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복잡한 문제의 시작은 ‘살바토르 문디’가 정말로 다빈치의 작품인가에서 출발한다. 경매가 성사된 직후 이 작품이 다빈치의 아니라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만약 이 작품이 다빈치의 작품이 아니라면 그 당시에 흔하게 구할 수 있는 그저 그런 성화의 하나로 전락하게 된다. 실제로 이 작품은 1958년 소더비 경매에서 고작 45파운드(약 6만원)에 팔렸다. 워낙 훼손과 덧칠이 심했고 당시에 흔했던 성화로 인식되었다. 당시에는 누구도 다빈치와 연관을 지을 수 없었다.
2005년 뉴욕에서 활동하던 미술 거래상 로버트 시몬과 알렉산더 파리시가 이 작품을 1000달러(약 115만원)에 사들이면서 이 작품의 운명이 송두리째 바뀐다. 그들은 훼손과 덧칠이 심한 이 작품을 복원 전문가인 뉴욕대 다이앤 모데스티니 교수에 맡겼다. 그런데 다이앤 교수가 이 작품이 다빈치의 작품일지 모른다는 희망을 소유주들에게 불어넣었다. 두 소유주는 이 작품이 다빈치의 잊혀진 작품이라는 ‘확증편향’을 가지고 증거를 찾았지만, 결정적 증거는 찾지 못했다. 결국 이들은 2008년에 다섯명의 ‘다빈치 전문가’를 한자리에 불러 모아 다수결로 이 작품이 다빈치 작품이라는 결론을 이끌어내는데 성공했다. 그들은 2013년 러시아의 억만장자인 드미트리 리볼로프레프에게 살바토르 문디를 1억달러(약 1145억원)에 넘기는데 성공한다.
솔직히 프랑스 AS모나코 소유주이자 4조5000억원이라는 이혼 위자료라는 세계기록 보유자인 러시아 억만장자에게 1억달러는 큰 돈이 아니다. 하지만 그가 고가의 미술품들을 사들이는 과정에서 대리인과 송사에 휘말리면서 정이 떨어진 살바토르 문디를 원가인 1억달러에 팔아달라고 크리스티 경매에 맡긴다. 대어를 손에 쥔 크리스티는 이 작품을 ‘남자 모나리자’로 포장하고 대대적으로 마케팅을 벌인다. 크리스티 측이 이 작품의 경매를 거부했었다는 과거의 악연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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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살바토르 문디에서 다빈치라는 브랜드를 지우면 당시 세간에 유행하던 예수를 묘사한 흔한 성화의 하나 일 뿐이다. 하지만 크리스티의 야심찬 마케팅이 진행되는 동안 누구도 대놓고 이의를 제기할 수 없었다. 경매가 최초가의 4배에 낙찰되면서 대성공을 거둔 직후 이 작품이 다빈치 본인의 작품이 아니라 다빈치 제자의 작품이라는 의혹이 제기 되었다. 소유자 측은 이런 의혹에 반발했지만, 다빈치의 작품이라는 사실을 증명할 수 없었고 결국 이 작품을 대중에 공개하는 것을 포기하기에 이른다.
우리는 마케팅 전성시대에 살고 있다. 싸구려 6만원짜리 그림을 반세기 만에 5000억원이 넘는 가치로 부풀린 것이 현대 마케팅의 놀라운 역량이다. 현대의 마케팅의 역량이 너무 뛰어나 제품의 본질적 가치와 무관한 거품을 만들어내는 경지에 도달했다. 신제품의 마케팅 비용이 개발 비용을 능가하는 상황도 당연시 여겨진다. 스타트업들이 아무리 좋은 제품을 만들어도 마케팅 비용의 벽을 감당하지 못해 주저앉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다.
생전의 스티브 잡스는 마케팅은 ’가치’라고 말했다. 가치 있는 제품을 만드는 것 자체가 마케팅의 시발점이어야 한다는 말이다. 마케팅은 제품이 지닌 가치를 발굴하고 확대하는 역할에 머물러야 한다. 남자 모나리자를 둘러싼 헤프닝은 마케팅이 존재하지 않는 가치를 만들어 내는 것이 어떤 재앙을 불러오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남자 모나리지’는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2019년 사우디의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의 요트에 보관되어 있다는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다시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불과 반세기 만에 6만원에서 5000억원으로 가치가 뛰었던 굴곡의 작품이 대중에게 공개될 가능성은 그다지 높지 않다. 하지만 누가 알겠는가. 또 다른 최첨단 마케팅 팀이 이 작품을 다시금 다빈치의 작품으로 둔갑시켜 세상에 내놓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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