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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지현 기자] 베이지색 의사가운 사이로 루니툰즈의 인기 캐릭터 ‘트위티’ 얼굴이 자꾸만 비집고 나온다. 울던 아이를 뚝 그치고 웃게 하기 위해서일까? 정대철(62) 서울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젠 뽀로로 세대인 아이들이 이 캐릭터를 모르기 때문이었다. 대신 이 캐릭터를 아는 부모들의 긴장을 덜어주는 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불명열, 관절통, 소아류마티스관절염, 소아루푸스, 크론병, 베쳇병 등 이름조차 생소한 소아 희귀질환 대한민국 대표 전문가다. 다리가 퉁퉁 붓거나 열감, 절룩거림으로 정형외과를 찾았다가 차도가 없는 아이들이 부모의 손을 잡고 그를 찾는다. 정대철 교수는 “다리에 깁스를 하고 오기도 하는데 소아류마티스관절렴으로 판정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오늘 외래 환자의 절반 가까이 소아류마티스관절염 환자였다”고 설명했다.
유병(有病) 인구가 2만명 이하이거나 진단이 어려워 유병인구를 알 수 없는 질환이 희귀질환이다. 유병인구가 200명 이하인 경우는 극희귀질환으로 분류한다. 질병관리청의 희귀질환자 통계에 따르면 1086개 희귀질환 중 2021년에만 총 753개의 희귀질환에 신규환자가 등록돼 총 발생자 수는 5만 5874명을 기록했다. 2018년 926건에 불과했던 것이 해마다 새로운 희귀질환이 등록되며 1123개로 늘었다. 정 교수는 “진단기술의 발달로 이전까지는 의심만 하고 판정되지 않는 사례들도 최근에는 희귀질환 판정을 받고 있다”며 “보험적용도 되면서 더 많은 유전자 검사가 이뤄지는 것도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정대철 교수의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1년에 10만명당 2.2명의 루프스와 소아류마티스가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을 살필 수 있는 의사는 전국에 10명도 되지 않는다. 대부분이 수도권 대형병원 소속으로 대구, 강원, 전라지역에는 이를 볼 수 있는 의사가 전무하다. 정 교수는 “어떤 아이 엄마가 왜 대구에서는 치료받을 수 없냐고 분통을 터뜨렸다”며 “이 분야 세부전문의를 따는 과정의 어려움 등도 원인”이라고 짚었다.
세부 전문의가 되려면 세부 전문 학회에서 전문의 취득 이후 일정 기간 세부 전문 수련을 받고 학회에서 인정하는 시험을 통과해야 자격을 부여받을 수 있다. 세부 전문 학회는 학술적 활동이 있어야 하기에 학회가 연평균 8편 이상의 논문을 출판해야 하는데 국내 환자 자체가 많지 않은 질환이다 보니 논문을 저술하는 것에도 어려움이 있다. 이 분야를 희망하는 후임이 많지 않고 이들이 세부 전문의가 됐을 때 얻을 수 있는 혜택이 뚜렷하지 않다 보니 후임 양성이 어렵다.
정 교수는 “의료진이나 환자, 국가 모두의 입장에서 연속성이 이어질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며 “(환자가) 굉장히 드물지만, 필요한 과목 분야에서는 국가가 인증의 제도를 하는 게 필요하다. 그래야 희귀질환 인증의가 있는 곳이 희귀질환 거점센터가 되는 등 이러한 제도적 연결성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희귀질환자가 다양해지는 상황에서 국가가 의료진과의 논의를 통해 희귀질환 신약에 대해 치료 옵션의 폭을 다양화할 수 있는 제도도 필요하다고 봤다. 그는 “해외에서 허가됐음에도 우리나라에선 절차를 거치지 않아 쓸 수 없는 약이 많다”고 답답해했다. 게다가 희귀질환에 쓰면 효과가 있는 약인데도 약전에 기재되지 않은 질환이라며 건강보험을 적용해주지 않는 사례도 많다고 했다. 소아 류마티스 관절염을 대표적인 예로 들었다. 정 교수는 “연소형 강직성 척추염 환자의 경우 산정특례 적용이 가능하지만 연소형 강직성 척추염에 생물학적 제제를 처방하면 이는 모두 보험 삭감 대상이 된다”며 “대한민국약전에 연소형 강직성 척추염이 아니라 ‘강직성 척추염’이라고 기재되어 있기 때문에 무조건 삭감이라고 하니 의료진입장에서는 매우 답답하다. 그래서 희귀질환으로 등록하지 않고 약을 쓰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한번 약전에 규정되면 그 다음에는 이외 케이스에 사용하거나 범위를 확대하는 것이 매우 어려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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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1년에 5번 전혈 성분헌혈을 하고 있다. 최근까지 모은 성분헌혈증만 70장에 이른다. 이건 모두 환자들을 위해 기부했다. 이렇게라도 환자들에게 의료적 도움이 되고 싶어서다. 하지만 때론 환자들과 마음이 멀어질 때가 있다고 했다. 송사다. 5번이나 고발을 당해 경찰조사를 받다 보니 경찰서에 갈 때마다, 경찰이 ‘오늘은 무슨 일이세요?’를 묻기도 했다고 한다. 이런 스트레스 등으로 그는 췌장의 70%를 떼기도 했다.
그는 “경찰조사를 한번 받고 오면 ‘내가 의사를 왜 했나’ 이런 생각이 드는데 한 4~5일 지나면 (진료 중) 아이들을 보면서 또 치유가 된다”며 “나의 역할이 희귀질환 아이들이 정상적으로 커서 건강한 사회를 이룰 수 있게끔 하는 거다. 아이들이 천진난만하게 웃는 모습 그 자체가 다 행복”이라며 웃었다.
그는 바람이 하나 있었다. “원내에 있으면 병원 예약만 하고 안 오는 ‘노쇼’가 많다. 그러면 다른 아이가 진료를 받고 싶어도 받을 수 없다. 대학병원은 10~20%가 노쇼가 있다. 다른 아이들을 위한 배려라고 생각하고 만약 진료를 못 오게 되면 꼭 취소해줬으면 좋겠다.”
■정대철 교수 △1987년 가톨릭의대 졸업 △1991년 소아과 전문의 취득(성모병원) △1998년 가톨릭의대 소아과학 박사 △2000년 미국 존스홉킨스병원 방문교수 △2011~2015년 가톨릭의대 교육부학장 △2019~2021년 가톨릭의대 교무부학장 △2013년 가톨릭의대 의대교육부학장 △2020~2024년 2월 가톨릭의대 소아과학 주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