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슬기로운 투자생활]공매도 세력이 밝혀낸 회계부정

이슬기 기자I 2020.04.07 05:30:00

공매도전문 머디워터스, 루이싱커피 회계부정 밝혀내
적정가치 찾아내는 공매도 순기능 발현된 사례

[이데일리 이슬기 기자] 한 커피숍에서는 커피 두 잔을 사면 무조건 한 잔이 따라옵니다. 다섯 잔을 사면 다섯 잔이 따라오죠. 그런데도 커피 한 잔의 값이 스타벅스보다 천 원이나 쌉니다. ‘이래서 남나?’. 모두가 머릿속으로 떠올릴 테지만 대부분은 이내 호기심을 접을 겁니다. 그런데 그 의문을 접지 않은 사람이 있었고, 그 커피숍 매출엔 치명적인 비밀이 있다는 걸 세상에 알렸으며, 동시에 큰 돈도 벌었습니다. 머디워터스 리서치(Muddy Waters Research)의 얘깁니다.

머디워터스는 지난해 5월 뉴욕 증시에 상장한 중국 커피체인 ‘루이싱(Luckin) 커피’에 대한 충격적인 보고서를 지난 1월 말 발표합니다. 루이싱커피는 중국의 스타벅스라고 불릴 정도로 급성장하는 체인점이었는데요, 2달 만에 주가가 160% 정도 오를 정도로 슈퍼스타였죠. 그런데 머디워터스는 1510명의 사람을 동원해 981일동안 루이싱 커피의 점포들을 관찰하고 2만 5843건의 영수증을 분석한 결과, 이들의 매출은 터무니 없이 부풀려졌다고 결론내립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점포별 일평균 판매량은 69%씩이나 부풀려졌다고 말이죠.

머디워터스는 해당 내용을 담은 보고서에 이렇게 말합니다. “루이싱커피는 출혈경쟁과 공짜 커피를 통해 중국인들에게 커피를 마시는 문화를 주입시키려고 했었다”며 “상장했을 때부터 이미 근본적으로 망가져 있던 비즈니스”라고 말입니다. 그리고 보고서 발표와 동시에 루이싱커피에 대한 공매도에 나서죠. 그리고 그 베팅은 지난 2일 루이싱커피가 매출 조작이 맞다고 시인하면서 대박이 났습니다. 루이싱커피의 주가가 하루 만에 75.6%나 하락했으니까요.

루이싱커피의 로고(사진=AFP)
머디워터스란 이름은 ‘혼수모어(혼탁한 물에서 더 많은 고기가 잡힌다)’라는 중국의 속담에서 따왔다고 합니다. 주식시장을 혼탁하게 해 투자자의 눈을 가린 뒤 큰 돈을 버는 사람이 적지 않다는 것을 비유한 셈이죠.

이들은 중국 주식이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끌던 2010년 무렵, 이들은 ‘오리엔트페이퍼’나 ‘시노포레스트’ 등 영미국가에 상장된 중국기업의 매출 뻥튀기를 폭로해 큰 돈을 법니다. 회사가 주장한 대로의 매출이 나오려면 수십대의 거대 트럭이 하루에도 몇 번 씩 오갔어야 했지만, 회사를 방문해 보니 트럭이 오갈 수도 없는 모래비탈길이 깔려 있었고 재무제표에 적힌 원자재(종이)는 모두 썩어있더란 겁니다. 이런 기업 분석을 통해 머디워터스는 인기 있던 중국 기업들을 저승으로 보내버렸죠.

공매도를 통해 수익을 얻으려고 하는 기관들 중에서는 자신들의 주장을 대중에 공개하는 일이 적지 않습니다. 공매도는 주식이 과대평가돼 있다는 점을 노리는 것인데, 그말인 즉슨 공매도 세력이 노리는 주식은 많은 사람들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는 주식이란 얘깁니다. 따라서 많은 사람들의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증명하고 납득시켜야만 그 베팅이 성공할 수 있기 때문에 대대적으로 공개하는 것이죠.

이런 식의 공매도는 커다란 확신 없인 불가능합니다. 그만큼 기업의 환부를 끈질기고 적확하게 파고들죠. 따라서 이들은 사익을 추구함과 동시에 자본시장 안에서 일정정도 공익을 실천하고 있는 셈이기도 합니다. 만약 이들의 주장에 설득된 투자자가 연초에 루이싱커피를 매도했으면 큰 손실을 피할 수 있었을 테니까요.

루이싱커피의 사례는 공매도의 순기능을 보여주는 하나의 예입니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공매도는 그저 주가를 끌어내리는 주범이라고만 여겨지곤 하지만, 공매도는 이렇듯 적정가치를 찾아주는 하나의 수단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죠. 많은 개인투자자들의 반대로 공매도 전면금지 등의 조치가 내려진 한국 시장에도 이번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습니다. 공매도가 몰리는 종목엔 그만한 이유가 있을 때가 많습니다. 공매도가 영원히 없어지지 않는다면, 투자자들도 그런 공매도 세력을 가끔 이용해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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