭게 태어나듯 자본주의에도 새로운 피부가 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최근 전 세계 금융시스템이 매우 흥미롭게 변화하고 있다"며 "사이클의 변화가 아닌 시스템 자체의 변화라는 점이 특징"이라고 평가했다.
이번에 처음 한국을 방문했다는 질라니는 한국인의 부지런함과 우수한 교육시스템, 높은 저축률이 가장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인은 자신과 자녀의 미래를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민족"이라며 "이러한 민족성이 경제 펀더멘털을 단단하게 하는 원동력"이라고 칭찬했다. 다만 "대외무역 의존도가 높고, 내수시장이 작아 대외 변수에 따라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중동권 진출을 원하는 기업에 대해선 과도한 상업주의를 피하고, 중동시장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와 기술전수 등을 고려해볼 만하다고 권고했다.
그는 "상호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주체로 인식돼야 한다"며 "중동권에선 자신들이 필요로 하는 제조 기술력을 가진 기업들에 관심이 많다"고 소개했다. 윈-윈(Win-Win)이 가능한 구체적인 분야론 폐기물과 수자원 관리, 재활용, 저렴한 에너지 자원 제조 프로세스 등을 꼽았다.
◇ 니콜라스 질라니는
아부다비 국립은행의 투자은행 공동 책임자이며, 또 다른 중동 최대 은행인 아랍은행의 투자은행인 AB캐피털에서 이사를 맡고 있다. 펜실베이니아 와튼스쿨에서 재무와 부동산 전문 MBA를 취득했고 미국 시카고대학 중동연구센터에서 중동연구로 석사학위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