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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용운 기자] 보라색과 자주색의 패랭이꽃이 활짝 피었다. 제비꽃은 아직이다. 검푸른 긴 꼬리 제비나비가 꽃향기를 좇아 팔랑거리며 날아들고 노란털의 고양이가 고개를 들어 나비를 바라본다. 고양이의 눈동자와 입가에는 장난기가 가득하다. 작품제목은 누런 고양이가 나비를 놀린다는 뜻의 ‘황묘농접’(黃猫弄蝶). 가로 46.1㎝, 세로 30.1㎝의 소품이지만 고양이에 대한 정감이 화면 가득하다. 단원 김홍도가 연풍현감에 재임(1792~1794) 중이던 40대 말에 그린 작품으로 추정하고 있다. 화면 오른쪽 위편에는 ‘벼슬은 현감이고 호는 단원’이라 붙였으며 ‘그림에 취한 선비’라는 문구도 적어놨다.
간송미술문화재단이 ‘화훼영모: 자연을 품다’ 전을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이하 DDP)에서 내년 3월 27일까지 연다. 지난해 3월 DDP 개관에 맞춰 시작한 ‘간송문화전’의 5부로 기획했다. ‘화훼영모’(花卉翎毛)란 꽃과 풀 등의 화초와 날짐승과 길짐승의 영모를 결합한 말로, 실제 화훼영모화는 모든 동식물을 소재로 한 회화를 칭했다. 산수화나 인물화 못지않게 옛 선조가 즐겨 그린 장르다.
전시에는 고려시대 공민왕을 시작으로 신사임당, 이징, 윤두서, 정선, 변상벽, 심사정, 김홍도, 신윤복, 장승업까지 고려 말부터 조선 말까지 500여년 동안 당대를 대표한 화가들이 동식물을 소재로 그려낸 작품 90여점을 선보인다.
옛 화가들이 화훼영모를 중요한 그림 소재로 꼽은 이유는 동식물을 자연의 일부인 동시에 우주만물의 섭리를 함축한 존재로 인식했기 때문이다. 글과 그림으로 동식물을 옮겨내면서 자연과 생명의 오묘한 이치를 터득하고자 했다. 그림 속의 동식물은 도덕적 이상과 함께 입신양명이나 무병장수, 부귀영화 등 현세적 욕망을 은유적으로 표현하는 대상이 됐다. 덕분에 화훼영모는 사대부뿐만 아니라 민간에서 그린 민화의 소재로도 널리 쓰였다.
단원의 ‘황묘농접’ 안에도 속뜻이 있다. 고양이는 일흔 살이고 나비는 여든 살이란 뜻. 그림 속의 바위는 세월이 흘러도 변치 않은 장수를 상징하고, 제비꽃은 중국사람이 가려운 곳을 긁을 때 쓰는 여의(如意)와 닮았다. 이에 따라 풀어내자면 ‘뜻하시는 바를 모두 이루고 일흔·여든 살까지 장수하기를 바란다’는 축원을 함축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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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밖에 심사정(1707∼1769)이 그린 ‘어약영일’(魚躍迎日)은 중국의 고사인 ‘등용문’을 모티브로 한 작품이다. 수면 위를 뛰어올라 해를 맞이하는 잉어의 모습을 통해 과거급제의 소망과 격려를 담았다. 변상벽(1730~1775)의 ‘자웅장추’(雌雄將雛)는 화창한 봄날 풀밭에서 한가로이 시간을 보내고 있는 닭의 일가족을 담았다.
영조의 어진을 두 차례나 그릴 정도로 초상화 실력이 탁월했던 변상벽은 손의 감각을 놓치지 않기 위해 고양이와 닭을 즐겨 그린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자웅장추’ 속 수탉은 조선 토종닭의 생김새를 고증하는 표본으로 활용할 정도로 묘사력이 뛰어나다.
‘현모양처’의 표상인 신사임당(1504~1551)의 ‘훤원석죽’(萱菀石竹)은 원추리꽃과 패랭이꽃을 그린 회화로 담박하고 안정된 구도 속에 섬세하고 정갈한 색채가 도드라진 작품이다. 조선 사대부 가문의 여인이 지닌 미감을 고스란히 나타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간송미술문화재단은 “화훼영모화는 사군자나 산수화에 비해 쉽고 재미있게 접근할 수 있는 회화”라며 “어렵게만 여기는 우리 옛 그림과 친숙해질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시 의도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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