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기업의 퇴출이 지연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자 한국거래소는 퇴출 속도를 높이기 위해 칼을 빼들고 나섰다. 상장폐지 사유 발생 시 상장사에 부여되는 개선 기간을 과거보다 짧게 설정하고, 상장폐지 절차를 제도를 간소화하는 방식으로 금융당국과 제도 개편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1월2~12월2일) 국내 증시에서 상장폐지가 확정된 상장사(스팩 및 우선주, 자회사 편입·합병, 자진 상장폐지 등 제외)는 14곳으로 집계됐다. 코스피에서 1곳, 코스닥에선 13곳의 기업이 퇴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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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총 8곳의 상장사들이 상장폐지된 것으로 집계됐다. 코스피에선 에코바이브가 2년 계속 감사의견 의견거절을 사유로 상장폐지가 결정됐으며, 코스닥 시장에서도 감사의견 거절로 인해 지나인제약, 코원플레이 등 7곳의 코스닥 상장사가 퇴출됐다.
올해 상장폐지가 확정된 기업이 전년보다 늘었지만, 국내 증시에 새롭게 입성한 기업을 고려하면 여전히 미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올해 국내 증시에 신규상장한 기업(스팩 합병 상장 제외)은 129곳을 기록했는데, 이는 상장폐지 기업과 비교하면 9배 차이다.
거래소는 상장폐지 사유 발생 시 기업에 부과하는 개선 기간을 과거보다 짧게 설정하는 등 기업 퇴출 속도를 높이고 있다. 거래소 관계자는 “코스닥 상장 규정상 개선 기간은 1년 범위 내에 부과할 수 있는데, 최근 들어 부여되는 개선 기간이 짧아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거래소는 금융당국과 상장폐지 제도 개선 개편을 본격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코스피 상장사의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부여 기간 단축, 코스닥 상장사의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단계 간소화, 상장들의 시가총액 등 재무적 요건 상장 기준 강화 등의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전문가들도 국내 증시의 활력을 제고하기 위해선 상장폐지 요건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불공정 공시를 하거나 공시 규정을 위반하더라도 상장폐지까지 가는 기업들이 많지 않다”며 “옥석 가리기를 통해 부실기업을 퇴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이어 “코스피에서는 기업가치가 높은 종목만 선별하는 엄정한 평가를 통해서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정량적 평가 요인으로 매출액 대신 수익성이나 ‘경제적 부가가치’(EVA·세후 영업이익에서 자본비용을 뺀 이익) 등의 정량적인 요건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