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테르' 이지혜 "펑펑 울며 연습한 '롯데', 연기 자양분 됐죠"

김현식 기자I 2025.01.23 05:30:00

뮤지컬 배우 이지혜 인터뷰
'베르테르' 25주년 공연 롯데 役
2013년 이후 12년째 작품과 인연
"설득력 있는 연기로 보답할 것"
3월부터 '지킬앤하이드'에도 출연

[이데일리 김현식 기자] 벌써 4번째다. 배우 이지혜(34)가 창작 뮤지컬 ‘베르테르’의 롯데 역으로 관객과 다시 만나고 있다.

괴테의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 원작인 ‘베르테르’는 2000년 초연 이후 25년간 12번의 시즌을 올린 스테디셀러다.

2013년 처음 이 작품에 합류한 이지혜는 4시즌 연속으로 롯데 역을 맡아 무대를 빛내는 중이다. 롯데 역 최다 캐스팅 배우인 그는 20일 이데일리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2020년 공연 이후 5년 만에 이뤄지는 새 시즌 공연이라 설렘이 크다”고 출연 소감을 밝혔다.

뮤지컬 ‘베르테르’에 롯데 역으로 출연 중인 배우 이지혜(사진=TOI엔터테인먼트)
‘베르테르’는 지난 17일 디큐브 링크아트센터에서 25주년 기념 공연으로 새 시즌을 시작했다. 이지혜는 첫 출연 회차(18일)를 성공적으로 마친 뒤 커튼콜에서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객석을 보니 눈물을 흘리는 관객들이 많았다”며 “공연을 기다려주신 분들이 많다는 게 느껴져서 뭉클했다”고 말했다.

‘베르테르’는 약혼자가 있는 롯데에게 사랑에 빠진 베르테르의 애절한 순애보를 다룬다. 롯데는 베르테르와 약혼자 알베르트 사이에서 고뇌하며 복잡한 내면을 표현해야 하는 캐릭터라 섬세한 연기력이 요구된다.

이지혜는 “첫 출연 때는 데뷔 2년차인 20대 초반의 신인이었기에 롯데 역이 큰 벽처럼 느껴졌다”며 “연기가 두려워져서 아침마다 펑펑 운 뒤 연습실에 가곤 했고, 무대에서는 사시나무 떨듯이 떨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조광화 연출을 비롯한 제작진이 많은 조언과 가르침으로 갈피를 못 잡던 저를 잡아줬다”면서 “시련을 딛고 이뤄낸 성장 덕분에 지금까지도 배우 길을 잘 걸어가고 있다”고 웃었다.

‘베르테르’는 오는 3월 16일까지 공연한다. 이지혜는 “이젠 롯데의 감정을 가슴 깊이 이해할 수 있다”며 “극장을 찾는 분들을 위해 설득력 있게 롯데를 그려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 작품을 ‘수채화’에 비유한 그는 “무채색으로 시작해 조금씩 색이 짙어진다”면서 “잔잔할 것만 같지만, 알고 보면 엄청난 불꽃이 튄다”고 관극 포인트를 짚었다.

뮤지컬 ‘베르테르’에 롯데 역으로 출연 중인 배우 이지혜(사진=CJ ENM)
뮤지컬 ‘베르테르’ 공연의 한 장면(사진=CJ ENM)
이지혜는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에서 펼쳐지는 ‘지킬앤하이드’ 20주년 기념 공연 합류도 앞두고 있다. 오는 3월부터 엠마 역으로 출연한다. ‘지킬앤하이드’는 그의 데뷔작이기에 애착이 강하다.

이지혜는 “인연이 깊은 두 작품의 기념비적 공연에 연달아 출연하게 돼 감사한 마음”이라며 “작품과 함께 성장을 이뤄낸 기분이 들어 뿌듯하고, 더 잘해내야겠다는 다짐도 하게 된다”고 밝혔다.

이지혜는 오는 2월 2일 서울 중구 푸르지오 아트홀에서 개최하는 두 번째 개인 팬 콘서트 ‘우리, 차 한 잔 할까’ 개최 준비에도 한창이다. 그는 “함께 차를 마시며 인생과 음악 이야기를 들려드리는 콘셉트의 공연을 선보일 것”이라며 관심을 당부했다.

소속사 TOI엔터테인먼트 대표이기도 한 배우 옥주현을 향한 고마움도 표했다. 이지혜는 “팬들과의 만남 자리를 마련해주셔서 감사하다. 콘셉트 또한 언니의 공연을 보고 영감을 얻은 것”이라고 했다.

중앙대학교 성악과 출신인 이지혜는 2012년 ‘지킬앤하이드’를 통해 뮤지컬계에 화려하게 입성한 뒤 ‘오필리어’, ‘스위니 토드’, ‘팬텀’, ‘레베카’, ‘프랑켄슈타인’, ‘안나 카레니나’, ‘귀환’, ‘몬테크리스토’, ‘엘리자벳’, ‘마리 앙투아네트’ 등 다채로운 작품으로 이력을 쌓았다. 장르에 구애받지 않는 배우를 지향하며 영화 ‘기생충’, 애플TV ‘파친코’ 등 매체 작품으로도 대중과 만났다.

이지혜는 “지난해 4개 작품을 연이어 소화한 뒤 가을부터 연말까지 오랜만에 값진 재충전의 시간을 보냈다. 덕분에 새로운 활동을 펼칠 힘을 비축했다”며 “신년에도 다양한 도전을 이어가고 싶다”고 밝혔다.

“언젠가 기회가 닿는다면 관객에게 웃음을 줄 수 있는 가벼운 역할도 맡아보고 싶어요. 알고보면 실제로는 꽤 웃긴 사람이거든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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