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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화 2015년보다 더 떨어졌는데…글로벌 증시는 왜 잘 버틸까

이정훈 기자I 2018.08.17 07:23:40

WSJ, 위안화 쇼크 없이 증시가 잘 버티는 이유 분석
①3년전과 달리 中당국의 인위적 평가절하 없어
②위안화 절상 베팅 줄었고 당국 자본통제 강해져
③미국 주도로 글로벌 경제성장 탄탄해 충격 감내

달러대비 위안화 가치와 S&P500지수 및 S&P GSCI 국제금속현물가격 추이 (그래픽=WSJ)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지금으로부터 3년전인 지난 2015년 하반기 중국 위안화 가치가 달러대비 3% 정도 급락하면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가 불과 며칠새 10% 이상 추락하는 소위 `위안화 쇼크`가 이번에는 재연되지 않고 있다. 특히 당시에 비해 위안화 하락폭이 더 큰데도 뉴욕증시는 견조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위안화 가치가 최근 한 달간 3.3%, 두 달간 8%나 하락했는데도 말이다.

1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 이유를 중국과 미국의 상대 강도와 투자자들이 중국 정책을 바라보는 관점을 반영한 차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015년 하반기와 2016년초로 돌아가 보면 당시 위안화 가치 하락은 중국 정부가 경기를 부양하기 위한 방편으로 인위적으로 통화 가치를 평가절하한데 따른 것으로 받아 들여졌다. 이로 인해 해외로 수출되는 중국 제품들의 가격이 하락하고 이는 이미 디플레이션에 근접해있던 글로벌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원자재 가격이 추락했고 국제유가는 거의 반토막이 났다. 이에 투자자들도 안전자산으로 피신하는 양상을 보였다.

그러나 올해 상황은 이와 크게 다른 모습이다. 2015년 사태 이후 중국 외환당국은 위안화 환율의 하루 변동폭을 확대했고 위안화 가치를 평가하는 통화 바스켓에 포함되는 통화도 확대함으로써 달러화 비중을 낮췄다. 이런 조치로 인해 올해 위안화 가치 하락폭은 2015년보다 더 컸지만 시장 참가자들은 중국 경기 둔화와 통화완화정책, 미국으로부터의 보복관세 등으로 인한 자연스러운 결과로 받아들이는 모습이다. 게다가 당시와 달리 중국 당국이 위안화 평가절하를 통제할 수 있는 수단이 늘어났다는 긍정적 평가도 시장 안정에 기여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아울러 중국내 투자심리도 안정적이다. 2015년만 해도 중국 투자자와 기업들은 위안화가 절상될 것이라는 쪽에 베팅하면서 달러를 빌려 위안화를 사들였다. 이 때문에 위안화 절하로 투자자들의 손실이 컸고 이는 한꺼번에 위안화 매도세로 몰려 시장 쏠림을 키웠다. 그 규모만 1000억달러가 넘었던 것으로 국제결제은행(BIS)은 추산했었다. 또 위안화 절하 우려가 커지면서 일부 기업이나 개인들이 해외로 자금을 유출하는 현상도 위안화 약세를 부추겼다. 반면 올해에는 위안화 절상에 대한 베팅이 큰 폭으로 줄어든 상태인데다 상대적으로 높은 외환보유고와 당국의 철저한 자본 통제 덕에 해외로 자본을 유출하려는 움직임이 미미하게 나타나고 있다.

또 하나 글로벌 경제 상황도 하나의 요인이 되고 있다. 미국 경제가 워낙 강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고 유로존 경제가 작년보다 둔화되고 있긴 해도 상대적으로 견조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렇다보니 위안화 약세에 따른 충격을 버텨내고 있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다만 아직까지 안심하긴 이른 단계다. 중국 경제 둔화가 이미 지표상으로 나타나고 있고 과도한 차입에 따른 부채 상환 부담도 더 커졌다. 미국과의 무역전쟁으로 인해 경제도 충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 글로벌 경제흐름을 가늠해볼 수 있는 선행지표로 받아들여지는 국제 구리 가격은 고점대비 20% 이상 하락하며 약세장으로 진입했고 철광석 등 주요 금속 가격도 동반 하락하고 있다. 대표적인 원자재지수인 S&P GSCI 산업금속현물 가격지수도 고점대비 17%나 하락했다. 이런 흐름이 글로벌 경제 둔화 우려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결국 글로벌 경기가 얼마나 견조한 모습을 유지할 것인지, 미국과 중국과의 무역전쟁이 어느 시점에 잦아들 것인지에 따라 2015년 위안화 쇼크가 재연될 것인지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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