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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유로는 먼저 김 위원장의 ‘통치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함’이라고 전했다. 정보위 야당 간사인 하태경 미래통합당 의원은 “김 위원장이 9년간 통치하면서 스트레스가 많이 높아진 듯하며 그것을 줄이는 차원”이라고 했다. 이어 “정책 실패시 본인에 돌아오는 책임 리스크가 너무 크다는 차원에서 책임회피”도 있다고 했다.
또 이는 부담감으로 내려놓는다는 차원이 아니라는 설명이 이어졌다. 김 위원장이 9년간 통치하면서 권력 집행에 자신감을 갖게 돼 불필요한 부분을 덜어내고자 하는 취지라고 국정원은 분석했다.
이에 따라 김 부부장을 후계자가 아닌 국정운영상 2인자로 두고, 다른 고위 간부들에게도 일부 권한을 이양했다. 박봉주 당 부위원장과 김덕훈 내각총리는 ‘투톱’으로 경제 분야를, 최부일 부장에는 군사 분야를, 이병철 당 중앙위군사위부위원장에게는 전략무기 개발을 맡겼다. 모든 분야의 최종 결정권은 여전히 절대권력을 행사하는 김 위원장에게 있다.
◇이례적 권력분산...자신감 때문?
1인 독재 체제인 북한에서 권력을 분산했다는 것부터 그 원인이 김 위원장이 받는 ‘스트레스’라는 분석까지 모두 이례적이다. 다만 통치 스트레스는 북한이 직접 쓴 표현이 아니라 정보당국이 해석하며 내놓은 말로 풀이되고 있다.
고영환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부원장은 이날 TV조선 인터뷰에서 북한 내 ‘위임 통치’라는 말은 처음 들어본다며 이렇게 분석했다.
고 전 부원장은 “김 위원장의 자녀는 (나이를) 크게 봐서 11살이라, 후계자 이야기를 꺼내기엔 너무 이르다. 위임 통치는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또 김 부부장이 후계자가 아닌 사실상 2인자라고 하더라도 굉장히 높은 위상을 갖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고 전 부원장은 “북한은 1960년대부터 김 부자가 통치했다. 김여정이 지금 갖게 된 권력은 북한의 그 어떤 2인자도 가진 적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 배경인 ‘통치 스트레스’라는 것에 대해 고 전 부원장은 “김정은은 아프리카에 기술자 한 명을 보내는 일조차 직접 결재할 정도로 일이 많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것은 사실”이라며 “그걸로 인해 폭음, 폭식이 건강문제를 만들었다는 게 모든 전문가들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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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임 통치 결정은 유엔 제제, 코로나19 사태, 홍수가 이어져 북한 주민들이 심각한 생계문제에 부딪힌 상황과 연관된 것으로 전해졌다.
정보위 여당 간사인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북한의 수해 피해가 심각했다”며 코로나19로 인한 국경 봉쇄 장기화로 외화 부족 현상 등이 심화되고 있는 등 경제력에 타격을 입고 있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번 위임 통치는 향후 자신에게 쏟아지는 정책 실패에 대한 책임을 덜기 위함이라는 것.
실제로 전날(19일) 당 노동당 중앙위원회에서 김 위원장은 경제 정책의 실패를 인정하는 발언을 했다. 북한이 경제발전 전략 실패를 자인한 것은 깅일석 주석 시절인 1993년 이후 처음일 정도로 이례적이다.
한때 사망설까지 불러왔던 김 위원장의 건강이상설도 재부각되고 있다. 지난 4월 유고설이 나올 정도로 김 위원장의 건강에 문제가 있을 것이라는 추측이 꾸준히 나왔다. 당시 김 위원장의 유고 등 긴급상황시 ‘백두 혈통’의 일원인 김 부부장이 최고지도자를 대행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라는 일본 매체의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다만 국정원은 김 위원장의 건강상 문제는 여러가지 출처상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