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도 프로페셔널"..·브로커·병원 '계약' 맺고 보험금 꿀꺽[보온병]

유은실 기자I 2024.01.27 09:11:00

광고계약 위장한 '환자알선계약'···'다단계형' 브로커 모집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데일리 유은실 기자] A병원은 지난 2019년 B병원홍보회사와 ‘홍보광고대행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이는 정상적인 ‘계약’이 아니였다. 사실은 환자를 알선한 뒤 매출액의 30%를 ‘알선비’로 수령한다는 ‘환자 알선계약’이었다. 보험사기를 합법적인 기업활동으로 위장하는 브로커 조직들의 새로운 수법이 수면 위로 드러난 것이다.

◇브로커·의사·환자 명확한 역할분담

브로커·병원·환자들의 역할 배분은 명확했다. 먼저 브로커 조직 대표는 병원홍보회사로 위장해 기업형 조직을 꾸렸다. B조직 대표는 보험설계사 또는 브로커 관리자를 통해 또 다른 브로커들을 모집하는 식으로 세를 확장했다. 사기꾼 모집에 ‘다단계 기업 방식’을 적용한 것이다.

또 이들은 전문적으로 환자를 모집해 병원에 알선하는 역할을 맡았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실손의료보험금 청구가 불가능한 약제를 처방받지만, 보험금 청구가 가능토록 해주겠다’고 홍보하며 다양한 루트로 환자를 모았다.

이번 계약의 핵심 플레이어인 A병원의 역할은 허위 서류 작성이었다. 보험대상이 되지 않는 보신제를 다른 치료제인 것처럼 진료기록부를 작성하고, 통원횟수도 부풀렸다. 실제 방문을 하지 않아도 마치 여러 번 진료한 것처럼 서류를 꾸민 것이다. 이렇게 진료기록부를 허위작성한 횟수가 1869회에 달했다.

환자들은 가장 중요한 ‘보험금 청구’를 실행했다. 브로커 안내에 맞춰 병원을 방문하거나, 병원에서 준 진료비계산서, 세부내역서 등 각종 서류를 보험사에 전달했다. 브로커 조직이 SNS를 통해 대규모로 환자를 모집한 탓에 이번 보험사기 계약에 연루 환자만 650명이 넘었다.

◇2020년 들어 보험사기 ‘산업화’

보험사기가 2020년 전후로 ‘산업화’ 되면서, 피해 금액도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보험사기 적발금액은 2018년 7982억원에서 2022년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했다. 1인당 평균 적발금액도 1000만원이 넘는다. 업계는 수십개의 전문적인 브로커 조직이 전국 단위로 활동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이에 국회도 최근 기업형 브로커 조직의 확산을 막기 위한 장치를 마련했다. 지난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보험사기방지특별법 개정안’이 통과하면서다. 보험업계는 이번 개정안이 ‘보험사기 알선·유인·권유·광고 행위’에 대한 처벌 조항을 담고 있는 만큼, 브로커 조직의 모집 수단이 약해지기를 기대하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SNS를 통해 공개적으로 보험사기 환자를 모집하더라도, 이에 대한 적절한 처벌조항이 없었다”며 “보험사기방지특별법 개정안 통과로 처벌 근거가 생겼다. 대규모로 환자를 불법 모집하는 행위가 줄어들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보온병은 보험사기의 행태를 통해 사회의 ‘온’갖 아픈(‘병’든) 곳을 들여다보는 동시에, 보온병처럼 세상에 온기를 불어넣어 주는 따뜻한 보험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