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곡가 겸 음악감독 정재일(39)이 세 번째 정규앨범 ‘시편’(Psalms)으로 돌아왔다. 그동안 영화 ‘해무’ ‘기생충’, 연극 ‘그을린 사랑’ ‘비행소년 kw4839’ 등 사운드트랙 앨범으로 대중과 만났던 정재일이 자신의 이름을 내건 정규앨범을 발표한 것은 2010년 두 번째 앨범 이후 10년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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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 타이틀은 성경 ‘시편’을 의미한다. ‘둥글게 둥글게’를 작업하는 동안 연출가 강량원이 소개해준 책 ‘슬픈 예수’를 다시 펴본 것이 계기가 됐다. 총 21곡의 수록곡 제목은 시편의 구절을 뜻하는 숫자, 그리고 정재일의 마음을 사로잡은 시편의 문장으로 구성돼 있다. 찬송가 느낌의 합창곡과 판소리의 한을 담은 구음, 여기에 현악 앙상블과 일렉트로닉 음향이 한데 어우러진 종교적인 음악이 듣는 이를 숙연하게 만든다.
정재일은 “장민승 작가가 독실한 천주교 신자이기도 해 함께 작업을 하면서 시편의 여러 구절을 같이 읽어봤다”며 “신을 향한 인간의 기도 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됐고, 이 기도를 사람의 목소리로 담아보고 싶어 새 앨범의 모든 노랫말을 시편에서 따오게 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정재일은 “기억하소서, 제 인생이 얼마나 덧없는지를 당신께서 모든 사람을 얼마나 헛되이 창조하셨는지를”(시편 89:48)라는 구절에 마음이 갔다고 했다. 그는 “우리 자신에게 말하고 되뇌이게 하는 ‘만트라’ 같았다”며 “어리석음을 되풀이 할 수밖에 없는 운명, 그럼에도 그것에서 벗어나고자 애쓰는 운명을 떠올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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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14세 나이에 본격적인 음악 활동을 시작한 정재일에게는 늘 ‘천재 음악가’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녔다. 어느 새 40대를 앞둔 중견 음악인이 됐지만 그는 여전히 새로운 음악 작업을 고민 중이다. 정재일은 “대가를 받으며 (전문적으로) 음악을 한지 25년이 되는 이 시점에서 이제 내가 더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올해도 또 무언가를 할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된다”면서도 “이런 생각은 지난해에도, 그 이전 해에도 해왔기에 앞으로도 되풀이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