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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도 인정한 인공지능(AI)…보수적 관행 깼다

강민구 기자I 2024.10.10 05:26:55

노벨 생리의학상·물리학상·노벨 화학상 발표
AI분야에서 첫 노벨상 수상자 3명, AI 열풍 반영
국내외 전문가들 '들썩'···Ai 거센 파급효과 예상
생리의학상 한국인 수상 불발 아쉬움도

[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올해 과학 분야 노벨상 수상자들이 발표됐다. 여전히 고령의 수상자(91세 등)와 미국 중심의 수상자가 대다수인 보수적인 관행은 여전하지만, 전문가들의 예상을 깨고 사상 처음으로 인공지능(AI) 분야에서 수상자가 세 명이나 나와 그 중요성을 인정받았다.

노벨상위원회는 ‘머신러닝 기초 확립’에 기여한 존 홉필드와 제프리 힌튼을 올해 과학 분야 노벨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또한, 구글 딥마인드의 데미스 하사비스 최고경영자(CEO)와 존 점퍼 연구원이 노벨화학상을 받았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AI 만든 사람 노벨물리학상, 의료 AI 선구자 노벨화학상

최근 AI 기술이 급속히 발전하며 우리의 실생활을 변화시키고 있다. 생성형 AI가 이미지를 생성하고 대화 내용을 요약하는 등의 응용이 보편화된 가운데, 이광형 한국과학기술원(KAIST) 총장은 AI 발전이 인류 역사에서 ‘불의 발견’과 비교될 만큼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통적으로 천체물리학과 입자물리학 분야의 연구자들이 노벨상을 수상해온 가운데, 올해는 AI의 기초가 된 머신러닝의 발전에 기여한 연구자들이 인정받았다. 존 홉필드는 머신러닝의 기반이 되는 ‘홉필드 모델’을 개발하고 최초의 인공신경망을 소개했으며, 제프리 힌튼은 이를 기반으로 ‘볼츠만 머신’을 제안하여 데이터를 통한 학습과 분석 가능성을 열었다.

수상 직후 힌튼은 “AI는 산업혁명에 비견될 정도로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통제 불능 상태가 될 위험도 우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AI가 과학기술 전 분야에서 핵심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 속에 노벨화학상과 노벨생리의학상보다 먼저 AI를 인정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반면, 물리학계가 AI의 중요성을 인정하고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는 평가도 존재한다.

이번 수상 소식에 대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반응도 뜨겁다. 김상욱 경희대 물리학과 교수는 “인공지능이 물리학을 대중에게 각인시켰다”고 전했으며, 하정우 네이버클라우드 AI이노베이션센터장도 “AI의 최고상이 노벨물리학상이라니 대단하다”고 말했다.

노벨화학상은 신체의 기관, 호르몬 등을 이루는 단백질의 세부 구조와 생명체의 유전적 정보를 담고 있는 DNA를 분석하는 인공지능(AI) ‘알파폴드(AlphaFold)를 개발한 구글 딥마인드 데미스 허사비스 최고경영자(CEO)와 존 점퍼 연구원에게 돌아갔다.

하사비스와 점퍼는 인공지능(AI) 기술인 ‘알파폴드’를 통해 단백질 연구의 발전에 중요한 기여를 한 것으로 평가받았다. 이들은 2020년 ‘알파폴드2(AlphaFold2)’라는 AI 모델을 발표하여 약 2억 개의 단백질 구조를 예측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 알파폴드2는 190개국에서 200만 명 이상의 연구자들에 의해 사용됐으며, 이를 통해 항생제 내성을 더 잘 이해하고 플라스틱을 분해할 수 있는 효소의 이미지를 만드는 데 기여했다.

◇올해도 RNA 연구가 주목받은 노벨생리의학상, 한국인 수상 가능성은?

올해 노벨생리의학상은 지난해에 이어 리보핵산(RNA) 관련 연구가 다시 주목받았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메신저리보핵산(mRNA) 백신 연구자들에게 수여된 데 이어, 올해는 마이크로RNA(miRNA) 연구를 통해 생명현상의 근본을 이해하는 연구자들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지난해 수상자들이 당장 인류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치료제 개발에 힘썼다면, 올해의 수상자들은 인체 유전자를 보다 깊이 이해하고 유전자 발현 조절을 통해 발달, 노화, 암, 당뇨병, 심장병, 알츠하이머병, 정신분열증 등 다양한 건강 문제에 대한 이해를 높였다.

올해도 한국인 노벨상 수상자는 없었지만, 관련 연구를 진행한 연구자들이 있어 미래 한국인 노벨상 수상 가능성도 제기됐다. 한국은 영국, 미국 등 과학 강국에 비해 인력, 예산, 역사가 짧아 한계가 있지만, 김빛내리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는 매년 한국인 최초 노벨상 수상자로 거론되고 있다. 올해도 그의 주력 분야인 마이크로RNA에서 수상자가 나왔지만, 상을 받지 못한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하일호 전 테라젠이텍스 연구소장은 올해 수상자들이 miRNA의 존재를 처음 설명하기 위해 1993년 국제학술지 ‘셀’에 발표한 논문 중 일부에 공동 1저자로 이름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비록 수상은 못했지만, 이러한 연구 참여는 향후 한국에서도 경험과 역사를 축적함으로써 노벨상 수상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준다.

국제학술지 네이처의 분석에 따르면, 노벨상을 받으려면 40대에 성과를 내고 북미로 이사해야 한다는 조언이 있다. 올해 수상자들의 평균 나이는 58세로 집계되었지만, 존 홉필드(91세), 제프리 힌튼(77세), 빅터 앰브로스(70세), 게리 루브쿤(72세) 등 평균보다 높은 연령대의 연구자들이 선정됐다.

한편, 올해 노벨상은 화학상(9일), 문학상(10일), 평화상(11일)을 거쳐 경제학상(14일) 수상자가 발표될 예정이다. 수상자들은 알프레드 노벨이 그려진 금메달과 함께 노벨상 증서 및 상금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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