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종전 위해 러에 우크라 영토 일부 양도 구상"

박종화 기자I 2024.04.08 07:44:27

WP, 소식통 인용해 보도
"크림반도와 돈바스 등 러 점령지 양도"
트럼프 집권 시 우크라 향한 압력 커질 듯

[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을 위해 러시아에 우크라이나 영토 일부를 양도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2018년 정상회담 직후 도널드 트럼프(왼쪽) 당시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사진=AFP)


워싱턴포스트(WP)는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집권하면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을 위해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이나 크림반도를 러시아에 양도하도록 우크라이나에 압력을 가할 것이라고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들 지역은 러시아와 인접한 곳으로 러시아에 무력으로 점령된 상태다. 우크라이나는 이번 전쟁에서 영토를 한 뼘도 러시아에 넘겨주지 않겠다고 천명한 바 있다.

한 소식통은 트럼프 전 대통령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모두 체면을 살리면서 전쟁을 종식하길 바라며 우크라이나 지역 일부가 러시아에 귀속돼도 상관없다고 생각한다고 WP에 전했다. 한때 트럼프 전 대통령에 반대했던 공화당 소속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도 러시아에 우크라이나 영토 일부를 넘겨주는 문제를 두고 트럼프 전 대통령을 설득했다고 말했다.

캐롤라인 레빗 트럼프캠프 대변인은 WP 보도에 “트럼프 대통령의 계획에 대한 모든 추측은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무슨 일이 일어날지 전혀 모르는 익명의 정보원으로부터 나온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살인 중단(종전)을 언급한 유일한 사람이다”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이 집권하면 24시간 안에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겠다고 공언해왔다.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진 않았지만 우크라이나를 압박해 종전을 이끌어낼 것이란 관측이 많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임 시절 친러 외교를 폈던 점은 이런 전망에 힘을 보태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가까운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는 지난달 트럼프 전 대통령과 만난 후 “그(트럼프 전 대통령)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돈을 건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전망이 현실이 된다면 러시아에 면죄부를 주는 게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피오나 힐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트럼프캠프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유럽 안보, 나아가 세계 질서의 미래에 관한 문제라기보다는 영토 분쟁쯤으로 여기고 있다”며 “우크라이나와 유럽의 미국 동맹국들은 러시아와의 협상을 타결하려는 트럼프의 시도에 저항할 것”이라고 했다. 카네기국제평화기금의 마이클 코프만은 “미국의 어떤 영향력으로도 우크라이나에 영토를 양도하거나 이런 종류의 양보를 하도록 강요할 수 없다”며 “기꺼이 손을 내밀면 상대는 팔 전제를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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