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순용 기자] 전국적으로 기온이 영하권으로 떨어지면서 본격적인 겨울을 맞이했고, 전국 명산들에 눈이 쌓여 설경이 장관을 이루고 있다. 지난주 일요일 무주 덕유산에 설경을 보려고 등산 중이던 60세 남성이 등산 도중 가슴이 쥐어짜는 듯한 통증을 느끼면서 식은땀을 흘려 주변 지인들의 도움으로 119를 타고 본원 응급실을 방문했다. 이 환자는 7년 전 협심증으로 관상동맥에 스텐트를 삽입한 병력이 있으나, 그동안 큰 문제를 느끼지 못해서 아스피린을 잘 복용하지 않았으며, 등산 당일에 혈압약도 복용을 하지 않았다. 심혈관 조영술을 통해 혈전으로 막힌 혈관이 발견되어 스텐트 시술을 받고 치료를 받으면서 약물복용이 이렇게 중요한지 처음 알았다는 말을 자주 하셨다.
이 경우처럼 협심증은 겨울철 발병 위험이 증가하는 주요 질환 중 하나로, 요즘처럼 추운 시기에는 혈관 수축이 심해져 협심증 증상도 심하게 발생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통계에 따르면 협심증으로 병원을 내원하는 환자의 약 60%가 남성이며, 2020년 기준 50~59세 이상 17%, 60~69세 이상 21%, 70세 이상 44%로 50대 이상 연령대가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협심증은 심장 근육에 산소와 영양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좁아지면서 심장 근육에 혈액이 원활하게 공급되지 않아 발생하는 통증으로 고혈압, 당뇨병, 이상지질혈증 등의 기저 질환이 있는 경우 협심증이 발생할 위험성이 커진다.
협심증의 증상으로는 심한 운동을 할 때 앞가슴이 뻐근하게 조이거나 짓누르는 듯한 압박감, 따가운 느낌 등이 5~10분 이내로 지속하다가 휴식을 취하면 없어지기 때문에 소화기 질환, 근육통, 신경증 등으로 오인하는 경우도 많다. 가슴에서 시작한 통증이 왼쪽 팔이나 목, 턱 등으로 퍼지는 경우도 있고, 드물게 등과 상복부에서 통증이 발생할 수 있다. 협심증을 치료하지 않으면 심근경색으로 진행될 수 있어, 의심 증상이 발견되면 반드시 전문의를 찾아 진료받아야 한다.
협심증은 발생 원인에 따라 안정형 협심증, 불안정형 협심증, 변이형 협심증으로 분류된다. 안정형 협심증은 관상동맥이 좁아져서 심장 근육에 혈액공급이 감소하면 발생하며, 운동이나 심한 감정적 스트레스를 받을 시 발생한다. 불안정형 협심증은 불안정한 플라크가 파열되면서 그 위에 혈전이 생성되고 좁아져 있는 혈관을 부분적, 전체적으로 막으면서 발생한다. 변이형 협심증은 일시적인 관상동맥의 경련에 의해 유발되며, 대개 늦은 밤부터 새벽 사이에 발생하는 특징이 있다.
협심증은 기본 건강검진으로는 알 수 없기 때문에 의심 증상이 있을 경우 심장초음파, 부하검사를 시행한다. 심장초음파를 통해 기본적인 심기능을 확인하고 협심증 이외에 다른 질환 여부를 가려낸다. 하지만, 심장초음파는 가만히 누워서 안정적으로 시행하기 때문에 이상 소견을 발견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아 심장에 인위적으로 부하를 가하는 부하검사를 시행하게 된다. 대표적으로 러닝 머신 위에서 환자를 달리게 하면서 심전도를 측정하는 운동 부하 심전도검사, 운동과 비슷한 효과를 내는 약물을 투여하여 심전도를 측정하는 약물부하검사가 있다.
대전선병원 심장내과 김정희 전문의는 “만약 이러한 검사에서 협심증이 의심된다면, 심혈관 조영술을 통해 확진한다. 심혈관 조영술은 협착 또는 폐쇄된 혈관을 정밀하게 평가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풍선확장술과 스텐트 삽입술 같은 관상동맥 확장술 등의 직접적인 치료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혈관 협착이 심하지 않거나 전형적인 협심증이 아닌 경우에는, 증상을 조절하고 병의 진행을 예방하는 약물치료를 할 수 있다. 하지만 협착이 심해 증상 조절이 어렵거나 협착으로 인해 심근경색이 올 가능성이 높아 보이면 관상동맥 조영술로 막힌 혈관을 확인한 뒤 풍선 확장술이나 스텐트 삽입술 같은 관상동맥 성형술을 시행할 수 있다. 만약 관상 동맥 협착이 전체적으로 심한 경우에는 수술적 방법인 관상동맥 우회술로 치료할 수 있다.
협심증을 유발시킬 수 있는 위험 원인들은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흡연 등이 있다. 이런 위험 관리를 위해 규칙적인 운동과 바른 식습관이 중요하다. 금연 역시 필수적이며, 절주가 필요하다. 당뇨와 고혈압, 고지혈증은 가족력의 영향이 큰 질환이므로 주기적인 건강 검진이 필요하고, 진단되면 약물치료 및 생활 습관 관리를 통해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
김정희 전문의는 “만약 겨울철 바깥 활동 중 갑작스러운 가슴 통증이 자주 느껴진다면, 증상을 가볍게 여기지 말고 병원에 내원하여 정확한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