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에서는 미국의 경기 둔화 우려에 따른 ‘R(경기침체·Recession)의 공포’가 해소된다면 다시 ‘반도체의 시간’이 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에 최근의 조정을 이용해 매수를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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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서는 AI 반도체에 대한 최근의 부정적인 투자심리가 개선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글로벌 AI 기업의 ‘큰 형님’ 엔비디아의 영향이 크다는 평가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11일(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골드만삭스 테크 콘퍼런스에서 AI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는 취지로 발언하면서 추락하던 엔비디아의 주가를 돌려세웠다.
이에 더해 미국 정부도 AI에 대한 관심을 드러내면서 불붙은 투심에 기름을 붓고 있다. 앞서 외신 등은 사우디아라비아가 엔비디아의 가장 최신 칩인 엔비디아 H200에 대한 문을 두드리고 있고, 미국 정부가 수출 허용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이 황 CEO를 비롯해 샘 올트먼 오픈 AI CEO, 브래드 스미스 마이크로소프트 사장, 루스 포랏 알파벳 최고투자책임자(CIO) 등과 만나 AI 사업에 필요한 대규모 인프라 구축 방안을 논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이에 따라 코스콤 ETF체크에 따르면 지난 한 주간 ‘TIGER 미국 필라델피아반도체 레버리지(합성) ETF’는 10.38% 오르며 수익률 1위에 올랐고, ‘PLUS 미국테크 TOP10 레버리지(합성) ETF’와 ‘ACE 엔비디아 밸류체인 액티브 ETF’ 등이 각각 주간 ETF 수익률 3위, 5위를 차지하며 미국 AI 빅테크 기업들을 담은 ETF가 줄줄이 두각을 드러냈다.
AI의 폭발적인 수요가 앞으로도 지속할 것이라는 인식이 확산하며 그간 시장을 지배해온 AI 고점 우려를 불식시키는 모습이다. 특히 래리 엘리슨 오라클 공동 설립자이자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원자력 발전으로 구동되는 1000억달러 규모의 AI 호황을 예측했다. 찰리 챈 모건스탠리 반도체 연구원 이달 초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세계적인 반도체 전시회 ‘세미콘 타이완 2024’에서 “AI 파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AI와 관련된 대규모 투자에 비해 수익이 불확실하다는 의견도 사그라지는 분위기다. 처음 AI 시장에 불을 붙였던 오픈 AI는 자사의 챗GPT 비즈니스 제품이 출시 1년 만에 유료 사용자 100만 곳을 넘었고, 주간 실사용자 수로 본다면 지난해 11월 1억명에서 9개월 만에 사용자가 2배 늘어난 2억명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오픈 AI는 또한, 지난 12일(현지시간) 추론 능력이 크게 강화되며 사람처럼 생각하는 ‘오픈 AI o1’ 모델을 공개하며 또다시 AI 시장에 기대감을 불어넣고 있다. 김중한 삼성증권 연구원은 “향후 추론을 중심으로 하는 대규모 AI 인프라 투자 확대 전망된다”며 “AI 사이클에 대한 우려는 기우라는 판단”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증권가에서는 하반기 들어서면서 주도주 위치를 잃었던 반도체 업종을 다시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특히 미국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와 일본은행(BOJ) 통화정책 회의 등 대형 이벤트 이후 경기 침체에 대한 공포가 사라지면 다시 반도체 업황이 살아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반도체 산업이 경기에 민감한 대표적인 시크리컬 산업에 속하기 때문이다.
신희철 iM증권 연구원은 “최근 시장은 ‘R의 공포’를 의식하는 상황”이라며 “수많은 우려에도 경기 침체에 따른 투매장이 아니라는 판단이 나온다면, 반도체 매수를 고려해볼 때”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