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는 지난 3일 인천 송도에 마련된 도심 서킷에서 언론 초청 아반떼 시승행사를 했다. 한시간 남짓 짧은 체험이었다. 간간이 비가 내리고 강풍까지 겹치는 악조건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 차의 주된 특성은 어느 정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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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느 스포츠카처럼 폭발적이라거나 다이내믹하다고까진 할 수 없었다. 그 정도까진 아니다. 그러나 대중 준중형 세단이라고만 생각한 ‘녀석’치고는 제법이었다.
아반떼 스포츠는 지난해 출시한 대중 준중형 세단 신형 아반떼(MD)의 고성능 모델이다. 기존 엔진 라인업(1.6 가솔린 직분사·1.6 디젤·2.0 가솔린·1.6 LPG)과 달리 배기량 1.6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을 장착했다. 변속기(트랜스미션)도 6단 대신 1.6 디젤에만 들어가는 7단 DCT(듀얼 클러치 트랜스미션)를 달았다.
수치상 힘은 확실히 강력하다. 최고출력 204마력, 최대토크 27.0㎏·m다. 최고 130~140마력의 다른 아반떼와 비교하면 압도적이다. 중형 세단 쏘나타에도 똑같은 1.6 터보 가솔린 엔진이 들어간다. 그러나 세팅이 다르다. 쏘나타 터보는 180마력이다. 아반떼 스포츠는 확실히 연비보다는 성능을 택했다. 게다가 200㎏ 가까이 가볍다. 가벼운 만큼 달리는 맛도 더 경쾌했다.
그러나 더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힘 그 자체보다는 힘을 바탕으로 한 과격한 주행을 잘 받쳐주는 단단한 차체였다. 현대·기아차도 사실 오래전부터 강력한 터보 모델을 여럿 내놨었다. 그런데 차체가 엔진의 힘을 따라주지 못한다는 느낌을 계속 받아 왔었다.
아반떼 스포츠의 차체는 비에 젖은 서킷에서의 의도적인 드리프트 시도에도 굳건했다. 타이어만 비명을 지를 뿐이었다. 과거 부드럽다 못해 무른 느낌이었던 아반떼와는 전혀 다르다.
지난해 출시한 신형 아반떼의 세팅 자체가 단단해졌다. 또 아반떼 스포츠 모델을 내놓으며 맞춰 뒷바퀴(후륜) 서스펜션을 토션빔 액슬에서 멀티링크로 바꾸고 앞바퀴에도 대용량 디스크 브레이크를 적용해 주행·제동 성능을 높였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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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가 앞으로 선보이기로 한 고성능 세단을 맛본다는 관점에서 보면 아반떼 스포츠가 더 흥미롭다. 현대차는 지난해 자체 고성능 브랜드 ‘N’을 발표하고 내년께 첫 모델을 내놓기로 했다. BMW의 고성능 브랜드 M 연구소장 출신인 알버트 비어만 부사장도 영입했다.
달리기 위한 다양한 요소가 추가됐다. 손으로 변속할 수 있는 패들 쉬프트와 D컷 모양의 핸들(스티어링 휠), 스포츠 버킷 시트 등 실내 디자인도 스포티하게 바꿨다. 앞 라디에이터 그릴 디자인도 일부 변경했다. 18인치 알로이 휠·타이어를 적용하고 머플러도 튜닝했다. 또 현대차 커스터마이징 브랜드 ‘튜익스(TUIX)’를 통해 다양한 추가 옵션도 제공한다.
한발 더 나아가 자동차 경주대회에도 데뷔한다. 현대차는 올 초 이 차를 기반으로 한 아반떼 경주용차 45대도 특별 공급했다. 이달 말 인천 송도 도심 서킷에서 열리는 코리아 스피드 페스티벌(KSF)2차전 ‘아반떼 챌린지 레이스’에 데뷔한다.
아쉬움도 있었다. 우선 강력한 힘과 단단한 차체는 갖췄지만 ‘플러스 알파’가 느껴지진 않았다. 우선 운전자의 심장을 뛰게 하는 엔진 사운드가 없다. 머플러를 튜닝했다고 하지만 개인적으로 경쾌한 느낌은 아니다. 시트로엥의 소형차처럼 의도적인 엔진 사운드 세팅을 했다면 어땠을까 생각이 들었다.
디자인적인 요소도 2% 아쉽다. 세부적으론 변화를 줬지만 화려한 색상 몇 개를 추가했지만 그냥 아반떼와 크게 다르다고 할 순 없다. 확실한 포인트가 느껴지지 않는다.
고성능 모델임에도 국내 공식 판매가격 1963만~2410만원으로 그냥 아반떼와의 가격 격차가 크지 않다. 멋진 스포츠 세단과 어느 정도는 팔아야 하는 대중차 사이에서 타협한 느낌이다. 이 가격대에 이 정도의 재미난 차라면 만족할 만하다.
그러나 앞으로 나올 고성능 브랜드 N의 신모델이 이처럼 적당한 선에서 타협해선 안 된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 정도의 타협으론 벤츠 AMG나 BMW N, 아우디 S 등 기존 고성능 브랜드 사이에서 결코 생존할 수 없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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