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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이미지가 생명인 연예인을 상대로 한 수사에는 더 신중한 접근을 했어야 했는데, 경찰이 무리한 수사로 피해를 입혔다는 지적에 직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죠. 보통 마약 투약 사건 경우 국과수 검사에서 나온 ‘양성’ 결과를 주효한 증거로 제시하고, 당사자 진술을 통해 투약 시기와 횟수 등을 파악하는 과정을 밟게 되는데요. 사실상 제3자의 진술을 토대로 언론에 대대적인 공개를 해버린 셈이 된 것입니다.
부정적 여론이 흘러나오자 경찰은 즉각 진화에 나섰습니다. 무혐의 송치 결정 이튿날, 김희중 인천경찰청장은 간담회를 통해 “당시 제보가 상당히 구체적이었다”며 정식 수사로 전환할 수밖에 없던 배경을 설명햇습니다. 이어 “수사에 착수해 혐의가 없으면 없다고 밝히는 것도 경찰의 의무”라며 “(마약) 감정 결과가 음성이 나왔다고 해 부실로 평가하는 견해에는 동의하기 어렵다”고 반박했습니다. 법과 원칙에 따른 통상적 절차였다는 게 경찰의 입장입니다.
하지만 이 같은 부담은 남은 수사에 고스란히 남을 전망입니다. 같은 관계자의 진술을 통해 수사선상에 오른 배우 이선균의 수사도 아직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이씨의 머리와 다리 등에서 체모를 채취해 국과수에 의뢰한 바 있지만 모발에서는 ‘마약 음성’ 결과가 나왔고 다리털은 체모 중량 미달로 인한 ‘감정 불가’ 판단을 받았습니다. 이에 앞서 실시한 간이시약 검사에서도 음성 판정이 나왔습니다. 지드래곤과 비슷한 상황이죠.
결론적으로는 이번 수사의 시발점이 된 유흥업소 관계자 A씨에 대한 결론이 전환점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A씨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상 향정 혐의로 지난달 3일 가장 먼저 구속 기소됐습니다. 마약 투약 등 전과 6범으로 올해 3∼8월 필로폰이나 대마초를 3차례 투약하거나 피운 혐의죠. 이씨는 지난 10월 자신의 마약 투약 의혹이 알려지자 변호인을 통해 ‘협박당했고 3억5000만원을 뜯겼다’며 A씨 등 2명을 고소한 바 있습니다.
김 인천청장은 이씨의 추가 소환을 검토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공갈과 마약 2건이 모두 중요하다고 봤다. 공갈 건이 구체화되면 마약 건도 명확하게 정리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습니다. 즉 공갈 혐의에 대한 수사가 어느 정도 구체화되면 이씨가 마약을 실제로 투약했는지 아닌지를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죠. 이제 처음 연예인 마약 의혹이 제기된 후 약 두 달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경찰에 대한 불신이 쌓이게 되는 계기가 될지, 국면 전환을 할 수 있을지 주목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