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불 꺼진 '세계 경제수도' 뉴욕…시민 절반 '노 마스크'

김정남 기자I 2020.08.25 00:00:00

경제·금융 심장 뉴욕 맨해튼 둘러보니
증시 활황과 실물 불황 ''어색한 동행''
텅 빈 광장·극장·호텔…마스크 안쓴 시민
버스터미널 인근 대낮부터 누운 노숙자
美 누적 확진자 560만…장기불황 암시

세계 경제·금융 심장부인 미국 뉴욕 맨해튼의 대표 번화가 타임스퀘어 인근이 썰렁하다. (사진=김정남 특파원)
[뉴욕·뉴저지=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지난주 17일(현지시간) 찾은 미국 뉴욕 미드타운 맨해튼 웨스트 46번가 앞 더피광장. 길거리를 지나는 사람들 사이로 자전거를 타고 몰려 다니던 10여명 가량의 젊은 흑인들이 마스크 착용문제로 경찰들과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비웃듯 마스크를 쓰지 않은 이들은 마스크 착용을 요구하는 경찰에 거칠게 불만을 표하며 자리를 떴다.

현장에 있던 뉴욕경찰국(NYPD) 소속 한 경찰은 “종종 벌어지는 일”이라며 대수롭지 않아 했고, 주위의 몇 안 되는 사람들은 무심한듯 쳐다만 볼 뿐이었다.

코로나19 충격은 컸다. 하루 보행자가 300만명 이상이었다는 ‘세계의 교차로’ ‘불야성의 거리’ 맨해튼 한복판은 해외 관광객도, 현지 직장인도 찾기 어려웠다. 광장 인근 대형 이통통신사 T모바일의 한 직원은 “코로나19 이후 맨해튼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했다.

◇맨해튼 광장·극장·호텔 텅 비었다

웨스트 42번가 근처 대표적인 극장가인 브로드웨이는 을씨년스러웠다. 한 극장은 “코로나19로 인해 모든 공연을 취소한다”는 안내문이 폐쇄된 문 앞에 덩그러니 붙어 있었다. 웨스트 59번가에 있는, 센트럴파크 남쪽 바로 앞의 플라자호텔 역시 임시휴점 상태였다. 뉴욕에서 근무하는 한 주재원은 “맨해튼의 호텔들이 언제쯤 문을 열지 기약이 없다”고 했다.

교통 요지인 맨해튼 포트 오소리티 버스터미널 인근은 노숙자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대낮부터 곳곳에 누워 있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일자리와 집을 잃고 거리로 쫓겨난 이들이 늘면서 급증 추세라고 한다. 터미널 내 상점들도 대부분 문을 닫았다.

기자가 탑승한 퇴근시간대 뉴저지행(行) 직행버스는 승객 너댓명만 태우고 출발할 정도였다. 세계 경제수도인 맨해튼은 코로나19로 입은 피해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었다.

그러나 맨해튼을 오가는 시민 상당수는 마스크 없는 맨얼굴이었다. 길을 걷는 사람 절반 가까이 마스크 없이도 꺼리낌이 없었다.

그나마 마스크를 쓴 사람들도 턱에 걸친 ‘턱스크’가 많았다. 허드슨강을 사이에 두고 뉴욕과 마주한 뉴저지 일대는 마스크를 쓴 사람을 오히려 찾기 어려웠다.

최근 미국의 코로나19 일일 확진자 수는 4만~5만명대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현재(이번달 23일 기준) 미국의 누적 감염자는 556만7217명에 달한다.

최근 경제지표들은 이 같은 현 미국의 상황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에 따르면 이번달 엠파이어스테이트 제조업지수는 3.7로 지난달(17.2)과 비교해 13.5포인트 급락했다. 시장 예상치(19.0)에 크게 못 미쳤다. 맨해튼의 상징인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을 본따 만든 이 지수가 급락한 것은 코로나19 이후 기업 경기 회복이 더뎌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로이터통신은 “신규 주문과 출하량에 대한 예측 모두 하락했다”고 전했다.

경제리서치기관 하이 프리퀀시 이코노믹스의 루빌라 파루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의 경제 재개로 산업 생산량이 늘었지만 수요는 미진하다”며 “경제를 더 둔화시킬 수 있는 코로나19 위협이 여전하다”고 했다.

◇증시 활황과 실물 불황 ‘어색한 동행’

주목할 건 경제가 가라앉는 데도 증시는 이상하리만치 활황이라는 점이다. 기자가 맨해튼에 머물렀던 17일 늦은 오후 스마트폰으로 전해진 당일 나스닥 지수는 1만1129.73이었다. 전거래일 신고점을 경신했다. 이튿날인 18일 종가는 1만1210.84로 다시 뛰어올랐다. △미국 의회의 부양책 협상 교착 △미·중 갈등 격화 등 악재를 아랑곳않고, 테슬라 등 극소수 기술주만 보고 급등한 것이다. 육안으로 보이는 썰렁한 월스트리트와 스마트폰 속 가파른 우상향 그래프가 이질적으로 느껴졌다.

월스트리트 일부 인사들의 지적처럼 팬데믹 이후 천문학적으로 풀린 돈은 자본시장으로 쏠리고 있다. 20여년 전 ‘닷컴 버블’을 떠올릴만큼 증시 고점 논란이 코로나19 내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에 따르면 2분기 미국의 화폐유통속도(계절조정)는 1.097로 역대 최저치 폭락했다.

화폐유통속도(Velocity of M2 Money Stock·M2V)는 미국 내에서 생산한 상품 혹은 서비스를 구입하기 위해 화폐가 얼마나 사용됐는지 알 수 있는 지표다. 화폐유통속도가 떨어진다는 것은 실물경제가 돌아가는데 시중의 돈이 많이 쓰이지 않았다는 의미다. 연방준비제도(Fed)와 트럼프 행정부가 푼 돈이 주로 증시로 흘러들었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세계 경제·금융 심장부인 미국 뉴욕 맨해튼의 대표 번화가 타임스퀘어 인근이 썰렁하다. (사진=김정남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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