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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없어 무분별 납품 '이동형음압기' 표준 만든다

강민구 기자I 2020.04.08 05:00:20

이동식 선별진료소 확대로 이동형음압기 수요 커져
한국기계연구원 등 성능평가 표준화 착수...불량 제품 납품 방지
해외 수출 위한 인증에도 활용가능...선별진료소 등서 관심 이어져

[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확산으로 병원이나 보건소에 별도로 설치한 이동식 선별진료소에서 진료가 이뤄지면서 국내 기관과 기업들이 이동형음압기 성능검증을 위한 표준화 작업에 착수했다. 병동에 설치된 고정형음압기와 달리 기준이나 표준 없이 장치가 보급됐는데 설치 하자나 제품결함으로 바이러스가 외부로 누출될 가능성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현재 한국기계연구원은 한국공기청정협회 등과 표준 성능 평가 방법과 인증 기준이 미비한 이동형 음압기, 양압기, 선별진료소, 클린룸 공기청정기에 대한 성능평가 방법 표준화에 착수했다.

이동식 선별진료소에서는 일정 공간을 바이러스가 외부로 누출되지 않도록 하는 음압시설을 갖춰야 한다.

시설은 바이러스가 외부로 누출되지 않도록 공간 내부의 압력을 외부보다 낮게 유지하고, 일정한 온·습도를 유지해야 한다. 또 바이러스를 정화해 병실 내부에서만 순환토록 해 바이러스가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헤파필터와 펜으로 구성된 이동형음압기가 내부 공기를 정화한다.

이동형음압기는 미세먼지를 여과하는 것처럼 바이러스도 함께 걸러낼 수 있다. 한방우 한국기계연구원 환경기계연구실장은 “입자가 큰 미세먼지는 마스크나 필터 속 섬유와 충돌하고, 작은 미세먼지는 미세한 열적 움직임에 의한 확산력으로 필터에 붙게 된다”며 “KF94나 KF99 등급 마스크는 0.4 마이크론 입자를 94%, 99% 걸러내지만, 읍압기에 설치되는 헤파필터는 가장 포집하기 어려운 0.1, 0.3 마이크론 입자를 99.95% 또는 99.97% 이상 걸러주므로 누설만 발생하지 않으면 바이러스도 거의 완벽하게 제거한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마스크는 현재 ‘KF 80’, ‘KF 94’와 같이 제품의 성능을 인증하는 절차와 기준이 있어 소비자가 우수한 제품을 쉽게 선택할 수 있다. 이와 달리 이동형 음압기는 성능을 파악할 수 있는 공인된 기준이나 절차가 없어 병원들이 우수한 제품을 선택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때문에 서울시 산하 선별진료소 등에서 이동형 음압시설의 표준화 작업에 대한 문의도 잇따르고 있다.

표준화 작업은 음압기 제조 기업들도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이다. 이번 코로나19를 계기로 해외 수출을 위한 성능을 인증 받아 해외 수출을 하고 전반적인 이동형음압기의 품질을 높이는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기계연구원은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다양한 제품에 대한 성능 평가를 바탕으로 기준을 마련할 예정이다. 한 실장은 “우수한 이동형 음압기도 많지만, 불량인 제품들도 있어 성능 인증과 평가 표준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며 “다양한 제품군에 대한 바이러스 입자 필터 성능 분석과 누설 여부를 확인해 관련 평가 기준과 인증 체계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국기계연구원 연구진 등이 수행한 표준형 이동형음압기 성능 평가 결과.<자료=한국기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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