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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희 PD(전 MBC 콘텐츠 총괄 부사장)는 27일 서울 중구 더프라자호텔에서 열린 ‘2024 동아시아미래포럼’에서 한중일 3국의 자유롭고 자발적인 콘텐츠 교류를 위해선 MZ세대 등의 젊은 층이 주축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아시아 교류 협력 방안을 주제로 기조연설에 나선 김 PD는 이후 진행한 인터뷰에서 “문화 교류를 활성화하기 위해선 혐오가 아니라 배려와 존중이 바탕이 된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만들어야 한다”며 “동아시아가 공유하고 있는 우리만의 문화와 사고를 근저에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것이 차별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PD는 파격적인 시스템을 방송에 도입해 예능계를 선도했던 인물이다. 쌀집 아저씨·국민 PD 등의 별칭으로도 많이 불리며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그의 이런 배경에는 동아시아 국가와의 문화 교류가 있었다.
1995년 참가한 후지TV 일본 연수가 계기였다. 그는 “방송을 어떻게 만드는지 제작 시스템에서부터 그들의 문화를 배웠다”며 “직접 살아보지 않으면 모르는 것들을 느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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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방송계에 큰 전환점을 만든 문화 교류는 16년 후에도 이어졌다. 2011년 중국의 방송 제작진이 김 PD를 찾아왔다. 가수 서바이벌 ‘나는 가수다’로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던 김 PD는 “일본에서 연수하던 시절이 생각났다. 얼마나 값진 경험인지 알기에 중국의 제안을 받아들였다”고 전했다. 당시 중국 후난위성TV는 20명이 넘는 대규모 팀을 한국에 파견했다. 김 PD는 기술 전파뿐만 아니라 대륙을 오가며 중국판 ‘나는 가수다’를 총연출했고, ‘아빠 어디가?’ 연출 자문에도 참여했다.
35년 차 베테랑 방송쟁이인 김 PD는 “시대가 바뀌었다”며 “이제는 한중일 모두 선진적인 방송 시스템을 갖췄다. 시스템으로 우위를 가리던 시대는 지났다. 문화 교류의 장이 방송국·오프라인에만 국한되지 않는 시대”라고 짚었다.
누구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숏폼, 유튜브 등을 통해 실시간으로 콘텐츠를 제작하고 공유할 수 있는 교류의 장이 이미 갖춰졌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김 PD는 교류의 주체와 대상, 방식이 중요하다며 “MZ세대가 주목하는 것이 무엇인지가 중요한 시대다. 개개인이나 소집단·그룹에 맞는 타깃화된 콘텐츠를 아주 짧고 쉽게 제작해서 자유롭게 유통되게 해야 소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PD는 “이제 한중일 3국은 전 세계 콘텐츠를 선도하고, 해외 콘텐츠 시장을 겨룰 수 있는 입장이 됐다”며 “오랜 역사를 가진 동아시아만의 사상을 바탕으로 각자의 문화를 존중하고 배려할 때 그 시너지는 훨씬 클 것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화적 교류는 파급력을 가지며 경제적인 효과로 이어집니다. 교류를 통해 동아시아 3국이 성장하고 발전하다 보면 언젠가 우리가 세계를 주도하는 시대도 오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