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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심장병이라는 소리에 사색이되어 있고 할머니는 무언가 못마땅한 표정이었다. 청진 소견에서 수축기 심잡음이 들렸고 가슴 사진을 보아서는 심실중격 결손증이라는 심장의 우심실과 좌심실 사이에 있는 심실중격에 구멍이 난 선천성 심장병이 의심되었고 심초음파검사 결과 확진이 되어서 진료실에서 질환에 대해 설명을 시작했다.
일단 선천성심질환은 심장의 구조적 이상이므로 그림을 그려가면서 설명을 시작했다. 심장의 구조는 2심방 2심실인데 두심실 사이에 심실중격으로 막혀야할 곳에 구멍이 있어서 대동맥으로 나가야할 좌심실의 피가 일부 심실중격의 구멍을 통해 우심실로 새어서 폐동맥으로 가는 피의 양이 증가하게 되고 결국은 심장에 부담을 주게 되는데 구멍의 크기와 위치가 치료 결정에 중요하며 이 구멍은 태어날 때부터 있어 선천성이라는 이름이 붙는다고 설명을 하고 있을 즈음 할머니의 질문이 툭 던져진다.
본인 집안에는 심장병 환자가 하나도 없었는데 우리 손자가 어떻게 심장병을 갖고 태어났는지 궁금하다며 힐끗 며느리를 쳐다본다. 며느리는 죄 지은 사람이라도된듯 아기 얼굴만 쳐다보며 눈믈을 흘린다.
이런 어처구니 없는 장면을 여러번 겪어본 나로서는 금방 이 상황을 알아채고 선천성 심장병의 원인에 대해서 설명을 한다. 이 질환은 태어날 때부터 갖고 태어나 많은 분들이 유전병이라고 잘못 알고 계시며 실제 원인은 현대 의학으로 아직 잘 모르는 것이 정답이라고, 유전적 원인으로 밝혀진 부분은 10% 정도이고 그밖에 임신 중 산모가 복용한 약이나 앓았던 질환 등도 원이이되지만 전체 원인의 2% 정도여서 결국 90% 가까운 경우는 원인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결론적으로 선천성심질환이 유전병이라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고 생각보다 그 빈도도 많아서 출생하는 신생아 100명 중 한명은 선천성심질환을 갖고 태어난다고 설명을 드리면 엄마도 표정이 조금 나아지고 할머니도 미안한 기색을 보이게 된다.
그러면서 치료와 치료 성적에 대한 설명을 드리면 더욱 안심하는 분위기가 된다. 선천성심질환으로 태어나는 신생아 중 치료가 필요한 경우는 반 정도이고 그것도 의학의 발달로 수술이나 시술로 잘 치료되어 대부분이 정상적인 성장과 발달을 보이니 크게 걱정말라는 당부의 말을 마치면 두 분의 얼굴에는 안도의 미소가 피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