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구보증금제'는 바다거북을 구할 수 있을까[파도타기]

권효중 기자I 2024.03.01 09:00:00

해양생물 위협, 오염 초래하는 버려진 ''폐어구''
해양 쓰레기 중 폐어구 비중 절반 가까워
어구 보증금 붙여 판매 후 돌려주는 ''어구보증금제'' 실시
통발에서 어망 등으로 점진적 확대 필요

[세종=이데일리 권효중 기자] 그물에 걸려 빠져나오지 못하고 죽는 토종 돌고래 상괭이, 낚싯바늘을 삼켜 낚싯줄이 몸통에 관통된 채 구조됐다 죽은 새끼 푸른바다거북이. 이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것은 어업에 쓰였던 ‘어구’들이다. 바다에 버려진 어구를 반납하면 보증금을 돌려주는 ‘어구보증금제’가 필요한 이유다.

(사진=게티이미지프로)
1일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해수부는 지난 1월부터 폐어구의 자발적인 회수를 유도하기 위한 어구보증금제를 시행하고 있다. 어구를 팔 때 일정한 보증금을 붙여 판매하고, 이후 판매 장소로 어구를 가져오면 보증금을 돌려주는 것으로 커피 전문점들의 ‘1회용 컵 보증금 제도’와 유사하다.

매년 14만톤이 넘는 해양 쓰레기가 배출되는 가운데, 폐어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적게는 25%에서 많게는 절반 수준으로 추정된다. 특히 나일론이나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지는 어구의 특성상 썩지 않고 바닷속에 남아 있기 때문에 바다 생물에게 위협이 되는 것은 물론, 선박 사고 등도 초래하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다. 이에 환경 시민단체나 지역 어촌계 등이 자발적으로 나서 회수를 진행하기도 한다.

이러한 상황 속 해수부는 본격적인 폐어구 관리를 위해 ‘수산업법 전부개정법률안’을 마련했고, 이는 지난 2022년 1월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이 법에 따르면 ‘어구 생산업·판매업’이 신고제로 운용돼 지방자치단체가 현황을 파악하게끔 한다. 어구 생산업자와 판매업자는 3년 동안 생산 및 판매 기록을 보존해야 한다. 또 어구에 소유자를 표시하는 ‘어구실명제’를 시행해 수거와 처리 등의 비용을 소유자가 부담하도록 했다.

여기에 자발적인 회수 문화의 정착을 위해 수산업법 개정안에 따라 마련된 것이 어구보증금제다. 해수부는 지난해 한국수산자원공단에 ‘어구보증금관리센터’를 마련해 7월부터 12월까지 시범 운영을 했다. 또 어업인들의 반납 편의성을 위해 전국 선적항과 위판항 근처에 180개소에 달하는 반납 장소를 마련했다.

현재 어구보증금제의 대상이 되는 어구는 ‘통발형 어구’다. 스프링 통발의 경우 1개당 1000원, 원형·반구형 통발은 2000원, 사각·붉은대게 통발은 3000원씩 보증금을 돌려주고 있다. 통발의 경우 바닷속에 설치해 사용해 유실과 폐기가 특히 많은 만큼, 우선적으로 적용 대상이 됐다.

다만 바다 환경에 유해한 폐어구가 통발에 한정되는 것은 아닌 만큼, 해수부는 오는 2026년까지 보증금 대상 어구를 늘려간다는 계획이다. 보증금 대상 어구는 양식장 부표, 자망(그물)어구 등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또 바닷속에서 시간이 지나면 자연 분해되는 생분해 성분으로 만들어진 어구 보급 등도 촉진하고 있다.

이에 더해 환경단체들은 낚싯바늘과 낚싯대 등 개인 낚시용품에 대한 대책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환경재단은 “낚시용품 등으로 인해 피해를 보는 생물은 500종에 이르고, 그중 15%는 멸종위기종에 해당된다”며 “낚시용품에 대한 각별한 인식 변화가 추가로 필요할 것”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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