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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전자무역 법 제정 서둘러야

양효석 기자I 2010.03.25 08:32:07

안병수 서울디지털대학교 교수

[이데일리 산업2부] 흔히들 선량하고 순박한 사람을 일컬어 "법 없이도 살 사람"이라고 한다. 그렇지만 오늘날처럼 복잡하고 다양한 세상 속에서 법 없이 살 수 있는 사람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실제 대표적인 불문법 국가라 할 수 있는 영국에서도 성문법이 존재한다.

잘 알고 있듯이 불문법이란 국회와 같은 일정한 법 제정기관에 의한 소정의 절차를 거치지 않고 형성된 법을 말하며 주로 법원에서 구체적인 사건에 대하여 내린 판결이 유사한 사안에 대하여 반복⋅답습되면서 형성되는 판례법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빠르게 과학이 발전하고 외부로부터 새로운 문물과 문화가 유입되면서 종전에 나타나지 않았던 새로운 현상이 빚어지며 나타나는 개인간의 권리와 의무 관계의 혼란과 무질서는 판례가 형성되기를 기다릴 수가 없도록 하고 있다. 특히 경제와 관련해서는 합법성 여부를 판단할 수 없어 효율적인 경제활동을 하는데 저해되기 때문에, 법적 확실성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성문법이 필요해진다.

그런 이유로 불문법 국가인 영국에서도 경제활동과 관련된 사안에 대하여 판례법과 함께 성문법이 존재하게 된 것이다.

하물며 대륙법계에 속하는 우리나라의 경우 세상 만사가 법으로 규율되고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로 다양한 법률의 홍수 속에서 살고 있다. 현행 법령의 수는 법제처의 국가법령정보센터에서 조회한 바에 따르면 4018개나 된다.

필자가 연구하는 전자무역의 경우에도 법령명에 전자무역이 포함된 법령이 3개나 되며 간접적으로 관련되는 법령은 수 십 여 개에 달할 것으로 짐작한다. 문제는 이렇게 많은 법령이 있지만 아직도 전자무역에서 나타나는 제반 현상을 법령에서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 예로 국제무역거래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는 환어음의 경우 전자적으로 발행하고 유통시킬 수 있는 근거가 없다. 이로 인해 다른 무역서류를 애써 전자화해서 전자적으로 유통하고자 하더라도 환어음이 전자화되어 있지 못하여 결국은 도로에 그치고 마는 것이다.

어디 그뿐인가. 기왕에 법 개정이 이루어져 법적 뒷받침을 받는 전자선하증권의 경우에도 실제 전자적 유통을 위해서는 공인전자서명만을 사용하도록 규정되어 있어 우리나라의 공인전자서명을 사용할 수 없는 외국으로의 유통이 불가능하다. 이는 발행 후 해외에서만 사용되는 선하증권의 속성과는 너무나 거리가 먼 규정이다.

사실 국가간 무역거래에서 종이문서 대신에 전자문서를 사용하는 전자무역이 현실로 나타난 것이 불과 10년도 되지 않았고, 그 이전에 국내에서의 무역관련 문서의 전자화를 추진하던 무역자동화를 포함해도 20년도 되지 않는다.

이처럼 새로운 현상에서 빚어지는 다양한 문제를 모두 예상하여 법으로 규율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발견되고 인지된 문제점을 보완하고 완벽을 추구하는 것이야 말로 법이 추구하는 진정한 이상이라고 믿고 싶다.

미국발 금융위기로 촉발된 세계적 경기 불황 속에서도 우리 경제는 수출의 호조를 통하여 상대적으로 작은 충격과 빠른 회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원화가치와 원자재 가격의 상승으로 인하여 수출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는 현실이다. 특정 상품이나 특정 시장에 대한 수출촉진전략은 근본적인 대안이 될 수 없다. 전자무역은 상품과 시장에 관계없이 모든 무역거래에서 효율성을 높여주는 대안이며 그 자체로 훌륭한 수출상품이기도 하다.

사람은 법 없이도 사는 것이 좋을 수 있지만 전자무역은 법 없이 살 수 없다. 무역업계, 학계 그리고 정부가 함께 지혜를 모아 전자무역이 잘 사는 법을 만들어보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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