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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연호 기자] 지난 2008년 초. 이경윤(48·사진)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LS전선의 미국 전선제조기업 수페리어에식스(Superior Essex. SPSX) 인수 자문을 맡았다. 권선(Magnet Wire. 전선의 일종) 분야에서 글로벌 1위인 SPSX 인수에 성공할 경우 LS전선은 기존의 전력케이블, 광통신케이블과 권선을 결합해 제품 라인업을 확대할 수 있었다. LS전선으로서는 꼭 품에 안아야 할 기업이었다.
하지만 SPSX가 상장사다보니 만만치 않은 과정이 기다리고 있었다. SPSX와의 담판이 아닌 공개매수(Tender Offer)라는 번거로운 과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변호사는 “공개매수를 한다는 것은 매도인이 한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시장에 우리가 얼마에 살테니 파세요’라고 해 어느 정도 지분이 들어오면 합병을 하면서 소액주주를 현금을 줘 내 보내는 방식으로 진행했다”고 말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이 변호사는 SPSX의 채권자도 상대해야 했고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승인도 얻어내야 했다. 이 변호사는 “채권을 발행한 사람들에게도 똑같이 공개매수를 해 ‘그 돈을 갚아주겠다’라고 해야 했고 SEC 서류 작업도 해야 하는 등 당사자들의 이해를 조정하는 일이 복잡했”고 회고했다. 미국법 이슈가 있었기에 현지 로펌과도 협업해야 했다.
그렇지만 결국 LS전선은 9억달러(약 1조원)의 거액을 투자해 SPSX 인수에 성공하며 글로벌 전선 업계 7위에서 3위로 단숨에 뛰어 올랐다. 이 거래는 국내 기업이 해외에서 주식공개매수에 의해 외국 기업을 인수한 첫 사례로도 기록됐다.
20년차 베테랑 인수·합병(M&A) 전문 변호사로서 다양한 국가에서 수많은 국경간 거래(크로스보더딜)을 성사시켜 온 이 변호사는 특이한 경험도 갖고 있다. 지난해 CJ CGV가 터키의 극장 체인 마르스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할 당시의 상황에 대해 “터키 현지로 출장을 갔다가 중간에 폭탄 테러도 일어났고, 딜이 끝나고서는 쿠데타도 일어났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2014년 미국 타이코(Tyco)의 ADT캡스 매각 자문도 특별한 경험으로 꼽았다. 일반적으로 매도 측 자문을 할 경우 적극적인 자문이 필요하지 않지만 이때는 상황이 전혀 달랐기 때문이다. 그는 “타이코가 ADT캡스를 매도하는 자문을 했는데 보통은 입찰을 받아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를 지정하고 해당 업체와 단독 협상을 하지만 그 당시에는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지 않고 끝까지 응찰 업체 모두와 협상을 했다”며 “5곳의 원매자들에 모두 실사를 원해서 같은 질문이 5차례 들어왔고, 각각 다른 답변이 나가면 안 됐기 때문에 손이 많이 갔다”고 회고했다. 그는 “5곳 원매자들이 궁금해 할만한 이슈들을 미리 만들어 ‘모범 답안’을 만들자는 아이디어로 해결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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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9년생. 서울대 법대에 재학 중이던 지난 1992년 제34회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이듬해인 1993년에 대학을 졸업했다. 1995년 사법연수원을 수료(24기)하고 해군법무관으로 군 복무를 마친 1998년부터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근무 중이다. 지난 2011년부터 법제처 국민법제관(방송통신분야)으로 일하고 있기도 하다. 대표 실적으로는 △한국타이어의 호주 작스타이어 인수 자문 (2017) △우리블랙스톤코리아의 아쿠쉬네트 지분 매각 자문(2016) △CJ CGV의 마르스엔터테인먼트그룹 인수 자문(2016) △CJ대한통운의 중국 룽칭물류 인수 자문(2016) △테마섹의 홈플러스 인수를 위한 MBK파트너스와의 공동투자 업무 자문(2015)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