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1998만→2023년 8401만명 이용
첫 구상 때부터, 지어지고 나서도 논란이 끊이질 않았던 한국고속철도 KTX가 4월 1일로 개통 20년을 맞는다. 당장 철도 건설 실무자부터 성공에 대한 의구심이 있었지만, 개통 20년이 지난 지금까지 누적 10억명을 수송하며 말 그대로 ‘생활 혁명’을 이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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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통 당시인 2004년 만해도 ‘60분 이내 접근 가능한 고속철도 영향권’은 국토 면적의 37.5%에 불과했다. 하지만 2021년에는 75.1%로 껑충 뛰었다. 영향권 내 인구는 82.0%에서 94.6%로 늘었다. 이를 반영하듯 서울-주요 지역 간 교통수단별 통행량 중 고속철도가 차지하는 비중(2019년 기준)은 서울-부산이 69.8%, 서울-광주가 50.6%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KTX 개통 이후 서울로의 ‘빨대효과’도 나타나고 있지만 여전히 지역경제 활성화에는 도움이 된다는 목소리다. 한국교통연구원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지역 경제 활성화에 미치는 긍정적 인식 비율’은 강릉역 74.3%, 서울역 64.0%, 여수엑스포역 66.7%, 익산역 64.0% 순이었다.
KTX 하루 평균 이용객은 2004년 7만 200여명에서 지난해 23만명으로 3배가량 늘었다. 역대 하루 최대 이용객 수는 31만 9000명에 달한다. 이를 연도별로 보면 2004년 1988만명에서 2014년 5692만명, 지난해에는 8401만명까지 늘었다.
시간이 지나며 KTX 도착지도 크게 늘었다. 개통 당시만 해도 KTX노선은 경부선과 호남선 단 2개였고, 운행역도 20개에 불과했다. 이후 2010년 KTX 경부선 완전 개통을 필두로 경전선·전라선·동해선·호남고속선에 이어 강릉선·중앙선·중부내륙선 등까지 개통하면서 현재 KTX는 8개 노선 69개역, 전국 주요 도시를 잇게 됐다. 이를 통해 2시간 46분이 소요되던 용산-광주송정의 최단 운행시간은 1시간 36분으로 무려 70분이나 줄었다. 서울-부산도 2시간 47분에서 2시간 23분으로 24분 줄었다.
◇짜장면 2배 오를 동안 KTX 33%만↑
KTX 일부 선로는 여전히 일반선을 공유하고, 역 간 거리가 짧아 세계 주요국 고속철도보다는 느리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운임만큼은 세계적으로도 저렴한 수준이다. 실제 2004년 서울-부산의 KTX 운임은 4만 5000원이었으나, 현재 5만 9800원으로 33% 오르는데 그쳤다. 이를 일본 신칸센 요금으로 치환하면 서울-부산(384.2㎞) 거리는 약 13만원으로 KTX의 2배다. 그 사이 짜장면 값도 평균 3222원에서 6361원으로 2배 가까이 올랐다.
한국 역사에서 고속철도 기틀을 잡은 것은 노태우 전 대통령이 후보 시절 ‘경부 및 동서고속철도 건설’을 공약으로 내면서다. 당시 노태우 정부는 인천국제공항까지 함께 추진했는데, 천문학적인 예산 소요에 야당의 반발은 극심했다. 여기에 당시 한국고속철도건설공단의 적잖은 실무자들도 고속철도 흥행에 물음표를 지니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갖은 논란 끝에 1992년 6월 30일 충남 아산군 배방면 장재리에서 시험선을 착공하며 고속철도는 역사 속에 들어오게 됐다.
1990년 ‘경부고속전철 노선 선정안’ 등 대통령 재가 문서를 직접 작성한 김세호 전 철도청장(당시 교통부 소속)은 “1983년 3월부터 1984년 11월까지 경부고속철도 타당성조사 사업이 진행됐으나 그 이후 실질적인 논의가 없었다”며 “국가 백년대계를 위해 고속철도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교통부 내 선배들의 의견 또한 다르지 않아서 국회 업무보고나 대통령 업무보고가 있을 때마다 고속철도 관련 내용이 반영되도록 노력했다”고 회고했다.
김천환 전 한국철도공사 고속철도본부장은 앞으로 우리 철도의 미래에 대해 “이제는 무궁화호와 새마을호 열차를 변화없이 계속 운행해야 할지 재검토해야 한다. 간선철도는 고속철도를 중심으로 경쟁력을 키워나가되, 새마을호와 무궁화호 등 일반여객열차는 지방 광역권 급행철도 등으로 그 역할을 재편하는 방안의 검토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