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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통토크]도시 재생은 '용산참사'의 반성..철거 아닌 '상생모델' 만들 것

정수영 기자I 2015.07.28 06:00:00

도시 리모델링 나선 김선덕 주택도시보증공사 초대 사장
실제 주거지역 ''재생''에 포커스..LH와 협업, 올 연말 시범사업 추진
임대사업 살려야 주택시장 살아..전세금 봔환보증 조건도 완화할 것

[이데일리 정수영 기자] “도시가 성장하고 서민이 주거생활에 안정을 느낄 수 있도록 받침대 역할을 확실히 하겠습니다. 믿고 지켜봐주세요.”

지난 26일 서울 여의도에 있는 서울사옥 집무실에서 만난 김선덕(59)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사장. 주택보증업무가 주였던 옛 대한주택보증이 지난 1일 115조원에 달하는 주택기금 전담 운용 기관인 공사로 전환한 지 약 한 달. 김 사장의 눈에는 열의가 가득 차 보였다.

그에게서 도시 재생을 포함해 앞으로 HUG의 주요 사업 및 주택시장 지원방안 등에 대해 들어봤다.

◇ “도시재생 투자방식 다음달 최종 결정”

“도시 재생사업은 뉴타운을 포함해 과거 전면 철거식 개발에 대한 반성 차원에서 이뤄진 겁니다. 용산참사 같은 사고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하자는 것이지요. 다 함께 상생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들어야 합니다.” 김 사장은 기자를 만나자마자 긴 시간을 할애해 도시 재생사업을 설명했다. 마치 ‘도시 재생 전도사’라도 된 듯 열정적인 모습이었다.

△김선덕 주택도시보증공사 사장은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건설업계가 요구하는 ‘탄력적 보증 한도 관리’ 등 제도개선 사항을 취합해 이른 시일 내에 종합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도시재생사업은 낙후된 도시지역에 새로운 기능을 도입해 쇠퇴한 도시를 다시 부흥시키기 위한 사업이다. 규모가 크고 역세권 중심으로 이뤄지는 ‘경제기반형’과 소규모 형태의 마을 리모델링이 주축인 ‘근린재생형’으로 이뤄진다. HUG는 경제기반형 민간투자사업에 기금 출자·투자·융자 및 보증을 복합적으로 지원하는 ‘복합금융형’ 모델을 투입할 예정이다. 근린재생형은 기금을 융자해주는 형태로 지원하는 데 그칠 전망이다.

기금지원에 대한 구체적 계획은 다음달 나온다. 김 사장은 “현재 연구용역을 진행 중으로 다음달 결과가 나오면 지원방식에 대한 가이드 라인을 확정해 수익이 얼마나 될지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최소한 연말이나 내년 초에는 기금을 출자할 수 있는 사업 1~2개를 선정해 시범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도시 재생 지원 절차는 우선 13개 선도지역 내 민간 투자사업을 중심으로 신청을 받은 뒤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1차 심사(사업계획성·실현가능성 등)를 하게 된다. 이후 HUG가 2차로 재무적 판단을 통해 지원 여부와 지원 방식을 최종 결정하게 된다.

김 사장은 “공기업과의 코워크(협업)가 중요하다. 뉴스테이의 경우 1차로 한국감정원이 감정 평가를, 2차로 우리가 심사하고, 도시 재생의 경우 LH가 우선 공공성과 사업성 등을 평가한 뒤 우리가 최종 결정을 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 “분양시장 큰 걱정 안해…건설사 새 모델 만들어야”

HUG는 올해 상반기 보증 실적이 64조원으로 사상 최대치 기록을 냈다. 지난해 동기 대비 62% 늘어난 규모로, 연말까지 12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2~3년 후 입주 물량 폭탄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입주 지연이나 계약 해지로 건설사가 부도 위기에 놓이면 분양 보증사업을 하는 HUG로서는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김 사장은 이에 대해 걱정할 수준은 아니라고 자신했다. 그는 현재 분양시장은 조절 능력이 있다고 판단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는 견딜만했지만, 막판에 분양가 상한제가 도입되는 바람에 건설사들이 앞을 안보고 밀어내기 분양을 하면서 시장 조절 기능에 실패한 거예요.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건설사들이 밀어내기 분양을 할 이유가 없거든요. 앞으로 미분양이 생기고 공급 과잉이 될 거라 판단하면 일아서 조절할 수 있을 겁니다.”

김 사장은 또 “지금 우리 경제는 골디락스(성장세가 지속되더라도 인플레이션 우려가 거의 없는 상황) 시기를 맞고 있다”며 “과거처럼 변동폭이 크지 않고, 금리도 저렴해 입주 때에도 3년 전처럼 심각한 상황이 오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전제 조건은 분명 있다. 김 사장은 건설사들이 자구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건설업체 사업 형태를 보면 분양사업에 목메는 구조예요. 분양사업은 천수답이 아닌데 말이죠. 사업이 잘 될 때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해 수익 구조를 안정화시켜야 합니다.”

그는 건설사들이 답을 찾을 수 있도록 도울 예정이다. “주택사업 새 모델을 만들기 위해 고민할 겁니다. 탄력적 보증 한도 관리와 중소업체 보증요율 인하 등 업계가 요구해온 제도 개선 사항도 취합해 종합 개선 방안을 마련할 예정입니다. 마중물 역할을 하겠습니다.”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조건완화 검토”

김 사장이 고민하고 있다는 새 모델 중 하나는 ‘뉴스테이’(기업형 임대주택사업)도 포함된다. 아직까지 관련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지만, 중장기적인 관점에선 주택 사업자인 건설사나 수요자 모두 윈윈할 수 있는 사업이 될 것으로 그는 확신한다.

“지금은 임대사업 활성화가 필요합니다. 건설사 입장에서도 안정적인 사업으로 전환할 수 있는 방법이고 임차인 입장에서도 전세난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될 것입니다. 그럴 수 있도록 우리가 최선을 다해 노력할 겁니다.”

개인 수요자인 임차인 입장에서 김 사장이 요즘 가장 고민하는 것은 바로 전세보증금 반환 보증이다. 건설사들이 미분양 아파트를 직접전세로 돌리는 물량이 줄어 보증 건수가 많이 줄었지만, 여전히 개인 임차인의 가입 실적도 저조한 편이다. 올해 상반기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가입 실적은 1421건, 2347억원 규모다. 지난해 연간 실적(5884건, 1조 586억원)의 절반도 채 안되는 수준이다.

김 사장은 “보증 수수료도 줄이고, 상품 취급 은행도 8곳으로 확대했는데, 여전히 개인 가입자는 많지 않다”며 “주된 원인은 전세에서 매매나 월세로 많이 이동했기 때문으로 분석되지만, 앞으로 취급 은행도 더 늘리고 조건도 더 완화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김 사장은 마지막으로 ‘주택도시연구원’(가칭) 설립 계획도 강조했다. “공사로 전환한 만큼 주택도시 분야 R&D 역량 강화는 필수예요. 신뢰와 권위 있는 논문을 발표해 주택뿐 아니라 도시 발전을 위한 여러 제도를 제안할 생각입니다. 이를 위해 약 3년 정도 준비할 예정으로, 기존 타 연구원을 흡수하는 방안도 심도 있게 검토 중입니다.”

김선덕 사장은…

1958년 대구에서 태어났다. 고려대학교 사회학과와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을 졸업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을 거쳐 건설산업전략연구소를 운영해왔다. 건설교통부(현 국토교통부) 신도시 자문위원회, 한국토지공사(LH) 국토도시연구원 자문위원회, 서울디지털대학교 부동산학과 특임교수를 거쳐 올해 1월 대한주택보증(현 주택도시보증공사) 사장직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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