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재계에 따르면 앞서 엘리엇은 지난 2018년 7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 정부가 부당하게 개입하고 영향력을 행사해 7억7000만 달러의 피해를 봤다며 ISD에 중재 신청서를 제출했다.
ISD는 해외 투자자가 상대국의 제도 등으로 피해를 입었을 때 국제 소송을 통해 손해 배상을 받는 제도다. 엘리엇은 중재 재판부에 149쪽짜리 소장을 내고 삼성물산 대주주인 국민연금이 청와대와 보건복지부의 부당한 간섭 때문에 양사 간 합병비율이 적절하지 않았는데도 찬성 결정을 내렸다고 주장했다. ISD 최종 판결은 내년에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이 부회장이 기소될 경우 ISD 소송이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될 수 있다는 점이다. 검찰이 이 부회장을 기소하더라도, 사법부가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에 대해 무죄로 판결할 경우 엘리엇과의 소송에서 한국 정부는 부담을 덜 수 있다. 하지만 사법부가 검찰의 손을 들어줄 경우 엘리엇은 이를 근거로 ISD 소송의 정당성을 주장할 수 있게 된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에 대한 기소는 ISD 소송에도 영향을 미치면서 한국 정부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며 “이는 8000억원 규모의 국부 유출이라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관계자는 “당시 합병에 반대했던 엘리엇의 주장과 이 부회장을 수사 중인 검찰의 관점이 비슷하다”며 “검찰이 이 부회장을 기소하면 ISD 소송에 직간접적인 영향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한국은 최근 세계에서 ISD를 가장 많이 제기당하는 나라 가운데 하나다. ISD는 소송을 치르는 데만 수백억원이 들고, 패소하면 훨씬 큰 손실이 불가피하다. 지난해 12월 정부는 대우일렉트로닉스 매각 과정에서 불거진 이란 다야니 가문과의 ISD 소송에서 패소해 730억원을 반환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기도 했다.
앞서 엘리엇의 ISD 제소에 맞서 법무부는 지난 2018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당시 뇌물의 전제조건인 ‘묵시적 청탁’이 존재하지 않았다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항소심 재판 결과를 인용하며 방어 논리를 폈다. 그러나 검찰의 계속된 수사는 법무부의 방어 논리를 무력화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정권이 교체되면 이전 정부의 정책이나 결정을 뒤집으려는 경향이 있다”며 “이는 ISD 소송에서 우리 정부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