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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3대 명차 중 하나인 롤스로이스의 유일한 한국인 직원 김다윗(39) 아시아태평양 세일즈 매니저. 김 매니저는 20일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새로운 기회가 생기면 고민을 하지 않고 도전해 왔다”며 “더 많은 한국 인재가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활동하길 기대한다”며 이처럼 말했다.
최근 한국 자동차 시장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외국 자동차 회사에서 근무하는 한국인도 늘고 있다. 그러나 디자이너나 엔지니어처럼 특별한 기술이 없는 사무직에선 한국인을 찾기 어렵다. 김 매니저는 흔히 말하는 ‘고스펙’이나 영어점수도 없이 BMW코리아에서 인턴사원부터 시작해 한국인으로서 처음으로 롤스로이스 영국 본사에 입사했다.
그는 대학에서 생물학을 전공했지만 자동차에 대한 애정은 남달랐다. 국산 스포츠 쿠페 투스카니로 튜닝을 하고 자동차 관련 서적과 강연을 섭렵했다. 자동차 회사에 입사하고 싶어 한국 완성차 업체에 서류를 지원해도 부족한 스펙이 번번이 발목을 잡았다. 그러나 외국계 회사인 BMW코리아는 그의 열정을 높이 평가해 인턴이라는 기회를 줬고, 3개월 만에 정식 사원이 됐다.
김 매니저는 BMW코리아에서 실력을 인정받아 이례적으로 BMW 인도 법인으로 파견을 간 후 소속을 옮겼다. 그는 “인도에선 힌두어를 섞어 쓰기에 처음엔 적응이 쉽지 않았지만, 성장하기 시작하는 시장에서 혼자 해볼 수 있는 일이 많았기에 즐거웠다”고 말했다.
김 매니저는 인도에서 소형차 브랜드 ‘미니(MINI)’를 성공적으로 론칭했다. 이후 새로운 브랜드를 경험하고자 그룹 내 럭셔리 브랜드인 롤스로이스 영국 본사로 자리를 옮기게 됐다. 그가 롤스로이스에서 맡은 업무는 글로벌 생산과 판매를 예측해 전략을 세우는 것.
김 매니저는 “생산 공장이 있는 본사에서 일하는 건 색다른 경험이었다”며 “부족한 언어실력이 발목을 잡았지만 모든 회의를 녹음해 실수가 생기지 않도록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런 그의 노력이 힘을 보태 롤스로이스는 그해(2014년) 세계 시장에서 4063대를 판매, 역대 최다 판매량을 기록했다. 김 매니저는 2015년부터는 싱가포르에 있는 아시아태평양지사로 자리를 옮겨 판매와 마케팅 등을 담당하고 있다. 그가 관리하고 있는 나라는 한국을 비롯해 인도, 홍콩, 타이완(대만),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캄보디아 등 9개국이다.
김 매니저는 “롤스로이스 아태지역 세일즈 매니저 중 유일한 동양인이기에 더 아시아 문화를 이해하고 딜러(판매사)들과 소통하려고 한다”며 “한국을 비롯해 아시아에서 롤스로이스가 재밌는 브랜드라는 걸 알리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김 매니저가 롤스로이스는 ‘재미있는 브랜드’라고 강조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롤스로이스는 고객이 직접 원하는 나만의 차를 만들 수 있는 비스코프(맞춤현 주문제작)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며 “단 한 명의 고객을 위한 차량 ‘스웹테일’ 제작에 도전하는 등 과감한 시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딜러뿐 아니라 디자이너와 본사 직원 등도 고객과 직접 소통하길 원한다”며 “신형 팬텀 출시를 앞두고 최근 일본에서 VIP 행사를 진행했는데 한국 젊은 고객들도 초대됐다”고 전했다.
김 매니저는 “한국 소비자들은 대형차에 대한 수요가 많은데다 개성이 뚜렷하고 유행에 민감해 롤스로이스가 긍정적으로 보고 있는 시장”이라며 “10월 말 팬덤 신형모델을 국내에서 선보이고 내년 말 브랜드 첫 SUV 모델도 컬리넌도 출시할 예정인 만큼 소비자층이 더 커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롤스로이스는 특유에 중후한 이미지 때문에 50~60대 장년층에 수요가 몰렸지만, 고객들의 요청을 반영해 2013년 2도어 쿠페 모델 레이스를 출시한 후 최근 5년 사이 글로벌 고객층의 주요 연령대가 45세로 낮아졌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김 매니저는 앞으로 국내 투자에 대해 “판매 규모가 커지면 본사와 딜러사의 조율을 통해 전시장 확대 등을 검토할 순 있겠지만 당장 계획은 없다”며 “법인 설립을 논하기에도 아직은 이르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