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기 당 대표를 두고 경쟁이 뜨거운 국민의힘은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이 ‘내부총질’ 갈등의 불씨를 당겼다. 정 위원장은 “국민의힘 전당대회 관리 책임자로서 몇 가지 요청을 드린다”며 “당대표 출마자는 물론 우리 당원들은 앞으로 ‘친윤’ ‘반윤’이라는 말을 쓰지 말았으면 한다“고 했다. 그는 또 ”이번 전당대회를 대통령을 공격하고, 우리 당을 흠집 내는 기회로 사용하지 말라”며 “이런 분들에 대해서는 당과 선관위원회가 즉각 제재에 나서겠다”고 경고했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비판을 직접 제재하겠다는, 당내 비윤(非尹) 진영을 견제하겠다는 것이어서 즉각 비판에 직면했다. 해당 진영의 대표 격인 유승민 전 의원은 “대통령을 공격하면 당이 즉각 제재한다고 협박한다”면서 “권력에 취해 제정신이 아닌가 보다”라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유 전 의원은 “자유, 자유, 자유, (윤석열) 대통령은 그렇게도 자유를 외쳤는데 어떻게 이 당에는 양심의 자유, 표현의 자유, 언론의 자유라고는 없나”라며 “뭐가 대통령에 대한 공격이고 비판인지, 그건 누가 재판하는 거냐”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권력에 아부해서 임명된 자들이 판단하는 건가. ‘윤심 맞춤 윤리위’를 다시 가동하는 건가”라며 “민심을 버리고 윤심에만 아부해서 당을 망친 자들은 반드시 심판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나경원 전 의원을 향해서도 ‘내부 총질’ 이슈가 덧씌워졌다. 나 전 의원이 저출산고령사회위 부위원장직과 기후환경대사직 해임이 윤석열 대통령 본의가 아니라고 언급하면서다. 나 전 의원은 “저는 (저출산고령화사회위원회 부위원장) 해임이 대통령의 본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 “국민과 대통령을 이간하는 당대표가 아닌 국민의 뜻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고, 일부 참모들의 왜곡된 보고를 시정하는 당대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통령을 에워싸서 눈과 귀를 가리는 여당 지도부는, 결국 대통령과 대통령 지지 세력을 서로 멀어지게 할 것”이라고 친윤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친윤계 의원 중 하나인 박수영 의원은 나 전 의원의 발언에 대해 “대통령을 향한 내부총질이고 대통령을 허수아비로 여기는 말”이라며 “대통령과 당을 흔들고, 국민과 대통령을 이간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책임당원들이 분명하게 판단할 것”이라고 일갈했다.
|
민주당의 친명계(친이재명계)와 비명계(비이재명계)의 갈등은 지난 대선 때부터 이어져 온 해묵은 이슈지만 이 대표가 검찰의 소환 통보를 받고, 출석해 조사를 받는 민감한 상황이 반복되며 이 갈등 역시 ‘내부 총질’ 논란이 불거졌다.
민주당에서 이 이슈를 꺼낸 건 이 대표 본인이다. 이 대표는 지난 13일 유튜브를 통한 당원들과의 대화에서 “싸우는 건 좋은데 우리끼리 싸우는 건 안 된다. 그건 이적행위”라며 “지금 엄중한 시기다. 적이 몰려오는데 싸우고, 안 보이는 데서 침 뱉고 발로 차는 것을 줄여야 한다. 작은 차이 때문에 내부 공격하지 말자”라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민주당 내 대표적 소신파로 분류되는 이상민 의원은 이 대표에 대한 비판도 내부총질로 보는 것인가”라며 “(이에 대한 이 대표의 발언은) 매우 잘못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 의원은 “누구든지 비판을 받는, 특히 지위가 높아질수록, 할 수 있는 권한이 많아질수록 비판의 대상”이라며 “민주당 당 대표는 내부에서 비판의 최고의 대상자가 돼야 한다. 그걸 왜 싸운다고 생각을 하나. 그중에 자양분 같은 것은 받아들이고 다시 한번 돌아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라고 비판했다.
신동근 민주당 의원은 이 같은 정치권의 내부총질 이슈에 대해 쓴소리를 했다. 그는 “정치권에서 내부총질과 이적행위라는 발언이 자주 나오는 것은 민주주의가 위험에 처하고 있다는 신호”라며 “내부총질과 이적행위라는 프레임이 동원되면 내부의 성찰과 책임 문제가 사라진다”고 했다. 그는 이어 “민주주의의 본질은 다원성의 보장이다. 내부총질과 이적행위라는 사자성어는 이 다원성의 보장을 질식시킨다. 반민주적인 권위주의를 불러들이게 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