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보다 일찍 왔던 기자는 아예 ‘비대면’으로 입실했다. 이른 시간이었던 탓에 카운터에 아무도 없었기 때문이다. 카운터에 부착된 연락처로 전화를 걸자, 한 여성이 “3시간에 2만원이니 계좌로 이체하고 ○번방으로 들어가라”고 말했다. 마찬가지로 신분증 확인 절차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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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으로 가는 복도는 어두컴컴했다. 양쪽으로 20여개의 방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각 방은 미닫이 문 구조였다. 창문에는 검은색 시트지가 붙어 있어 틈 사이로 새어 나오는 희미한 불빛만이 안에 사람이 있음을 짐작케 했다. 3.31㎡ (1평) 남짓한 방은 ‘모텔’과 비슷했다. 이 룸카페는 24시간 이용할 수 있어 실제로도 투숙이 가능했다. 푹신한 매트와 담요, 쿠션 등이 구비돼 있었고 TV를 켜자 성인물 콘텐츠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벽면 곳곳에는 립스틱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시간이 흐르자 옆방에선 쿵쿵 소리와 함께 신음 소리도 흘러나왔다.
서울 시내의 또 다른 룸카페는 ‘청소년 출입 가능’ 업소였다. 지난해 5월부터 개정 시행된 ‘청소년 출입·고용금지업소 결정 고시’에 따르면 ‘가림막과 잠금장치가 없고 통로에 접한 한 면은 일정 크기 이상이 투명창이거나 개방된 룸카페’인 경우에만 청소년의 출입이 허용된다. 하지만 이곳 역시 카운터에는 아무도 없었고 전화를 걸어 계좌 이체하는 방식으로 입실이 이뤄졌다. 앞서 방문한 룸카페와 달리 조명이 밝고 창문은 투명 유리였지만 일부 이용객은 겉옷과 담요 등을 옷걸이에 걸어 창문을 가리는 ‘꼼수’를 쓰고 있었다. 관리인이 없다 보니 이에 대한 제지도 없었다. TV 성인물 콘텐츠에는 비밀번호가 걸려 있었지만 기본 설정으로 많이 쓰는 ‘0000’을 누르자 손쉽게 해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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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 만난 박모(22)씨는 “(중·고등)학생 때에도 친구들과 룸카페를 방문한 적이 있다”면서 “사람들이 룸카페를 모텔처럼 이용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 올라온 ‘룸카페 아르바이트 후기’에서도 “손님 절반은 사복 입은 청소년이고 열에 아홉은 ‘그 목적’(성적 행위) 때문에 온다”, “방을 치울 때면 휴지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고, 매트 아래에다 숨겨놓는 경우도 있다”, “대부분의 룸카페 매트 색깔이 어두운 데는 다 이유가 있다” 등의 내용이 주를 이뤘다. 수년 전까지 룸카페를 이용한 적이 다수 있다는 직장인 이모(27)씨는 “현금 결제가 많고 방문 기록도 남지 않아 범죄에 취약하다”며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었다는 걸 성인이 된 지금 돌이켜보니 느낀다”고 지적했다.
실제 룸카페에서 발생하는 청소년 성범죄는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상태다. 최근 40대 남성이 오픈 채팅방을 통해 알게 된 초등학생을 경기도 소재의 한 룸카페로 데리고 가 성관계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남성은 자신의 명의로 휴대전화를 개통해 초등 여학생에게 건넸고 이를 발견한 부모가 경찰에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에는 20대 남성이 오픈 채팅방에서 만난 초등생을 상대로 룸카페에서 성범죄를 저질렀다가 구속된 바 있다.
전문가는 룸카페 업주들을 상대로 지속적인 교육과 계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권일남 명지대학교 청소년지도학과 교수는 “건전한 룸카페도 많지만 최근 들어 ‘무인’ 룸카페 등 변종 업소가 생겨난 것도 사실”이라며 “업주들의 인식이 개선되어야 하고 지자체에선 교육·계도·순찰 등 행정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청소년을 상대로 성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아이들이 스스로 알고 위험한 상황을 피할 수 있도록 가정과 학교 내에서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아동들은 그나마 상황이 나은데, 청소년은 놀이 공간이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 그러다 보니 성인 공간을 같이 활용하게 되면서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라며 “청소년들이 건전하고 안전하게 놀 수 있는 공간과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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