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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용운 기자] 우리나라에서 가장 발행부수가 많다는 일간지. 시사풍자만화가 어울릴 듯한 지면에 생경한 한 컷짜리 만화가 실리기 시작했다. 1997년 4월 처음 연재되기 시작한 ‘광수생각’은 신뽀리라는 캐릭터에 입힌, 영화의 한 장면 같은 참신한 구성과 감수성이 묻어나는 문장으로 서른도 채 안 된 무명의 만화가를 스타 작가로 만들었다. 3년 동안 연재된 이후 단행본으로 만들어진 ‘광수생각’은 IMF의 부침 속에서도 300만부가 팔리며 베스트셀러가 됐다.
어느덧 불혹과 지천명의 한가운데에 들어선 만화가 박광수(45)가 신작 에세이집 ‘어쩌면, 어쩌면, 어쩌면’(청림출판)을 내놨다. ‘광수생각’을 통해 서른이 채 되기도 전에 부와 명예를 가졌던 박광수는 이후 여러 곡절을 겪으면서 삶의 쓴맛을 겪는다. 특히 치매를 앓는 어머니를 간호하면서 삶을 보는 시선은 이전보다 한층 차분해졌다.
그래서인가. 책은 ‘광수생각’처럼 발랄하거나 새롭진 않다. 이미 알려진 이야기가 신선한 에피소드의 자리를 대신 채운다. 다만 삶의 희로애락을 크게 겪은 작가의 담담해진 목소리와 잘 짜인 편집이 책장을 넘길 때마다 소소한 위안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