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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업계에 다시 부는 ‘시니어 모델’ 열풍

김무연 기자I 2021.05.01 09:00:00

오스카 수상자 윤여정, 오비맥주·지그재그 모델로
제일제당은 나문희, 칭따오는 김갑수 발탁
밈 마케팅으로 MZ세대, 중장년 모델 친숙
윤여정 수상으로 힙하고 쿨한 이미지도 더해져

[이데일리 김무연 기자] 배우 윤여정이 한국배우 최초로 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수상하면서 시니어 모델이 재부상하고 있다. 최근 배우 김영철 등 중장년 배우들이 ‘사딸라’ 등 밈(인터넷 합성요소)에 따른 친숙함으로 각광 받아왔다. 여기에 윤여정이 시상식에서 ‘힙’하고 ‘쿨’한 모습을 보이며 중장년층 배우의 모델로서의 가치가 더욱 높아졌단 평가다.

배우 윤여정이 출연하는 오비맥주 ‘올 뉴 카스’ 광고(사진=오비맥주)


◇ 오스카 탄 윤여정, 식음료·패션 업계 러브콜

오비맥주는 올해 투명병으로 교체한 ‘올 뉴 카스’를 준비하면서 새로운 모델로 윤여정을 기용했다. 영화 ‘미나리’가 전 세계적으로 관심을 모으던 지난 1월부터 윤 씨를 모델로 염두에 뒀다는 설명이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자신에게 솔직하고 생각을 망설임 없이 표현하는 윤여정의 모습이 젊은 세대에게 영감을 줄뿐더러 카스의 브랜드 가치와도 일치한다고 봤다”고 모델 발탁 배경을 설명했다.

여성 패션 플랫폼 ‘지그재그’ 또한 지난달 13일 윤여정을 모델로 발탁하고 TV CF를 시작했다. 주 사용층(1020 여성)에게 직접 어필할 수 있는 모델이 아니라는 점에서 파격적이라는 평가가 뒤따랐다. 윤여정은 오스카 시상식에서 드레스 위에 항공 점퍼를 입는 등 틀을 깨는 패션 감각으로 ‘패셔니스타’로서의 입지를 확고하게 다진 상황이다.

CJ제일제당은 지난달 21일 MZ세대 대상 호감도가 높은 나문희를 모델로 발탁하고 ‘햇반컵반’ 광고인 ‘명탐정 컵반즈’ 신규 캠페인을 선보였다. 탐정이 된 나문희가 햇반컵반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추리형 콘텐츠다. 이 영상은 공개 5일 만에 조회 수 60만 회를 넘어서는 등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나문희는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으로 젊은 세대에게 큰 인기를 끈 바 있다. 특히 나문희가 출연한 과거 영상들은 최근까지도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는 등 젊은 소비자들도 나문희를 친숙하게 여기는 상황이다. 이 점을 노려 나문희는 CF 마지막에 ‘거침없이 하이킥!’의 명대사로 꼽히는 ‘호박고구마’에서 착안해 ‘햇반컵반햇!’하고 외치는 재미 요소를 더했다.

글로벌 더마 코스메틱 브랜드 리더스코스메틱은 주로 이승기, 양세종과 같은 젊은 20~30대 남자배우를 모델로 기용하다 최근 강부자를 신규 캠페인 모델로 선정했다. 지난 2월 자자의 ‘버스안에서’ 노래를 제품 속성에 맞게 개사해 ‘부자의 버스안에서’라는 광고 영상을 공개했다.

앞서 배우 신구는 2002년 롯데리아 모델로 발탁돼 “니들이 게 맛을 알아?”란 대사로 큰 인상을 남긴 바 있다. 다만, 어디까지나 신구의 예가 특별한 경우였고 나이든 배우가 지금처럼 젊은 감각을 중시하는 식음료 및 패션업계의 러브콜을 받는 것은 드문 일이었다.

버거킹 모델 김영철(사진=버거킹)


◇ ‘사딸라’ 김영철 등 밈 마케팅 수혜받은 시니어 모델

시니어 배우가 다시금 전면에 부각된 계기로는 밈 마케팅이 꼽힌다. 잘 알지 못했던 중장년 배우들의 과거 영상을 유튜브에서 쉽게 접할 수 있게 된데다, 중장년 배우의 등장 장면을 대부분 우습게 편집한 ‘밈’으로 접해 친숙하기 때문이다.

버거킹이 2019년 모델로 발탁한 배우 김영철이 대표적인 예다. 드라마 ‘야인시대’에서 김두한 역할을 맡은 김영철은 미군과의 협상과정에서 “사딸라”란 대사를 반복하는 모습이 일종의 밈으로 자리 잡았다. 김영철은 젊은 세대에도 ‘사딸라’ 아저씨로 불리면서 큰 인기를 끌었고, 이것이 모델 선정의 주된 이유로 풀이된다.

맘스터치 또한 2018년 배우 이순재를 기용했다. 이순재는 보험 광고에 등장해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란 대사로 인상을 남겼고, 이것이 곧 밈으로 바뀌었다. 맘스터치 광고도 이순재가 출연한 보험광고를 오마주해 젊은 세대의 시선을 사로 잡았다. 2020년엔 ‘혜자롭다’(가성비가 좋다는 은어)는 말을 반영해 배우 김혜자를 모델로 섭외하기도 했다.

칭따오 또한 올해 새로운 TV CF 모델로 ‘단명갑수’로 알려진 배우 김갑수를 발탁했다. 김갑수는 등장하는 드라마마다 일찍 죽는 역할을 도맡아 그의 사망 모음이 일종의 밈으로 회자되는 상황이다. 칭따오는 그의 ‘단명’ 이미지를 살려 맛있는 요리와 칭따오를 먹다가 갑작스럽게 죽는 모습을 표현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난 2019년 사딸라 유행으로 제2의 전성기를 누린 김영철의 버거킹 광고부터 최근까지 시니어 모델들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다”라면서 “평소 MZ세대가 핵심 타깃인 브랜드들이 발상의 전환으로 시니어 모델 전략을 취하며 젊은 세대와 소통하고 이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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