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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멱칼럼]퍼준다는 野, 깎아준다는 與

최훈길 기자I 2024.06.05 06:15:00

권순우 한국자영업연구원장

[권순우 한국자영업연구원장] 대한민국의 미래를 좌우할 중요하고도 정말 중요한 국민연금 개혁과 재정개혁이 조삼모사(朝三暮四)식으로 마구 다뤄지고 있다. 심히 걱정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작금에 여야 간에 논의된 국민연금 개혁안들은 애초 개혁이라는 이름을 붙이기에도 민망한 방안들이다. 국민연금 개혁이 진정성을 가지려면 국민연금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다음의 두 가지 핵심 요소를 반드시 다뤄야 한다.

첫째는 낮은 보험료율이다. 우리나라 국민연금 보험료율 9%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거의 최저 수준이다. OECD 평균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개혁의 핵심인 보험료율에 대한 논의는 슬쩍 비켜가고, 1~2%의 소득대체율 차이를 두고 서로 샅바 싸움하는 웃지 못할 일을 벌이고 있다.

참으로 목불인견이다. 여야 양당이 제시한 13%의 보험료율로는 소득대체율을 높이는 것은 언감생심이고 연금 고갈을 피할 수 없다는 것쯤은 산수 정도의 계산만으로도 알 수 있다.

국민연금 개혁이 최소한의 진정성을 가지려면 보험료율을 적어도 OECD 평균 수준으로라도 올려야 한다. 한번에 올리는 것이 정치적으로 가능하지 않다면 요율 인상의 장기 시간표라도 제시해야 한다.

(그래픽=문승용 기자)
국민연금 개혁이 고려해야 할 두 번째 핵심 요소는 인구 감소다. 인구 감소와 그에 따른 고령화는 현재의 확정급여형 국민연금 구조에 치명적이다. 국민연금을 낼 사람은 줄어드는데 받을 사람은 늘어나는 인구구조에서 지금의 국민연금이 지속가능 하려면 보험료율은 OECD 평균 정도가 아니라 훨씬 더 높아져야 한다. 그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면 국민연금 제도의 구조를 아예 바꾸는 개혁을 해야 한다.

간단한 산수만으로도 바로 알 수 있는 이런 현실을 숨기고 근거 없는 보험료율과 의미 없는 소득대체율로 이리저리 국민을 현혹하는 것이 마치 당장의 위기만을 모면하려는 조삼모사의 우화를 보는 듯 개탄스럽다.

재정개혁에 대한 정치권의 대응 역시 국민연금 개혁만큼이나 개탄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우리나라 정부부채 비율은 50%를 갓 넘는다, 100%가 넘는 OECD 국가 평균 정부부채 비율에 비해 훨씬 낮다. 이를 근거로 정부 돈을 더 적극적으로 써야 한다는 주장이 일각에서 들린다.

근시안적이고도 무지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지금 정부부채 비율이 낮은 것은 아직 고령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고령화가 더욱 진전되면 정부부채 비율은 급격하게 높아질 수밖에 없다.

옆 나라 일본이 그랬다. 1990년대 60% 수준이던 정부부채 비율이 고령화 과정을 겪으며 260%까지 상승했다. 물론 이렇게 정부 빚이 크게 늘어난 것은 고령화 대응을 위한 사회복지지출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우리라고 다르지 않다. 아니 고령화 속도와 정도를 감안하면 더 할 수도 있다. 이런 심각성을 모른다면 정치할 자격이 없고 알고도 모르는 척하는 것이라면 직무유기다.

그런데도 여야 가릴 것 없이 재정안정을 위한 개혁은 안중에도 없다. 오히려 정반대다. 한쪽에서는 ‘어떻게 하면 퍼줄까’만 골몰하고, 다른 한쪽은 ‘깎아줄까’에만 머리를 굴린다. 전 국민에게 현금을 나눠주겠다는 것이 22대 국회에서 추진할 최우선 법안이라니 기가 찰 노릇이다. 다른 한쪽에서는 기다렸다는 듯 여러 감세 정책을 줄줄이 내놓는다.

포퓰리즘에 다름 아니다. 한쪽에서는 퍼주고 다른 한쪽에서는 깎아주면 결과가 어떨지는 불문가지다. 포퓰리즘적 퍼주기와 깎아주기에 몰두하는 대신 인구구조 변화에 대응해 교육, 복지, 노동 등 분야별 재정투입 구조 개혁을 서둘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막지 못하게 된 국민연금 부실의 재판을 보게 될 것이다.

연금부실과 재정부실이 서로 상승작용을 하게 되면 어떻게 될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진짜 개혁을 더이상 늦춰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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