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인과세 논란 2막]④"종교단체 세무조사, 정교 갈등으로 번질까 우려"

김대웅 기자I 2017.08.28 06:00:00

`종교인 과세 유예` 법안 대표발의한 더불어민주당 김진표 의원 인터뷰
"기존 법안 준비 미흡해 조세마찰 우려"
"성직자 특수성 고려해 세무조사 제한해야"

더불어민주당 김진표 의원이 22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신태현 기자


[이데일리 김대웅 기자] 여론조사 찬성률 80%를 넘나들 정도로 종교인 소득 과세에 대한 대중적 요구가 높지만 과세 유예 법안을 대표 발의한 더불어민주당 김진표 의원의 생각은 단호했다. 최근까지 국정기획자문위원장을 지냈던 김 의원이 문재인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하는 정책에 앞장서 제동을 걸고 나섰다는 비난까지 받고 있지만, 과세당국의 준비 부족으로 조세마찰이 예상돼 지켜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는 입장이다. 특히 종교계에 세무조사가 허용된다면 정교(정치와 종교) 갈등이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 “세부 과세기준 규정 미흡..위헌 소지도

김 의원은 지난 22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갖고 “종교인 과세 자체를 하지 말자는 게 아닌데 오해가 큰 것 같다”며 자신의 주장에 대한 근거를 조목조목 밝혔다. 우선 과세당국이 종교인소득 과세를 위한 준비를 지난 6월에서야 뒤늦게 시작하면서 세부 사항에 대한 규정이 부족해 향후 혼란이 우려된다는 주장이다.

그는 “각 종단 별로 수입금액의 종류와 비용인정 범위가 상이함에도 국세청과 종단간에 상호 협의된 상세한 과세기준이 만들어져 있지 않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근로소득자와 사업소득자에게 적용되는 현행 근로장려세제의 경우 종교인소득에 관해서는 근로소득으로 선택해 신고·납부하는 경우에만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이 과세당국의 입장인데, 이것은 동일한 소득이 신고·납부 방법에 따라 근로장려금 적용 여부가 결정되는 지극히 불공평한 제도”라고 지적했다.

그는 “현행 제도상 무속인들도 사업소득자로서 근로장려세제를 적용받고 있음에도 유사한 경제생활을 영위하는 종교인들의 경우 적용이 안되는 것은 조세형평성에 크게 어긋나 헌법 위반의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며 “조세특례제한법을 개정해 신고·납부 방법과 관계없이 모든 종교인소득에 대해 근로장려세제와 자녀장려세제가 적용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렇듯 종교인 과세는 매우 섬세하게 다뤄져야 하는 문제이지만 아직 우리사회는 종교인소득 과세제도의 연착륙을 위한 준비가 철저히 갖춰져 있지 않다는 게 김 의원의 판단이다. 그는 “과세당국이 종교인소득 과세를 위한 준비를 지난 6월에서야 뒤늦게 시작하면서 종교단체들을 중심으로 향후 조세마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진=신태현 기자
◇ “선진국 협의과세제도 따라 세무조사 제한해야”

김 의원은 선진국의 사례를 들어 구체적인 대안을 내놨다. 대부분의 선진국 경우처럼 과세당국과 종교단체 간에 사전에 협의된 구체적인 과세기준에 따라 자진신고하면 납세의무가 종료되는 ‘협의과세제도’를 운용하자는 것이다. 이 경우 악질적이고 고의적으로 탈루하는 매우 제한적인 경우에만 국세청 조사권을 발동하게 된다.

그는 다만 최근의 비판적 여론을 의식한 듯 “올 하반기까지 국세청 훈령 개정 등 준비사항을 마무리할 수 있다면 현행법대로 내년부터 종교인소득 과세를 시행해도 무방하다고 본다”며 “당초 종교인소득 과세 유예 법안을 발의한 취지가 기재위 조세소위원회 심사과정에서 과세당국의 준비상황에 대해 충분한 점검과 논의를 거치도록 함으로써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조세 마찰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종교인 특수성 인정해야”

김 의원은 또 일반 근로자나 사업자와 달리 종교인이라는 직업의 특수성을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종교인은 사람들을 교도하고 설득하는 독특한 직업이기 때문에 성직자라 불린다”며 “과거부터 정교의 충돌 사례가 많고 다수의 선진국들도 이를 우려해 종교인에 대한 세법을 별도로 제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탈세 관련 제보로 인해 세무조사가 이뤄질 경우 제보의 진위여부와 관계없이 그 사실이 언론 등에 알려지는 것만으로도 해당 종교인 및 종교단체의 도덕성이 크게 훼손될 수 있다”면서 “국가권력과 종교 간의 마찰이 불가피한데 이에 대한 대책이 전무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 “주요 대선후보들 유예 약속 어디로..”

더불어민주당 김진표 의원이 21일 국회 정론관에서 종교인 과세 유예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그러면서 정치권 내부를 향한 쓴소리도 덧붙였다. 지난 대선에서 주요 후보 4인(문재인 안철수 홍준표 유승민)이 일제히 종교인 과세 유예 입장을 내놨지만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선거 당시에는 주요 후보 측에서 종교단체를 찾아 유예 약속을 했는데 결국 종교계 표만 의식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행 4개월여를 앞두고 종교인 과세를 유예하자는 주장을 편데 대해서는 “그동안 국정기획자문위원장을 맡으며 행여 국정운영에 부담을 줄까 관련 문제에 대해 일체 노코멘트를 해왔다”며 “위원장을 그만둔 이후에는 국세청을 향해 서둘러 준비할 것을 촉구했고 현실적으로 시간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유예 법안을 발의하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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