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또한 뉴욕을 본 딴 새로운 지하도시 건설을 추진 중이다. 서울시는 올 들어 쇼핑센터 등 대규모 상업시설과 보행통로가 들어서는 지하도시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산업화 및 도시화의 가속화로 지상도시의 토지공급이 한계에 다다르고 있는 만큼 도시공간의 활용도를 높이고 시민의 보행권 편의를 높이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다.
박현찬 서울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서울시내 도심부의 지하보도에는 단절 구간이 많은데 효율성·이용성 측면에서 이를 연결하는 게 시급한 과제”라며 “지하공간 활용은 네트워크가 중요한 데다 일단 건설되고 나면 확장이나 개보수가 어렵기 때문에 미래 도시의 전반적인 상황을 예측해, 합리적이고 구체적인 개발 계획안을 마련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깊이 들어가는 대심도(지하 40m 이하)의 경우 지하공간 개발 시 주요 공간(용도)으로 활용할 수 있는데, 민간의 무분별한 사용으로 향후 문제가 될 수 있다”며 “특별법 등을 통해 공공에서 소유권을 확보해 둬야 한다”고 말했다.
서충원 강남대 부동산학과 교수도 “현재 서울시의 지하공간 활용 현황을 보면 민간의 경우 과다하고 무분별하게 이용하고 있는 반면 공적인 지하공간 이용은 초보적인 수준에 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민간건물이 지하층을 과도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나라는 우리나라 밖에 없다”며 “안전성 확보 차원에서 사적인 지하 이용은 규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민간의 지하 이용을 제한하고,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지하공간을 개발·활용하기 위한 법적 제도가 미비하다는 점이다.
한유석 서울시 시설계획과장은 “관련 법과 제도의 미비로 지하공간을 체계적으로 개발하고 이용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특히 도시 노후화 등을 계기로 재생·정비하려고 해도 지하공간에 대한 민간 소유권 문제나 건물별로 상이한 지하층(심도) 이용 현실 등으로 손을 댈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토교통부는 지하공간을 효율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지난 1992년과 2008년, 2010년 세 차례에 걸쳐 국내 지하공간과 관련한 연구 용역을 진행하고, 관련 법 제정을 검토하기도 했지만, 결국 흐지부지됐다.
서 교수는 이에 대해 “신규 법 제정은 기존 법률 및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의 충돌 등으로 제한이 많고, 또 다른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다”며 “오히려 이미 존재하고 있는 여러 법을 이용한 통합 지침·규정·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적용하는 게 더 현실적”이라고 조언했다. 실제 지하도시가 잘 구축돼 있는 일본, 미국, 캐나다 등도 특수한 지하만의 법률을 제정하지 않고, 전체 도시계획차원에서 가이드플랜 등을 마련해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 교수는 “시민 편의 제고와 부족한 도시 공간 확보 차원에서 앞으로 (공적) 지하 공간을 체계적이고,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며 “시민을 위한 도시 융합공간으로서의 활용 방안을 모색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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