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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장실도 제 때 못가는 보육교사 스트레스 아이에 영향
육아정책연구소가 내놓은 ‘우리나라 영유아 학대 현황 및 예방방안’에 따르면 보육기관에서 아동 학대가 일어나는 가장 큰 원인은 ‘열악한 근무환경으로 인한 교사의 직무 스트레스’가다. 조사에 응한 보육교사 1247명 가운데 520명(41.7%)이 열악한 근무환경에 따른 스트레스를 아동 학대 원인이라고 응답했다.
서울 성북구의 한 어린이집에서 근무하는 보육교사 강모(37)씨는 “업무를 보느라 화장실을 가고 식사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며 “기본적인 생리활동조차 제한받는 보육교사의 스트레스는 아이에게도 영향을 미친다”고 털어놨다.
영유아법은 보육교사 1인당 영·유아수를 △만 0세반 3명 △만 1세반 5명 △만 2세반 6명 △만 3세반 15명 △만 4~5세반 20명으로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현장에선 이 인원을 감당하는 게 결코 쉽지 않다고 하소연한다.
서울 강북구 소재 어린이집에서 근무하는 한모(33)씨는 “법에서 지정한 영유아 인원은 현실을 모르고 결정한 것처럼 보인다. 만 3세 아동 15명을 한 명의 보육교사가 돌보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아이들을 모아놓고 수업을 해야 하다 보니 일부 아이에게 소홀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노동강도에 비해 낮은 급여수준도 문제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1년차 국·공립 어린이집 보육교사가 하루 8시간 근무할 경우 받는 월 기본 급여는 약 170만원이다. 최저임금(7530원)을 기준으로 했을 때 13만원정도 많다. 보육교사 급여는 연차별로 △2년차 173만원 △3년차 177만원 △5년차 186만원이다. 예산부족으로 인상폭도 해마다 3~4만원 수준에 불과하다.
민간 어린이집의 보육교사는 이마저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청주의 한 어린이집에서 근무하는 이모(29)씨는 “보육교사의 처우는 국공립 어린이집을 제외하고는 ‘최저임금’을 받는 경우가 대다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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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는 지난 6월 보육교사들의 근무환경 개선을 위해 전국 어린이집에 보조교사 6000명을 추가 채용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임시 인력인 보조교사로 증원으로는 보육교사 업무부담을 줄이는데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실질적인 보육환경 개선을 위해서는 전문성을 갖춘 정교사 확충에 정부가 팔을 걷어붙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남희 참여연대 복지조세팀장은 “정부가 보조인력 6000명을 확충하는 정책을 내놨지만 이는 보육현장에 대힌 이해가 부족한 탁상행정”이라며 “파트타임으로 근무하는 보조 인력은 정식 교사보다 보육에 대한 책임의식이 부족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이어 “정부가 정교사 채용 지원을 확충하고 나아가 복수담임제처럼 의무적으로 한 반에 담임을 두 명 두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명숙 상지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정교사 채용이 재정에 부담을 준다면 보육교사로 근무하다 경력이 단절된 여성들을 활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며 “결혼과 연령 등의 이유로 보육교사를 그만뒀던 인력들을 다시 현장에 복귀시키는 방안은 경단녀 문제와 부족한 보육교사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보육교사의 급여 지원을 강화해야한다는 조언도 있다.
김용희 한국어린이집 총연합회장은 “급여는 보육교사의 자존감과 성취감을 좌우해 보육 질에 영향을 미친다”라며 “정부가 보육료 지원을 획기적으로 늘려 보육교사의 직접적인 급여가 상승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 회장은 “보육교사의 처우 개선이 보육교사와 어린이집 영유아를 모두 살릴 수 있는 길”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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