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시장에서 단시간 안에 BYD가 국내 기업들에 타격을 줄 정도로 성공을 거둘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렸지만, 전문가들은 중국 완성차 업체의 ‘저가 공세’에 대응할 수 있는 명확한 해법이 없다는 데는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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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항구 자동차융합기술원 원장은 “이미 유럽 등 시장에서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이 중국에 밀리고 있는 걸 경험하고 있다”며 “일본 브랜드뿐 아니라 국내 업체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동남아시아 시장에서는 일본차 브랜드들이 시장 점유율 대부분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중국산 전기차의 거센 공세에 일본 완성차 업체의 점유율은 점차 줄고 있다. 지난해 태국 전기차 시장에서는 BYD, 네타, MG 등 중국 전기차 브랜드 점유율이 80%를 넘었다. 지난 6월 첫발을 디딘 인도네시아 시장에서는 4개월 만인 지난달 판매량 기준 6위로 올라섰다.
BYD는 올해 7~9월(3분기) 전 세계에서 차량을 113만대 팔아치웠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38% 증가한 수치다. 분기 기준으로 처음으로 판매량이 100만대를 돌파했으며, 미국 ‘빅3’ 완성차 제조업체 중 하나인 포드를 제치고 세계 6위 자리에 올랐다.
그런 상황에서 내년 1월부터는 한국 시장에서도 승용 전기차를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아토3’, 중형 세단 ‘씰’, 해치백 ‘돌핀’ 등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출시 직후에는 BYD 역시 공격적으로 나서기보다는 한국 시장의 상황을 지켜볼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 원장은 “BYD의 경우 모델 라인업이 많은데, 우선은 중저가 라인업 모델을 들여온 뒤 시장에서 반응이 어떨지를 보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며 “한국 국민감정 문제도 있기 때문에 BYD 역시 신중하게 움직일 것”이라고 했다.
문학훈 오산대 미래전기자동차과 교수는 “BYD의 경우 현재 미국을 제외하고는 해외시장에서 상당한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데, 유일하게 한국 시장만 그러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다만 처음부터 출혈을 감수하며 단기간에 점유율을 끌어올리려고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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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BYD가 본격적으로 한국 시장에서 성공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라인업을 확대해 나가더라도 뾰족한 수가 없다는 점이 문제다.
이미 정부는 올해부터 국산과 수입 전기차 간 보조금 격차를 확대하는 등 국산차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했다. 전기차에 탑재한 배터리 성능과 재활용 가치에 따라 보조금을 차등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하며 사실상 중국산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겨냥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정부 관계자는 “내년에도 고성능 전기차에 보조금을 더 지급하는 방향은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
이같은 정책도 중국산 전기차에 완벽히 대응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 원장은 “정부 입장에서 대놓고 중국산 전기차를 차별할 수 없는 상황에서, 보조금 차등 지급을 하더라도 중국산 제품이 가격 우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어려울 것”이라며 “결국 칼자루는 중국이 쥐고 있고 우리는 수세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도 “제작사 입장에서 전기차 상품성을 높이고, 서비스센터 등 고객 경험을 강화하는 것 외에는 중국의 물량 공세를 이길 방안이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현대차·기아 역시 최근 캐스퍼 일렉트릭, 기아 EV3 등 중저가 전기차를 시장에 출시하고 있는데, 이처럼 가격이 낮으면서도 중국산 전기차보다 긴 주행거리와 충전 성능 등 상품성이 높은 제품들로 정면승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LFP 배터리에 대한 규제 등 간접적인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에 비해 재활용이 거의 되지 않는 LFP 배터리가 들어간 전기차에 대해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 등의 규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이렇게 되면 중국 전기차 기업들의 비용 부담이 높아지면서 간접적으로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제재책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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