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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5일 오전 국회 본청에서 열린 긴급기자회견에서 이명박·박근혜 전직 대통령의 사법처리와 관련해 대국민사과에 나섰다.
김 위원장의 사과는 지난 2016년 12월 9일 박 전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지 약 4년만이다. 김 위원장은 “대한민국의 전직 대통령 2명이 동시에 구속 상태에 있다”며 “탄핵을 계기로 우리 정치가 더욱 성숙하는 기회를 만들어야 했는데 민주와 법치가 오히려 퇴행한 작금의 정치 상황에 대해 책임을 느끼며 깊이 사과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지난 몇 번의 선거를 통해 국민은 우리 당에 준엄한 심판의 회초리를 들어줬다. 국민 뜻 겸허히 받들며 언제나 반성하는 자세로 임하겠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A4 용지 한 장이 넘는 분량의 사과문에서 용서· 사과 등의 단어를 무려 10여 차례 언급했다.
◇내년 4월 재보선 이전 중도층 외연 확장 필요성 강조
김 위원장은 비대위원장 취임 이후 지속적으로 대국민사과를 하겠다는 의향을 내비쳤다. 현재 재판 중인 박 전 대통령은 이른바 국정농단 사건,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상납 사건의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0년을 받고 대법원 최종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은 뇌물 등 혐의로 징역 17년형을 선고 받아 재수감됐다.
이날 사과는 보수정당이 배출한 두 전직 대통령의 과오를 반성하는 ‘대리사과’의 성격보다는, 탄핵 이후로도 혁신이 부족했다는 자성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당내 일부 반발을 무릅쓰고 김 위원장이 대국민사과를 강행한 것은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와 2022년 3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새로운 보수정당으로서 혁신을 이뤄내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극우 세력과 결별하더라도 선거를 앞두고 중도층 표심을 잡고 외연 확장을 하겠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이 이 같은 결단을 내린 배경에는 주호영 원내대표를 비롯한 당내 중진들과 원희룡 제주지사, 유승민 전 의원,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 차기 대권후보, 하태경·곽상도 현역 의원 등의 지지가 있었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대국민 사과에 대해 찬성한다면서도 “(반대 의견도) 내부적으로 조율돼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김기현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서 이번 대국민 사과와 관련해 “굴욕이 아니라 이 나라의 미래를 위한 용기 있는 진심”이라고 평가했다.
◇ 우리공화당, 국민의힘 당사 앞서 시위
반면 당내에는 이번 사과와 관련, 여전히 반대 기류가 흐르고 있다. 그간 두 전직 대통령과 관련, 대국민사과를 할 때가 아니라고 주장해온 서병수 의원은 이날 “비대위원장이 입을 열어 사과할 게 있었다면, 기업 할 자유를 틀어막고 말할 권리를 억압하고 국민의 삶을 팽개친 입법 테러를 막아내지 못한 것에 국민을 뵐 면목이 없다는 통렬한 참회이어야 옳지 않았을까”라며 우회적으로 김 위원장을 비판했다. 박대출 의원은 “안 하느니만 못한 사과가 됐다”며 “대통령 수감은 당의 배신이나 가짜뉴스, 왜곡, 선동 등 복잡하고 다양한 면이 있는데 이런 면을 간과해 단순한 잘못으로 치부했다”고 주장했다.
홍준표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실컷 두들겨 맞고, 맞은 놈이 팬 놈에게 사과를 한다. 이런 배알도 없는 야당은 처음 본다”며 “탄핵 사과는 지난 대선 때 인명진 위원장도 포괄적으로 했고 나도 임진각에서 한 바 있다. 이번 사과는 대표성도 없고 뜬금없는 사과”라고 지적했다. 박 전 대통령의 지지층인 우리공화당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소재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항의시위를 했다. 조원진 우리공화당 대표는 성명을 통해 “참으로 통탄하고 치솟는 분노를 참을 수가 없다”며 “자신들의 알량한 권력을 위해 배신을 밥 먹듯 하는 김종인과 탄핵 배신자들은 부끄러운지 알아야 한다. 이번 사과는 정의와 진실을 바라는 국민을 속이는 쇼”라고 주장했다.
반면 범여권에서는 김 위원장의 사과에 대해 개인의 사과가 아닌 진심 어린 국민의힘 전체의 사과이길 바란다는 반응을 보였다. 신영대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현안 브리핑을 통해 “김 비대위원장이 국민의힘 전신 정당에서 배출된 두 전직 대통령의 구속에 대해 국민레 사과했다”며 “오늘의 사과와 쇄신에 대한 각오가 실천으로 이어질 것을 기다리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