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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그플레이션'의 습격…한은 "내년에도 가공식품·외식가격 오른다"

최정희 기자I 2022.06.21 08:00:00

한은,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보고서
수입 농축수산물 1% 오르면 가공식품 0.36%, 외식물가 0.14%↑
"가공식품, 올 하반기에 물가 더 오를 듯"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국제 식량 가격이 상당기간 높은 수준을 이어갈 전망이라 ‘애그플레이션(Agflation)’의 습격이 예상된다. 내년에도 가공식품, 외식가격이 더 오를 것으로 예측됐다.

한국은행은 21일 발표한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보고서에서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최근 애그플레이션 현황 및 시사점’이라는 BOK이슈노트를 공개했다.

◇ 국제 식량 가격 높은 수준에서 상당기간 지속

출처: 한국은행


보고서는 “국제 식량 가격이 상당 기간 높은 수준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며 “국내 가공식품과 외식 가격에 대한 상방 압력이 내년에도 지속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수입 농축수산물 가격이 1% 오르면 가공 식품 가격은 향후 1년간 0.36% 오르고, 외식 물가는 3년에 걸쳐 0.14% 상승한다.

우리나라 곡물 자급률(2020년 기준 20.2%)이 낮은 상황에서 국제 식량 가격 상승세 지속은 외식, 가공식품을 중심으로 물가 오름세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의 식량가격 지수는 올 3월 156을 찍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5월 물가상승률 5.4% 중 가공식품, 외식비, 농축수산물 등 먹거리의 기여도가 1.96%포인트에 달했다.

문제는 국제 식량 가격이 높은 수준에서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란 점이다.

일단 공급 부족 우려가 크다.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수출 항로가 차단된 데다 파종 차질, 인력난 등으로 7~10월 수확기 생산·수출이 상당폭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유엔은 약 2500만톤의 곡물이 우크라 사태로 수출되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미국, 남미 등 곡물 주산지의 이상 기후로 올해 작황 부진에 대한 우려도 증가하고 있다.

국제식량정책연구소에 따르면 전 세계적인 식량 수급 불안으로 6월 중순 수출 규제 도입 국가 수와 전 세계 교역 물량 대비 규제 대상 물량 비중이 각각 27개국, 17.2%로 2008년 물가 급등기 수준(33개국, 18.7%)에 근접해 있다.

비료 가격마저 껑충 뛰었다. 전 세계 칼륨 비료의 14%를 수출하는 러시아가 최근 비료 수출을 제한하고 있고 16%를 담당하던 벨라루스도 수출 경로인 리투아니아의 제재 동참으로 수출이 어려워졌다. 중국마저도 작년 하반기 이후 비료 수출을 제한하고 있다. 천연가스에서 추출되는 암모니아와 요소 가격의 상승도 비료 가격을 올리고 있다.

이에 한은은 “주요 전망기관들은 하반기 중 곡물가격이 완만하게 낮아질 것으로 보고 있으나 구조적인 요인과 함께 작황 부진, 수출제한 확대 등으로 상승세가 지속될 것”이라며 “우크라 사태가 심화되면서 내년까지 장기화될 경우 최근 곡물가격 상승세가 더욱 높아질 가능성도 상존한다”고 밝혔다. 전 세계 소맥의 재고/소비 비율도 2019~2020년 39.4%에서 우하향, 2021~2022년 35.2%로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밑돌 전망이다.

◇ 올 하반기 가공식품 더 오른다

(출처: 한국은행)
국제 식량 가격은 시차를 두고 가공식품 가격을 끌어올릴 전망이다. 올해 5월까지 가공식품 누적상승률은 4.8%로 2011년(4.2%) 상승세를 넘어섰고 아직 2008년(7.2%) 상승세보다는 낮은 편이다.

한은은 “가공식품 가격은 국제 식량 가격과 상관계수가 0.8로 높은 데다 식량 가격 급등기에는 가공식품 가격으로의 파급 시차가 단축된다”며 “우크라 사태에 따른 국제 식량 가격 상승 영향이 원재료비 인상 등을 통해 제품 가격에 빠르게 반영되면서 올 하반기 중 물가 오름세가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또 “외식물가 역시 재료비 상승에 따른 인상 압력이 누적되고 있는 가운데 거리두기 해제 등으로 수요 압력이 높아져 상당기간 높은 수준의 오름세를 지속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농축수산물의 경우 채소, 쌀 등이 주로 국내에서 생산되면서 오름세가 전반적으로 안정적이나 수입되는 농축수산물은 환율 상승 등에 크게 치솟고 있다. 예컨대 5월 수입 쇠고기 가격은 전년동월비 27.9%나 올라 전체 축산물 가격을 12.1% 가량 높였다.

한은은 “가공식품, 외식 부문을 구성하는 품목들의 대다수는 구입 빈도가 높고 가격 변동을 민감하게 느끼는 생활물가 품목에 해당하기 때문에 체감 물가를 통해 기대인플레이션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관련 지출 비중이 상대적으로 큰 저소득층의 경제적 부담이 가중될 우려가 있는 상황이라는 점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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